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을 살펴보니 합창(合唱)이란
첫째 여러 사람이 목소리를 맞추어서 하모니를 이룬다
둘째 다른 사람이 주장하는 의견이나 견해에 동조하여 같이 조화를 이룬다
이와 같이 합창이 꾸려지고 굴러간다면 노래함에 있어 무슨 갈등과 충돌이 벌어지겠는가
당신
음악이 뭔 줄 알기나 해
글쎄 전혀 모릅니다
당신! 정식 오디션에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아
전혀 관심 없습니다
어느 날 어느 분과 내가 나눈 말 중 일부분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어떤 서운하고 불쾌한 감정은 없었다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네 음악 뻔하고 뻔한 수준 아닌가
내게 높은 음악 <퀄리티>를 원했다면 아마 나는 오랫동안 합창단 생활 <13여 년>을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긴 세월 동안 나는 나름대로 음악의 이해도와 영역을 높이려고 무던히 노력을 했고 공부도 했다
어쨌든
내 인생도 내 노래도 후반전이다
자주 피로와 피곤함이 짜증스럽게 밀려온다
그렇다!
때가 온 것 같다
바람처럼 휑하니 사라지는 거다
어젯밤 바람을 만났다 간혹 비추어왔던 내 의중을 꺼냈다
음악 활동하기가 싫습니다
무슨 부귀영화 누리겠다고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던 바람은 내게 바람을 말한다
내가 당신한테 애정이 없었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내 심정을 말해 볼까요
애가 탑니다
.........
바람님의 하염없는 말을 듣고 있노라니 지나온 세월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젊은 날에 만나서 서로 인연이 되었고 음악. 우정. 사랑. 의리. 하나로 똘똘 뭉쳐 한 시절을 풍미해 왔는데
한편 내 마음이 무겁고 먹먹하다
순전히 바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역지사지) 내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하다
음악에 있어 끝까지 책임지려는 그분 <바람>과 끝까지 회피하려는 내 모습이 비교가 된다
나는 고뇌 속에 조용히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새벽녘에 새로운 마음으로 발자국을 남겼다
미안합니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내가 뭣이나 있는 것
내가 뭣이나 가진 것
내가 뭣이나 아는 것
내가 뭣이나 할 수 있는 것
다시 한번 있는 만큼 아는 만큼 가진 만큼만(음악)같이 가겠습니다
풀도 아닌 것이 나무도 아닌 것이
아마 나는 내 운명대로 못 살 것 같다
그것도 팔자인가 보다
psㅡ닉네임 <바람> 지휘자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