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500원 추억...

헤게모니&술푼세상 2010. 4. 2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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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아련히 친구가 생각난다

전두환이가 등장한 80년 대 즈음, 통행금지가 있었던 시절이다

그때 조치원 상리 양쪽 길 옆에는 소위  술집<일명_니나노>들이 즐비해었다

운치가 있고 고품이 있는 술집이 아니라, 서민이 오다가다 부담없이 술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허름한 술집이 전부였다

그 곳에는 젊든 늙든 여자들이 있었고 세상의 풍류와 해학과 만담이 있었다

질편함 속에 호탕한 웃음이 육두문자속에 서러운 가락이 있었지만, 겨우 스무살 우린 되바라지진 않았다

조용히 한구석에 앉아 술 잔을 들이키는 스타일이었다

그날 밤도 친구와 나는 어느 술집에서 세상살이를 안주로 벗삼아 술을 몇병 째 비웠다

당시 짜장면 값이 500원... 구멍가게에서 소주값이 약ㅡ250원 정도 했으니까?

술집에서 술을 실컷 먹어도 5000ㅡ6000원이면 충분했다

술값 계산을 마치고 우린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비를 맞으며 집을 향해 걷고 있었을까?

장장 4킬로를 넘게 걸어야만 숙소가 보이는 봉암이라는 동네였다

그 시절에는, 길에서 10분 정도 있어야, 차 한대 정도가 지나갈까 말까?

버스도 끊기고 택시 타기는 엄두도 안나고 무작정 걷는 게 상책이었다

젊은날에 낭만속 만용이라 할까?

암튼 우리는 빗속을 헤치며 2km 정도을 걷고 었었다

오! 오! 구세주

구멍가게 불빛이 우릴 반겼다

마음은 떨리고 몸은 춥고 누구라 할 것 없이 가게에 들어가 술을 찾았다

나는 잽싸게 술을 병째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는데

친구~왈 친구야! 아까 그 술집에서 1500원을 더 받았어!

거스름 돈이 4500원이 맞는데 6000원이야

어쩌면 좋니?

뭘 어쩌라구!

잘 됐네,

술값 생겼잖아!

아니야?

다시 돌려주자

 

지금

그래

너 미쳤니?

그 아주머니가 돈을 더준지 안준지 알게 뭐야?

그냥 가자

지금 9시 넘었어

그래도 그게 아니야

1500원 이면 아주머니한테 큰 돈이야

가자! 다시 그 곳으로

친구야 다음에 갔다 주면 되잖아

안돼!

인물났다

니가 무슨 성인군자라도 돼

콱 막힌놈

친구와 나는 서로 옥신각신합니다

친구는 아무 말없이 오던 길을 다시 냅다 달린다

돌려주고 올께

너 먼저 가라!

야! 임마 같이가..

멍청한 놈아!!!

우린 아무 말없이 그 술집으로 달리고 달렸다

헐떡 거리며 술집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주머니 반가운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아이구 총각들..

아까 셈을 잘못해서 금방 뒤 쫓아 갔는데 안 보였어

그래요 ,아주머니

우리가 돈을 더 받아서 돌려 드리려 온거예요

친구는 돈을 드리며 흐뭇해 한다

오십중반 정도 보이는 아주머니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총각들 고마워 고마워요

복 받을 겨..

내 마음도 뭉클 해질 찰나, 친구는 나를 가리키며 말을 한다

아주머니!

이 친구가 하도 돈을 돌려주자고 해서 이렇게 온거예요

나는 그냥 따라 왔어요

내 친구!! 멋지죠..

친구는 말없이 내 손을 잡는다

나도 친구의 손에 힘을 주었다

우린 손깍지를 낀 채, 다시 집으로 마구마구 달렸다

주적주적 내리는 빗물속에

어느새 내 눈에도 눈물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ps

김은수 친구와 나는 24년이라는 세월동안 서로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7년 전 무정하게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오늘 따라 친구가 사무치게 보고싶습니다.

<나중에 이 친구에 대한 글을 쓰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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