나의 이야기

A형과 O형의 성격은 판이하다.

헤게모니&술푼세상 2020. 6. 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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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공장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아침부터 창문 너머 내리치는 땡볕 날씨를 보니 출근길이 엄두가 나지 않았고 세종시는 이미 폭염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집 밖에 온도계는 34.5를 가리킨다. 이제 여름 시작인데 찜통 폭염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여름 나기가 가능하겠는가? 칙칙한 생각을 붙들어 매고 있는데 슬금슬금 피어나는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이야기가 눈에 거슬린다.

A형 피를 가진 사람은 코로나19에 쉽게 걸리고 치사율이 높고 O형 혈액을 몸에 달고 사는 사람은 코로나 19에 쉽게 걸리지 않고 치사율이 적다고 한다. 기저질환을 앓은 60세 이상의 A형 보균자는 코로나 19 전염병을 조심하라는 과학자들의 당부의 말이다. A형은 잘못하다가는(꼴까닥) 사망에 이를 수가 있으니 경거망동한 짓을 하지 말고 당국의 방역지침을 잘 따르고 지키라는 명령이다. 내 못지않게 예지력이 뛰어난 집사람이 나를 보면 잔소리처럼 득달한 이유를 알겠다.

당신 바깥에 싸돌아 다니지 말고 다중이용시설에 가지 마라구.!!

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것이, 너무 따분하고 심심해서 A형 성격을 조합한 그래픽를 여러 사이트에서 찾아 살펴보았다. 아니 어쩌면 이처럼 정확한 데이터가 있단 말인가? 80% 이상은 까무러치게 딱 들어맞은 "성격 지표"다. A형을 좀 더 디스(평가절하)하면 쪼잔하고 비겁하고 소심한 면을 보태야 한다. 1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어느 날 우리 집 옆지기(김여사)하고 대판 싸우고 무작정 대구로 내려갔다.

마침 S동생을 소개해준다는 지인의 말에 "잘됐다 싶어" 대구의 (모) 레스토랑에서 접선을 시도했다. 내 앞에 화사하게 나타난 여인은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수간호사였다. 시간이 지나고 대화를 나눌수록 그녀의 맑은 성격과 친절이 유난히 돋보였다. 서로가 호감이 있었기에 금세 얼굴을 맞대며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3차 술자리가 끝날 무렵에 그녀는 내 혈액형이 뭐냐고 물어왔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하게 솔직히 대답해줬다.

사실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A형의 부정적인 평가에 O형으로 바꿔치기를 하고 싶었지만, 차마 거짓말은 양심 앞에 허락되지 않았다. 곧바로 내 피의 성분을 파악한 그녀의 얼굴 표정이 어둡게 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고 웃음기가 멀어지는 그녀의 행동을 보며 한참 동안 의아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의 말 못 할 사연을 들었다.

A형 남편 때문에 속을 깨나 썩었고 마침내 이혼을 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O형 피를 가진 내가 A형의 남자는 "절대 좋게 봐줄 수 없다는 취지"였다. 혈액에 대한 평가는 신앙심처럼 철저하고 완고했다. 그런 아픔과 상처를 갖고 사는 여자에게 굳이 철부지처럼, 차근차근 설득하고 이해를 구한다는 건 볼썽사나웠다. 우린 몇 개월을 만나다, 말다가-^^ 누구 먼저라 할 것 없이 인연은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이후로 혈액형에 노이로제와 가부하에 걸려 A.B.O. AB를 입밖에 꺼내지 않고 살아왔다.

A형이라고 해서 전부 나쁘지 않아.
혈액형은 재미로 푸는 전래동화야.


O형의 거룩한 피를 보유한 옆지기에게 나는 진실도 아닌 거짓도 아닌 초라한 모습으로 전화를 건다. 지금 어디야/ 나야 밖에 있지~ 언제 들어와/ 그건 왜 물어~ 집에 올 때 순댓국 한 그릇 사와/ 그래 알았어~

끊었던 집사람에게서 재차 전화가 온다.
저녁에 나가지 마라, 코로나 19=만날라.?

A형...?

 

방금 순댓국 먹고

양파랑 놀기

 

 

 

이미지 사진(부정 안 함)

난 여기에 30% 정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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