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집 청소하는데 요령과 지혜가 생겼다. 1층부터 5층까지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고 뽀득뽀득 물걸레질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40분이면 족하다. 어린 시절에 대중목욕탕에서 일할 때, 때밀이 형님과 지능적이고 고전적으로 써먹었던 목욕탕의 대청소하기 수법이다. 청소할 면적에 일단 옅은 세제를 왕창 뿌리고 최대한 빠르게 정확히 뛸 듯이 좌우로 걸레질을 하는 방법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세안을 하게 되면 손 닦고 얼굴 세수하는 순서가 아니라, 이왕지사 완전 홀딱 벗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줄기를 한 번에 적시듯 뿌려대고 단번에 깨끗이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청소 끝」
그러나 주말마다 청소하는 게, 즐겁지도 않고 달갑지도 않다. 청소일을 마치면 바로 녹초가 된다.
청포묵을 뜨겁게 해서 아침 겸 점심으로 먹었다. 집사람이 며칠 전 멸치와 새우 그리고 표고버섯과 다시마 육수를 우려냈는데 정말로 국물 맛이 비리지 않고 시원하다. 청포묵을 모양새 빠지게 썰었지만 어차피 목구멍으로 들어갈 일용할 양식인데... 몇 달 동안 나를 케어해 줄 사람이 없는데 알아서 챙겨 먹어야지.^^
너는 먹기 위해 산다며.ㅡ.
나는 죽기 위해 먹는다 ㅡ.
내 입안을 청결하게 다듬고
깨끗한 몸을 보여주고 싶어
(헤게모니 생각)
하루에 햇빛과 산책과 엄마를 기다리는 우리 양파 (안방차지) 모습이다.
입가심으로 단감을 먹으니 옛날엣적에 있었던 추억 하나가 소환된다.~~
무작정 양파를 붙들고 나는 얘기를 쏟아냈다.
양파야/
그때 당시 아빠가 결혼했는지 모르지만 조치원에서 최고치와 최대치를 끌어 오르는 사건을 재생해 본다. 어느 날 깊은 밤에 지금은 고인이 된 친구 "김은수"'랑 조치원역 세원 포장마차에서 술병을 붙들고 취기와 싸우고 있었다. 마침 옆자리에는 뜻 모를 여자 2명이 술잔을 부딪치며 즐거운 이야기를 하지 않는가?
무식하면 용기가 힘 솟는 건가!
한 여성이 귀엽고 예뻐 보였다. 어떻게 해서라도 맘에 쏙은 여자를 꼬드기하고 싶었다. 친구에게 무언의 눈길을 주며 바로 일어서서 콕찝어논 여성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걸었다. "아름다운 분 같아요"?^^ 여성 일행은 의아하게 쳐다보는 척하면서도 그냥 싫어하지 않는 표정이다. 나는 이때다 싶었다. 아가씨! 아가씨를 자세히 보니 우리 고향에 주렁주렁 열려있는 소중한 과일이 생각나네요.
그게 뭔데요?
감.
호감..
급호감...
1초 정도 흘렀을까? 포차 주인장과 여성들이 껄껄~ 깔깔 대고 웃는다. 그게 인연이 되어 우리는 여성을 자주 만났고 기약 없는 연애를 이어갔다. 그러나 사귀다 보면 진흙탕 싸움이 생기고, 이 사랑은 절대 오래가면 안 된다는 현실 벽이 있었다. 당연히 서로 간의 기대감과 절대감보다는 피로감과 상실감은 더해갔다. 어느 날 나를 불러낸 그녀가 말없이 메모 한 장을 건네주고 뒷모습을 보였다.
비호감......!!!
가끔 생각나는 그녀는 50대 중년 여인이 되어, 현재 조치원에서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 양파가 귀를 쫑긋하다.
점점 말이 길어지니, 발 뻗고 하품을 한다.
아빠/ 연애시절이 그토록 싫으냐?
그냥 뒤돌아서 가버린다.
또다시 우리 집 앞 24시 해장국집을 찾아왔다.
반찬이 깔끔하고 음식들이 대체로 다 맛있다.
사랑은 반찬 색깔과 음식 맛의 다양성처럼 오묘하고 기묘하는 것 같다. (술푼세상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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