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헤게모니&술푼세상 2022. 2. 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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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일관 선생님 별장에서 (대보름달)

며칠간 공장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나가 봐야 살 떨리는 공장 분위기에 금방 무기력해지고 나도 모르게 울화통이 터져 버리기 때문이다. 거의 가동이 멈춰버린 공장 현황 앞에 당분간 공장 풍경을 안 보고 사는 것도 심간이 편할 것 같다.

 

온종일 침대와 거실과 옥상을 놀이터 삼고 심심하다 싶으면 철 지난 책들을 다시 보기로 복기한다. 얼마 만에 보는 황석영 작가의 무기의 그늘인가? 우리의 참담한 분단 현실과 월남전의 부채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현대사의 걸작인데 엉뚱하게도 내 생체적인 물건과 무기의 그늘진 삶으로 둔갑시킨다.

 

생각이 깊으면 골치가 아픈법~TV 바보상자와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나에게 글쓰기를 권장했던 맹일관 시인님께서 미리 약속한 장소를 급 변경한다. 곽 선생님! 신도심에( 도담동) 있는 풍류아리랑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조치원 세븐스트리트에서 만나요. 약속 시간 오후 5시가 되자, 대충 옷을 걸쳐 입고 1층 가게로 내려가니 몇 년 만에 보는 여성분들이 나의 시야를 넓힌다.

 

반가움이란 이런가 보다. 매우 달콤하고 새콤하다. 여섯 명이 모여 세븐에서 대표 메뉴 화이타를 시켜놓고 술병(소맥)을 모으니 1시간 만에 10여 개 훌쩍 넘긴다. 우리 일행들은 2시간 여 동안 그동안의 안부와 근황을 물으니, 술병은 점점 쌓여가고 얼굴색은 점점 빨갛게 물들어간다. 술은 사람을 부르고 사람은 술을 부르는 것 같다.

 

1차로는 만족하지 못해, 맹 시인님의 별장으로 직행한다. 거기로 가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해방구가 선포되고, 날밤이 새도록 음주가무가 보장되니까? 세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깊은 산속(별장)에서 귀한 옹달샘을 만나듯이 타는 목마름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나의 우울증과 불안심리를 함께 보태서 말이다. 그리고 자정은 넘기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거실을 지키고 있는 집사람이 내 팔을 당기며 오늘은 꼼짝말고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말라는 충고다. 병원에 근무하는 딸아이가 코로나19 양성 환자와 밀접 접촉자로 분리되어 내일 코로나 검사를 대상이라나 뭐라나? 겉으로는 무덤덤하지만 속내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집에서 가족끼리 마스크를 쓰는 촌극이 벌어진다. 게다가 체온계와 해열제를 복용하며 집안에서도 비대면 거리두기를 실천한다.

 

우리 집에서 손자를 키우는 입장이라, 누구보다 집사람이 신경을 곤두세운다. 오늘 하루 종일 딸의 코로나 검사 결과를 목 내밀고 기다렸다. 다행히 사위와 딸은 최종 음성으로 판명되어 이제는 한시름 놓고 손예진의 서른-아홉에 눈길을 돌리며 초집중하고 있다. 첫 방송이지만 흥미진진하고 대사가 드라마틱하고 시그널 하다.

 

불혹이 되면 나잇값을 하라는 사람이 맹자인 줄 알았는데 공자라니? 이순을 갓 넘어선 내가 나이에 책임을 지고 사는 걸까? 60대는 답이 없고 낙이 없다!

 

개팔자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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