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는 강도를 더해갑니다 언제부터인가 밤비가 내리면 창문을 열고 우두커니 명상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오늘밤은 유난히도 지난날을 회상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가는 시간을 멈출 수만 있다면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여행을 떠나는 것도 괜찮을 성 싶습니다 보따리를 풀어봅니다 벌써 이곳에서 정착한지도 3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지금 집중 거론해야 할 사연 많은 아파트 생활은 13년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애시당초 그물처럼 촘촘히 엮여져 있는 아파트 공동체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도록 거주<去週>하게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요? 물론 이곳 보다 더 나은 곳으로 안주<安住>하고 싶었던 마음도 수십 번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발목을 잡는 이가 있었는데 바로 집사람이었습니다 집사람의 눈물을 기억합니다 처음 아파트 분양을 받고 거실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 사람입니다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집 없는 서러움을 한방에 날려 간 것 같아/ 이순간이 가장 행복해/
넋두리를 하며 하염없는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생활 8년차 무려 9번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남들은 무던히도 많은 이사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집사람이 겪어야 했던 과정과 애환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처철하리 만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나는 죽어도 이집에서 죽을 거야/ 억만금을 준다해도 이사는 진절머리가 난다/ 유언처럼 고백했습니다 오죽했으면 한번도 마음에 맞는 집에서 살아본 기억이 없는데 이 아파트는 마음에 쏙 든다고 방점<傍點>을 찍었습니다 이런 결심을 가진 집사람을 나두고 마냥 전원주택에서 텃밭을 가꾸며 그림처럼 한번 살고 싶다고 말할 순 없었습니다 그래 자신을 포기하자ㅡ환경에 적응하자ㅡ 집사람을 이해하자ㅡ 사는 위치가 뭐 그리 중요한가ㅡ 스스로 마음을 내려놓자ㅡ 그리고 참으로 주름살이 깊게 패인 흔적처럼 열심히 숨 가쁘게 달려온 것 같습니다 가난<家難>은 숙명<宿命>이 아니다 얼마든지 마음먹기에 따라 벗어날 수 있는 의지고 희망이다 도둑질만 빼놓고 안 해본 것 없이 앞만 보고 살아왔습니다 몇년 전 고물상할 때 일입니다 우리부부는 마스크를 쓰고 집 근처 홍대에서 패트병<PT>을 며칠 주우러 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개인택시 하는 친구가 눈물을 글썽이며 하는 말을 죽어도 잊지 못합니다 “꼭 이렇게 하고 살아야 돼“ 스스로의 오기와 복수는 아니었습니다 나무를 보지않고 가슴속 깊이 전망 좋은 숲을 봤습니다 허황된 공상보다 반드시 노력해서 꿈을 이루고 말겠다는 다짐과 약속 그런 것 말입니다 ”지금 잠시 창문으로 눈을 돌려보니 알수 없는 애환<哀歡>과 회한<悔恨 >이 빗줄기와 함께 밀려 옵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말합니다 아픔과 고통을 쏟을 만큼 열심히 살고 고생했기에 이 정도면 만족하렵니다 드디어 3개월 후면 그동안 회노애락<喜怒哀樂>의 진수를 보여 주었던 아파트 생활을 청산합니다 물론 집사람의 묵은 때가 곳곳이 묻어 있기에 팔지 않고 떠납니다 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몇년 전에 사놓은 터에 5층 건물을 짓습니다 상가도 올리고 원룸도 만들고 맨 꼭대기에는 살림집<書齋>도 꾸밀 겁니다 돈이 많아 건물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가 잠시 빌려준 돈을 무서운 줄 모르고 쏟아 붓습니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그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일은 한치도 알 수 없습니다 운명을 가름할 수 없듯이 말입니다 다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햇볕이 고루고루 스며들며 양지 바른 곳에서 소탈하게 살다가 미련 없이 가고 싶은 마음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무언인가에 쫓기다시피 별수 없이 살았지만 이제는 한번쯤 주위를 돌아볼 줄 알고 여유와 평온을 듬뿍 안고 살아가렵니다
주위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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