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직업수를 말한다면 약 11600여 개 정도다
이 순간 갖가지 직종들이 생겼다 사라졌다 반복되지만 10년 주기 통계를 보면 3000여 개의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늘어난다고 한다
설마 그 정도야 할 만큼 많은 직업 숫자에 놀랍다
이 많은 직업수를 지금 내가 내 머리를 쥐어짜고 이리저리 굴려보면 과연 몆 개나 외울 수 있을까?
아마 지겹고 숨이 막혀 그만 포기할 것만 같다
그러나 내가 12살 (사회생활)부터 지금까지 실제 경험했고 겪어왔던 직업들은 선명하리만큼 외울 수 있고 기억할 수 있다
꽃집, 중국집, 한식집, 분식집, 요릿집, 여관, 목욕탕, 호텔보이, 제화점, 제과점, 철공소, 박스공장, 플라스틱공장,
봉제공장, 과자공장, 모피공장, 운전기사, 세탁소, 고물상, 기구한 운명처럼 내 직업들도 다양하게 기구하다
이중에 내가 직접 운영했던 것은 모피공장 빨래방 고물상 그리고 지금하고 있는 소켓공장이다
오늘은 고물상을 꾸려 나갈 때 겪었던 씁쓰레한 이야기를 무덤덤히 써 내려가고자 한다
어느덧 3년 전 일이다
이 지역에서 제법 큰 공장을 경영하시는 친한 형님이 전화 한 통을 보내온다
동생! 오늘 시간 내봐?
같은 또래 친구하나 소개 해줄게!
그날밤 나는 약속 장소로 나갔다 한 남자가 곧장 일어서서 인사를 하는데 체격이 다부지고 눈초리가 매섭다
이윽고 명함을 서로 건네받으니 아니나 다를까 경찰공무원이었다 그것도 경정이다
그런데 내 명함을 본 경찰 표정이 금세 어둡다 머뜩하고 귀차니즘이다
내가 누군가 세상 눈치코치 하나로 세상을 (산전수전 공중전. 육탄전) 이겨내며 살아온 놈 아닌가
고물상 하는 주제에 너는 나와 품격도 안 맞고 수준 차이도 나고 절대 너는 친구가 될 수 없어
하는 신호가.. 경찰관 얼굴 곧곧에서 잘 묻어나고 나타난다
형님은 내 직업을 말하지 안 했던 것이다
불편하다, 어서 만남을 빨리 끝내고 싶다
역시 내 생각은 적중했다 마지못해 억지 술잔이 오간다
형님께서는 기분전환을 위해 노력하지만 우리 둘은 시간이 갈수록 안절부절 어색하다
일어서 버릴까, 아니다, 좀 더 기다려 보자, 그래 모처럼 손자병법을 써보자
"경찰이 묻는다 고물상 하루 매상이 얼마나 돼요?
혼자 일해도 그냥 그럭저럭 밥은 먹고 삽니다
아니 얘기해 봐요
거의 취조 수준이다
나는 사실대로 말한다
경찰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순수익만 이백칠만 원을 벌었지요.
나는 묻지도 않는 말을 건넨다
“한 달에 돈 천만 원은 수중에 넣지요"
꽤 놀랍고 당황하는 눈치다
이 사람이 리어카 수준으로 알았나 하는 생각에 나는 그만 히죽히죽 웃고 말았다
우리는 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겨 소위 2차를 했다
거기서 나는 그 경찰관의 진면목을 여가 없이 보게 되었다
술이 계속해서 들어가자 진상이 따로 없다
함부로 종업원한테 대하는 태도며 갈수록 나에게 대하는 말투도 거칠다
이봐 당신, 자네, 그것도 모자라 삿대질까지 한다
참 가관이 따로 없다
이건 무시를 넘어 멸시다
술을 곱게 먹을 일이지 주둥아리로 먹나?
이봐 내 아버지는 당신보다 더 젊어서 당신과 동급계급을 단 경찰관이었어
아버지 명예 때문에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왜 경찰을 짭새라고 하는 줄 알아
권력 앞에는 아부하고 굴복하고 민초들한테는 군림하고 지배하려는 못된 버릇 때문이야
지금 주변한테 하는 행동처럼 말이야”
이렇게 말하고 싶은 심정이 목구멍까지 차 올랐지만 형님 입장도 있었고
무엇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하는 생각으로 나는 끝까지 피했고 꾹 참았다
그날 나는 나보다 한 살 어린 경찰한테 너, 이 자식, 이라는 쪽팔림과 수모를 당해야 했다
아무 이유 없이.... 그 뒤로 그 경찰관을 본 적이 없다
ㅡ지금 생각해 보면 그의 눈에는 내가 고물 하니까 고물 같은 인간으로 본 것 같다ㅡ
ㅡ험한 일을 하니까 험한 놈으로 본 것 같다ㅡ
ㅡ사람을 외모로 판단하고 직업 따라 사람 가치를 매긴 것 같다ㅡ
그때 분명히 그 경찰관 조금만 있으면 총경이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얼마 전 우연히 그 경찰 소식을 들었다
아직도 그 계급이란다 내가 알바가 아니다 관심도 없다
나는 1년 8개월이라는 짧은 고물상을 운영했지만
그 시절도 많이 행복했었다
2005년에 실화소설로 나왔던 이철한氏행복한 고물상이 내 모습과 흡사하다
행복한 고물상에는 우연치 곤 기종이라는 등장인물이 있다
진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책이다
궁금하다
고급 경찰관과 고물상주인은 절대 어울리지 않는 한쌍인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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