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어느 날이었다
아내는 며칠 후 혼자 여행을 가야할 일이 생겼다며 내게 서류 한통을 내밀었다
당신 싸인이 필요해
오래 걸려 ㅡ 여행....
우리는 누구먼저라 할 것 없이 동시에 서로의 걱정을 묻고 있었다
아내의 여행길은 그 어떤 여행과는 확연히 다르고 여간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지지난주 아내는 약속대로 홀연히 여행을 떠났다
잘 갔다 올께!
너무 걱정 마!
밥 잘 챙겨먹어!
집에 혼자 있는 내가 행여 못 미더보였는지 아내는 도리어 집안 걱정들을 하고 있었다
뒤돌아보지 말고,
당신 여행길만 생각해,
나는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내의 첫 여행길을 무덤덤이 배웅하고 있었다
가끔 전화를 통하여 서로 안부정도만을 물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고 그때마다 아내는 “여행이 생각보다 보통 힘든 게 아니야” 이렇게 말하며 하루빨리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나마 방학 중이던 딸내미가 집에 돌아와 집안일을 돌보고 있어 다행이었지만 혼자 떠난 아내의 여행길은 안 봐도 비디오처럼 고생길이요 고행<苦行>길임을 짐작 할 수가 있었다 생각 보다 아내의 여행 기간은 멀어지고 있었다 길어봐야 2주 정도로 예상했는데 한 달이 걸릴 수도 있다는 연락이 왔다 아니 그 정도로 자세히 봐야할 여행 코스가 생겼단 말인가? 덜컥 어두운 그림자가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아내는 분명 이번 여행은 기분 전환용으로 짧고 굵고 간단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혼자 보내지 말고 함께 같이 여행을 떠났을걸 그랬어 아무리 공장일이 중요하고 먹고 사는 것이 필요로 한다지만 남편 역할이 뭐야!! 시간이 갈수록 후회는 후회를 낳고 반성과 반성은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이러한 나의 애타는 심정을 하늘은 알았을까? 어젯밤이다 일정을 앞당겨 아내가 돌아왔다 정확히 집을 나선지 20여일만이다 오랜만에 보는 아내의 표정은 의외로 밝고 건강해 보였다 내 기분은 덩달아 날아갈듯 좋았다 그렇지만 한편 내 자신을 숨길 수 없을 만큼 아내에 대한 그 어떤 야속함과 원망들이 그리고 미안함과 짠한 마음들이 뒤섞어
물밀듯 밀려오고 있었다
다시는 여행가지 마라
그게 내 맘대로 돼
한번은 더 여행가야 할 것만 같아
.............?
새벽녘 거실에서 딸내미와 잠들어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집이 좋은가 보다. 그 어느 때보다 아내 얼굴이 편안해 보였다
그래!! 사람 앞날<運命>은 누구도 알 수 없겠지만
일곱 명 중 세 명 가는 여행길 남자가 전부 가면 안 될까?
내가 먼저 말이야.
오만가지 생각에 꼬박 잠을 지새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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