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오전에는 은행에 갈 일이 있어 창구 앞에 직원과 1시간여 얘기를 나누는데 전화에 불이 난다. 나는 성격상 다중시설과 관공서에 가면 반드시 전화기는 진동모드로 전환한다. 사람들이 있건 없건 말건 큰소리로 전화질을 해대는 개념 없는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함이다. 공공장소에서 작은 (에티켓) 질서와 배려심을 가지자.
여간 진동모드도 신경 쓰인다. 잠깐 일어나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는데, 친구라는 녀석이 어처구니없게도 주말 모임에 참석할 거냐는 문의다. 야 인마! 내가 세 번 동안 전화를 안 받으면 무슨 일이 있다 치고 카톡과 메시지로 줄거리를 보내주면 어디 덧나냐? 대가리가 장식용이냐? ^^ 융통성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놈아! ㅋㅋ 직접 너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어서 그랬지? 인간아! 말이나 말자~ ㅎㅎ
은행 볼일을 마치고 바로 공장으로 가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요즘 식음전폐하며 엄마 찾아내라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 양파가 걱정되었다. (개사료는 절대 안 먹음) 양파가 좋아하는 우유를 1통 사 가지고 집에 들어가니 양파는 안방에 침대에서 꼼짝하지 않고 눈만 껌벅깜박거린다. 이럴 때는 양파를 달래는 방법이 있지?
양파야! 우리 바깥에서 산책할까? 말귀를 알아듣고 너무 좋아서 날뛰는 양파를 데리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4킬로 정도를 뛰고 걷고 했으니, 얼추 1시간 소요됐지 않나 싶다. 물론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양파를 위해 간식용으로 고구마 말린 것을 준비했다. 잠시 길가에 쉬면서 고구마와 물을 주니 허겁지겁 환장하게 먹는다.
역시 사람이나 짐승이나 감정의 동물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적재적소 (때와 장소) 좋은 환경에 따라 모든 생명체는 건강해진다.
양파와 데이트를 끝나고 집에 놓고 온 핸드폰을 살펴보니 거래처 주문이다. 오전 11시 40분이다. 공장에서 제품을 싣고 하다 보면 1시간 정도 걸린다. 당장 입고시켜야 하는 이유 때문에 양파에게 말했다. 잠깐 다녀올게~ 집 마당에서 놀아~
12시 50분에 출발하여 목적지 경남 합천으로 달렸다. 왕복 440KM다. 아뿔싸 그런데 급하게 나오다 보니 안방과 거실 불을 켜놓지 않고 나와버렸다. 양파! 요 녀석은 혼자 있을 때 껌껌 깜깜 하는 걸 싫어하는데, 큰일 났다. 얼마나 차의 엑셀레이터 밝았는지 모르겠다. 항상 네비 없이 다니는 길인데 오죽하면 네비를 켰을까? ㅎㅎ 위에 지도는 합천 시내길 교동이다. 정확히 시계는 3시 55분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6시 5분이었고, 거래처 합천공장, 도착 시간이 3시 15분..... 물건 내리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온통 양파에 신경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역시 우리 양파~
가장 슬픈 표정으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양파야! 너 우유 좋아하잖아?
내가 전부 먹고 약간의 맛만 맛보게 했다.
거의 바닥까지 핥아먹는다.
양파를 무척 사랑하는 것은
우리 부부싸움을 멈추게 한 장본이다.
예뻐~ 예뻐~~
양파는 우리 (가족애) 일원으로서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양파가 오래도록 우리 가정에 머물도록 건강을 살피겠다.
나는 왜 양파와 산책 나갈 때 휴대용 손도끼를 들고 다닐까?
자나 깨나 사나운 개로부터 양파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언제 한번 큰 개가 달려들자 손도끼를 휘둘려버렸다.
즉시 깨갱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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