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전후하여 집 근처에 골목상권을 훑터보는데, 가게마다 을씨년스럽게 빈자리가 너무 차고 넘친다. 코로나19 여파로 장사 불황은 불가피한 면도 없지 않지만, 정부 당국의 밤 9시 영업제한 조치 때문에 적자 매출이 계속되고 있다. 장사를 할수록 손해라는 자영업자의 하소연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 아들 가게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벌써 세븐스트리트(멕시코-요리)도 2달 후면 1주년 개업식 잔치를 치른다. 천만다행히 아들 가게는 완전 자리를 잡고 소문난 맛집으로 고공행진이다.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주시니 주말에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자리가 만석이라서 그냥 발걸음을 돌리는 고객들이 많다. 그렇다고 가게를 확장할 수 없는 노릇이고 무작정 기다리시면 빈자리가 나온다고 말할 수 없다.
문제는 밤 9시
영업 시간제한으로 시간에 쫓겨 맘 편히 식사를 못하고 금세 자리를 뜨는 손님들을 볼 때면 난처하고 황망하고 죄송하기 그지없다. 타코음식은 양주와 각테일 뿐 아니라, 소주와 맥주에 어울리는 요리이기 때문에 아침부터 장사는 거의 불가능하다. 학생과 직장인이 퇴근하는 시간대에 맞혀 장사하는 술집이라는 거다.
엊그제 저녁 6시쯤 CCTV를 쳐다보니,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댄다.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어 난생 처음으로 주방에 들어가 요리용 프라이팬 닦기에 열중했다. 물론 대형 식기세척기가 있지만, 밀려드는 홀 손님과 배달 주문량 앞에는 속수무책이고 무용지물이다. 한번 프라이판을 사용하면 지글거리는 기름때 많기 때문에 반드시 다시 닦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주방에서 1시간 동안 허드렛일을 하다 보니 무엇을 하든 쉽게 하는 법이 어디 있고 손쉽게 돈을 벌 수 없는 것 같다. 음식 요리는 끝없는 노력과 정성을 담아야 맛있는 요리를 만든다는 것을 목격했다.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젊은 청년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며 주방을 빠져나오는데, 우리 집 앞 100미터 지점에서 맥주집을 운영하는 젊은 여인이 내게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아니! 오늘 장사 안 하세요? 손님이 없어 죽겠는데 누구한테 염장 소리를 들으니, 재수 없어 일찍 문 닫고 집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얘기입니까? 사실인즉슨 만취한 손님께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막말을 했던 것이다. 다른 데는 손님들이 바글바글하는데 "이 집에는 파리채만 잡고 있느냐"며 따지듯이 대들었고 심지어 장사가 안 되는 집은 다 이유가 있다며 폐업을 종용했다나! 뭐라나?
나는 나도 모르게 (SGSS)거친 말로 심심한 위로를 건넸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며 어떻게 서라도 참고 이겨내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격려는커녕 상스러운 악담을 퍼붓다니, 분명 사람새끼가 아닐 것이다. 간혹 정신 나간 사람들이 자영업자에게 대못을 박는 멘트가 있는데 맛집은 뭐가 다르다. 맛집 빼고 장사 안 되는 곳은 다 폐업하고 공장이나 다녀라! 지겹도록 코로나19 (역병)핑계 대지 말고~~ 참으로 배은망덕한 놈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의 자영업자들이 착하고 인내심이 많다. 오늘도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있다. 모든 물가(식자재)가 급상승했는데 장사하기 힘들지? 아들은 무덤덤이 대답한다. 아빠! 하루 매출이 들쑥날쑥하니, 하루가 여삼추입니다. 또 2주간 거리두기와 밤 9시 영업제한이네요. 장사가 잘돼도 나름에 고충이 많아요? 그만큼 쓸돈이 많아 지출액이 상당해요~아들 말을 빌리면 겉만 화려할 뿐이지, 따지고 보면 속빈강정이라는 것이다. 그래! 언젠가 따사로운 봄이 시작되듯이 모든 자영업자에게 따뜻한 햇살이 비출 날이 올 거야!
「힘내라」
주방에서 일해주고 시급 대신 받은 호박 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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