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원룸장사가 너무 힘들어요.

헤게모니&술푼세상 2020. 7. 16.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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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 돌듯 공장일을 하고 있는데 옆지기의 어두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러온다. XX아빠! 공장이 바쁘지 않으면 오후에 나 좀 도와줄래.? 뭔데! 퉁명스럽게 대답하니, 일단 집에 와보라는 것이다. 웬만해서는 큰일 아니면 혼자서 해결하고 마는 성격을 가진 옆지기의 <SOS> 호출이 예사롭지 않다.

집에 오니 "혹시나가 역시나"다. 3층 투룸방 (몇 호실) 화장실에 방수처리가 문제였다. 옆지기는 전문기술자와 함께 작업일지를 드러내고 파헤치고 공사 중이다. 아니, 집안에 이런 대공사가 있으면 나랑 상의를 하고 그래야지, 왜 혼자서 결정하고 끙끙거리냐구? 당신한테 얘기하면 늘 피곤하다./ 공장일이 바쁘다고 핑계되잖아./ 언제 기분 좋게 집안일을 도와주었어./

사실 공장에 일이 있고 없고를 떠나 나는 옆지기와 마찬가지로 오직 혼자서 사업을 결정하고 해결해왔다. 독고다이처럼 공장 사업을 단독으로 하다 보니, 매사에 예민하고 한결 여유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집사람 또한 나름대로 건물관리에 있어 여간 신경이 날카롭고 감당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침부터 순전히 공사비를 아끼고자 화장실 방수전문 기술자의 보조역할을 스스로 자처했으니 말이다.



그래! 무엇을 도와줄까?

3층 화장실에 관한 공사는 잠시 후에 매듭 지으니, 우리는 2층 투베이스방에 도배를 해보자고 한다. 5년 동안 가끔 (원룸 1방) 천장 빼고 도배를 한 적이 있지만, (천장 포함) 거실 1방 2개를 우리 둘이서 도배질을 해야 한다는 집사람 말에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이처럼 방대한 도배작업은 절대 불가능하잖아.? 옆지기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당신이란 사람은 이럴 줄 알았다며, 거실 주방과 안방 1개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당신이 공장 출근하면 주변에 사는 고모부랑, 야금야금 천장 도배를 했다며, 이제는 작은방 한 개만 도배하면 된다는 것이다.

투베이스방 세입자께서 지난 월요일 방을 비웠는데 번개 불에 콩 볶듯이 이틀 동안 그것도 둘이서 설렁설렁 도배작업이 가능했단 말이야.? 옆지기는 만사가 귀찮은 듯이 이따가 옥상에 한번 올라가 보란다. 옥상 창고에 있는 그 많은 잡동사니 물건들을 혼자서 정리 정돈해놨단다. 이쯤 되면 두말없이 옆지기 말에 고분고분하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하지 않겠나? 

어제 오후 5시부터 시작한 도배작업과 가전제품 설치 작업을 끝내고 나니, 시계는 오늘 오전 12시 15분를 가리킨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오전에 어느 부부께서 이사를 온다고 했으니 숨 돌릴 틈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 부부는 녹초가 되어 각자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지금 이 글을 쓰다 말다가, 연거푸 막걸리를 먹다 말다가, 잠깐 화장실 가는 길목에 힐끗 옆지기의 방을 쳐다보니, 집사람의 코 고는 소리가 애처롭다 못해 처량하다. 아까, 순간 작업을 멈추고 짜장면을 먹는데 마누라가 슬며시 독백을 쏟아냈다.

건물관리가 너무 힘들어서, 건물을 팔고 편히 살고싶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200평 청소를 하려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 아하~ 왜~그니까.! 사서 고생하냐고, 청소업체에 맡기면 되잖아! 나의 볼멘소리가 목구멍까지 치밀어올랐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하루빨리 남은 은행빛 갚겠다고 허둥대는 아내 모습에 나는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잠시 눈가에 이슬을 그렁 모았다.

이래도 사나.ㅡ
저래도 사나.ㅡ
 









다른 곳에 비해 원방 투방 베방들이 무척 넓다.

우리 집은 거의 공실이 없다.

바로 나가면 바로 들어온다.

세입자분들께서 주거에 불편한 사항이 없어 만족하다고 말씀하신다.

이러면 집주인 입장에서 기분이 좋고 더 잘해드리려고 노력한다.^^

도배는 물론 청소를 뽀송뽀송 깨끗이 했다.

중국집에 가면 짜장 먹을까? 짬뽕 먹을까!

고민할 필요 없다. 짜짬면 시키세요 ㅎㅎ

일 좀 하니 꿀맛이다. 맥주 맛도 최고^^

원래 에어컨은 기본이 하나인데

새 에어컨 한개를 더 마련해드렸다.

세입자분께서 몇 년을 있다가, 어디로 가실지 모르지만 꼭 내 집 마련하여 집 걱정없이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이방에 오시는 젊은 부부께서는 완전 새집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침 전체 도배와 세탁기 수명이 다하여 새단장을 했다.

일을 끝내고 옥상에서 잠시...

봉하막걸리에 불면의 밤을 이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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