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향신문
※코로나와 산재사고 예방은 다르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2020.05.07 21:03
올해 1월 초, 노동부는 2019년 산재사고 사망자가 2018년에 비해 116명이나 감소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1999년 사고 사망자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감소 규모라고 밝혔다. 특히 건설업 사망자 수가 485명에서 428명으로 57명이나 감소했고, 이는 선택과 집중 방식의 사업장 관리감독, 발로 뛰는 현장행정 덕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27일 노동부가 공개한 ‘2019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의 분석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건설업에서 사고 사망자 숫자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건설업의 사고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 명당 사고 사망자 수)은 1.65명에서 1.72명으로 늘었다. 건설업 사고 사망자 숫자가 줄어든 것은 2019년 건설경기가 나빠 건설업 노동자가 줄어서 사망사고도 줄어 보였던 것뿐이다.
2018년 수준의 사망률만 유지됐어도, 건설 사고사망자는 410명이다. 죽지 않았을 노동자 18명이 더 죽은 것이다. 이 18명 중에 이천 물류창고 참사 피해자처럼 일 배우러 나간 20대도 있고, 머나먼 곳에 고향을 두고 일하던 이주노동자도 있고, 결혼식을 기다리던 30대도 있을 것이다. 노동부와 안전공단, 국토교통부까지 나서 ‘건설현장 사망사고’ 예방에 집중하는 전략 자체가 틀렸다고 보지 않는다. 현재 한국의 노동안전 수준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 건설현장 사망사고 예방이 집중과제가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안전인력으로 큰 현장을 순회 점검하고, 시스템 비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산재사망사고를 줄이는 데 부족하다. 코로나19는 잘 막아내는 정부가 산업재해는 왜 막아내지 못하냐며, 정부를 달래거나 규탄하는 말도 넘친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산재사망사고는 다르다. 이윤을 중심으로 설계하고 계획하는 관행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기업들의 ‘경영’ 방침이다. 노동자는 생산의 한 요소일 뿐이라는 사고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켜켜이 녹아들어 있다. 일시적으로 인력과 자원을 쏟아부어서 물량전으로 제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표준이기 때문이다.
17개 하청업체에 공사 기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닦달하던 이천 물류창고 건설 원청 책임자는 위험 상황을 ‘의도’하거나, 안전수칙과 공사 기한 준수를 견준 후 공사 기한 준수를 ‘선택’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납기일을 지키고, 생산량을 맞추고, 공사 기간을 지키고 심지어 단축하는 것은 당연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사고는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중요한 사인이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다시 주장하는 이유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의 원청과 발주자를 처벌한다고 해서 산재사망사고가 완벽하게 해결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이 크게 다치고 사망하는 사고에 대해 실제 이윤을 가져가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산재 사고를 ‘안타깝지만 있을 수도 있는 일’로 생각하는 한국사회 관행에 균열을 내는 첫 번째 충격이 될 수 있다. “처벌받는 것이 두렵다면 기획과 설계에서부터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하라”고 법으로 정해두는 것은 기업 경영의 목표에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두게 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오늘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 산재사망사고 피해자들을 기억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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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인의 경영방침은 당연한 것이다. 손해보고 장사하는 장사꾼은 이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지나친 간섭(관치)으로 인해 사업하는 풍토가 열악해진다면 일류기업 삼성이라도 이 땅을 떠난다. 모든 기업을 눈엣가시처럼 악덕 기업주로 몰아붙이는 뿌리 깊은 의심과 불신은 속히 멈쳐야 한다. 마찬 가지로 21세기 경영인들이 진심으로 노동자를 가족처럼 여긴다면 최소한 산업안전과 노동생명을 경영덕목의 제일로 삼고 반드시 실천의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놓고 대충대충/ 빨리빨리/ 속전속결/ 얼렁뚱땅/ 눈 가리고 아웅/ 속칭 "아도 치기" 기업 조직문화는 청산해야 한다. 건설업의 관행처럼 내려온 원청_하청 일감 몰어주기와 단가 후려치기가 노동자들을 공장의 생산 라인으로 취급했고 기계의 부속품으로 치부했던 것이다.
필자는 코로나19와 산업재해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말하지만 지극히 무재해 (예방차원)를 앞에 두고 말한다면 전염병과 산업재해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이제는 각종 전염병도 건설업 사망자처럼 우리의 낯익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하여, 필히 고급 인력과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막대한 물량전으로 막을 수 있다면 국가의 재정을 풀어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제정할 수 있을 테니까...?
ps
글쓴이= 최민 상임활동가는 세종시 최교진 교육감님의 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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