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버지 묘소앞. 불경죄!

헤게모니&술푼세상 2010. 9. 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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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요!
자식들이 왔어요
40년여 동안 하늘만
바라보고 누워 계시는
울 아버지 답답하시지요.
형제 중 막내가 말하네요
"이제는 아버지가 힘드시니
(파묘) 꺼내어 백 바람처럼
날리어 보내 드리자 고 하네요 우리 형제들
대부분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절대 파묘는 안 해요,
근데요 아버지! 엄마 가요 엄마! 당신이 죽으면 아버지 옆에 옆에 나란히 매장해 달라고 하시네요 아버지를 오매불망 그리워하시는 것 같아요
엄마가 그러대요 니 아부지하고 16년 밖에 안 살았지만 싸움 한번 안 했다고 말이에요
아버지! 엄마 인생이 너무 불쌍해요 그래서 이것만큼은.. 엄마까지만 매장해 드려고 해요
언젠가 엄마가 아버지 곁으로 가시면 아버지의 그 허탈한 웃음으로 맞아주세요 한번 안아주세요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요.. 아버지요! 이제 둘째 아들 제가 아버지 묘소 앞에 서 있어요 아버지 저는 왜 이렇까요!
올해도 아버지 머리 모양을 특별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아버지 평소 즐겨하시던 머리 스타 이를 생각합니다..
머리 밑을 살짝 손질하시는 모양새도 생각하고요 간혹 즐겨하셨던 스포츠형 비슷한 머리 2.8 가르마 머리도 생각해 보고...
왜 산 사람들은 죽도록 빡빡머리만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것도 전통이고 풍습인가요?
겨울은 다가오는데 차라리 장발머리로 놔두는 게 낫지 않나요 물론 (묘) 앞 제단 그리고 주변들은 깔끔히 손질하고 정돈은 할 겁니다!
아버지 저는 불효자예요.. 벌초는 지극 정성으로 엄숙히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조상에 대한 은덕이고 은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는 (머리스타일 ) 불경죄(不敬罪)와 같은 잡생각이 춤을 춥니다 中略 아버지! 아버지의 산소길을 지나가다가  어느 묘를 보니 풀만 무성한 채 몇 년 채 방치되어 있어요 분명 산소자리가 맞는데 산소가 아니에요 그럴 바엔 차라리 바람처럼 날려야지요
아버지가 그토록 싫어하셨던 일본 사람, 일본 놈들이 만든 `혼다`예초기를 어깨에 짊어지고 벌초하는 모습도 종종 보네요 우리도 별반 다를 것 없고요
일본 제품을 묘(1기) 당 3 ~5만 원 하는 출장 벌초가 호황을 누리네요 그저 웃지요
아버지 곧 추석명절이 오는데 참 이상해요 부침(전) 지지는 냄새가 싫어서, 형제 친척을 만나는 게 껄끄러워서, 외국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인터넷, 화상으로 호텔방에서 제사 지내는 녀석도 생겼어요. 그것도 조상 음복을 기리는 거래요
아버지요!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한들.. 오늘날 조상의 벌초와 제사만 보더라도 세대 간의 문화 차이가 큰 것 같아요 왠지 모를 슬픈 자화상을 봐요
아버지 저는 죽으면 화장해서 아버지 곁에 뿌릴 합니다... 아버지 십 년 전 만해도 우리 가족&큰집 가족들 40여 명 정도가 벌초를 하고 묘소에 둘려 앉아, 형제, 친척간에 모여 우애를 다지고 친교를 다졌는데 이제는 손자 손녀들이 커서? 반으로 줄어들었네요
그래도 지금 20여 명이라는 숫자는 영불 변 할 것이고 끝까지 명맥을 이어갈 것입니다
아버지요! 내년에는 어떤 머리스타일로 해 드릴까요?!ㅡ 시대는 변해도 "낫"은 꼭 챙기겠어요 나중에 엄마도 마찬 가지예요
아버지! 손자 손녀가 보고 싶으시죠. 형제들 간에 우애 있게 살게요.. 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2010년 9월 5일 둘째 아들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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