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처음 손자의 손을 잡고 걸었다.

헤게모니&술푼세상 2022. 6. 2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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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20 오늘의 일기」

나는 희한한 체질을 갖고 있다. 몸에 열이 많아 초봄부터 목욕을 할 때면 찬물을 사용하고 3월 중순이면 차량의 에어컨을 틀고 다닌다. 오늘 새벽은 5시에 일어나 대충 찬물로 사워를 하고 곧바로 장거리 운전을 하는데 내 몸은 여름철(땅)지열처럼 덥다 더워! 미치도록 지겹다.^^

 

1단 에어컨을 작동시키며 아침 7시가 되니 성주군 초입에 도착한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MBC 라디오 김종배 시선집중에 주파수를 맞추고 계속 달리다 보니 목적지가 보인다. 단 10분 만에 물건을 내려주고 대전 근처에 지나치니, SBS 김현정의 뉴스쇼는 마무리 멘트를 한다.

 

정치와 시사, 사회이슈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 두 프로그램은 자주 애청하는 편이다. 두 진행자의 정치적인 색깔(판단)은 호불호가 갈라지듯이, 여야를 바라보는 관점이 시시각각이고 천태만상이다. 그런 이유인지 몰라도 일단은 (김종배와 김현정) 두 김씨가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오전 10시를 넘어 무사히 세종에 도착했지만 왠지 공장으로 가고 싶지 않다. 공장에 할일은 많고 하루 일정을 정해져 있는데 앞뒤 재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 벌러덩 누워버렸다. 그 이유는 밤새도록 진기명기한 유튜브 채널을 보다 보니 꼬박 날밤을 새워버렸으니, 피곤이 천근만근 한 것은 당연하다.

 

거실에 있는 에어컨을 18도로 맞추고 꿈나라 여행을 마치니 오후 3시경이다. 마침 손자와 장모님과 집사람이 함께 모여 삶은 고구마와 감자로 점심 끼니를 때운다. 나도 식탁에 앉아 올해 처음 먹어보는 햇감자를 폭풍흡입을 하는데, 집안 분위기가 쌩하니, 이상하게 돌아간다. 무슨 일이지? 머리를 흔들고 갸우뚱하니 벌써 시간은 밤 9시다. 

 

이시간이면 절대로 양파(반려견)를 산책시키지 않는데 장마철이 다가온다는 기상예보 때문에 양파를 한 번이라도 더 바깥구경을 시켜주고 싶었다. 뛰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양파와 세상 시름을 잃고 세상 기쁨에 젖어 있는데 진동으로 해놓은 내 핸드폰에는 우리 집 김여사의 전화번호가 무수히 찍혀있다. 빨리 집으로 들어오라는 신호다.

 

양파가 넘 비싸^^ 일요일 부여 형님 밭에서 제 가격에 사옴

나도 요리사가 다 됐음 ㅎ~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은 적중했다. 낮에 당신이 쿨쿨 자고 낮 더위는 폭염 상태이고 해서 앞마당 꾸미기를 미뤘다며 지금 삽 들고 황토색 흙을 퍼가지고 오라고 한다. 아니 이 늦은 시간에 그것도 무게 나가는 삽질을 해야 해! 옆에 계시는 장모님께서 한심하다는 듯 심한 눈초리를 주신다. 더위 피해 스티로품의 텃밭을 꾸미겠다는데 힘들어도 흙좀 퍼오시게나?

 

장모님 말씀에 찍소리 못하고 바로 꼬리를 내리고 곧장 100미터에 있는 밭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흙을 파고 혼자서 5층 앞마당에 흙을 올리고 스티로품에 마무리를 하니 낮에 피곤을 달랬던 가벼운 기운이 사뿐히 날아가 버린다.

 

그런데 재미나고 신기한 일은 우리 손자의 행동이 너무 귀엽고 천진난만하다. 삽질을 하고 호미를 들고 어른들의 행동을 그대로 베낀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앞에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라고 했던가? 애들은 그것이 좋든 나쁘던 그대로 따라 하며 성장하니까?

 

끝까지 손자는 우리곁에 껌딱지가 되어 텃밭 가꾸기에 집중했다. 너무나 대견스러워 조심스럽게 손자 이름을 부르며 할아버지와 손잡고 1층 가게에 한번 가볼까?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고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손자와 단둘이 집 근처를 돌아다녔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사내끼리 서로를 알아보고 인정한다는 것이 아닐까? 18개월 짜리 손자를 처음으로 오랫동안 안아보고 손을 잡고 꿈같은 데이트를 했으니, 세상에 이런 일이^^내가 접근만 해도 곧바로 울어버린 아이가 내 손주가 아니었던가? 21일 오밤중에 먹는 비빔면이 이리 달고 꿀맛일까? 사소한 것 같지만 이게 참된 행복이 아니고 뭐 겠나?

 

 

늘 오늘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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