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불경기를 이겨내며 전진하자.

헤게모니&술푼세상 2020. 12. 1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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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가 있고 겨울철 영향도 있지만 이처럼 최악의 불경기는 처음 겪어본다. 20여 일 가까이 공장 제품은 스므드하게 출고는커녕 그 자리에서 미운털처럼 뿌연 먼지만 쌓여간다. 몇천만 원 치 제품을 만들어놓고, 거래처 전화에 목을 내미는 내 모습이 때론 서글퍼지고 비참스럽게 느껴진다. 매출의 이윤과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쓰는 돈이 있다보니 그에 대한 초조감과 강박관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업을 하다 보면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지 않은가? 그렇다고 있는 돈까지 까먹고 허송세월을 보낼 수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다가올 사업구상에 비해 성과와 결과는 눈앞이 캄캄하고 불투명하니, 애가 탈 수밖에 없다. 물론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위기는 곧 기회"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굳게 마음을 무장하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흑자인생으로 갈아 타마/굳은 명심과 결의를 다져보지만, 글쎄다...

내년에는 "토적성산"으로 경영방침을 세웠는데 말이다...

오늘도 공장에 출근하니 할 일이 없다. 8개월 동안 끊었던 담배 한 개비를 꼬아문다. 사무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몰골이 사람 형상이 아니다. 심한 스트레스 앞에 금연의 결단력도 무너져버렸다. 그래! 이러다가 신경쇠약에 미쳐버리겠다. 연말까지만 담배연기 몇 개 날리고 또 금연하자.

그러면서 사무실에 멍하니 앉아 한동안 멍 때리는데 집사람한테 전화가 온다. 일거리 없으면 청승 떨지 말고 당장 집에 들어오라는 것이다ㅡ^^ 꾸역꾸역 집에 돌아오니,석굴 안주에 술상을 차려놨다. 우리는 (IMF) 국가부도 사태 때도 살아남은 사람이야!  당신은 우리집에서 독불장군처럼 천방지축 날뛰며 살잖아! 그까짓 경기침체에 풀이 죽고 땅이 꺼져라고 한숨짓냐?^^

어쩐 일로 남편 고생하는 걸 알고 소중하는 걸 아나 봐/ 세상 오래 살고 볼일이야/ 다시는 담배 피우면 안 되겠구나/

솔직히 앞으로 일이 있든 없든 근심-걱정 안 하고 되대로 되라는 식으로 맘 편히 살고 싶지만 가장으로서 가정생활에 막무가내, 무책임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남자는 죽을 때까지 고생하다가 양손 펴지면 끝이 아닌가? 술맛이 당긴다. 실컷 먹고 난 후 양파를 데리고 맞바람 쐬러 이웃-공원을 찾았다. 겨울 하늘을 쳐다본다.

아~ 코로나와 더불어 찰지게 소중한 것이 몇개 있었구나?






(우리집/ 가족/ TV/ 양파/ 혼술/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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