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 그녀..(팡세)

헤게모니&술푼세상 2012. 2. 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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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해 우리 사회의 큰 이슈와 화제꺼리는 뭐니 뭐니 해도 무상급식(포퓰리즘)찬반 논란이 아닌가 싶다

 

선별적 복지다 ㅡ오세훈시장

보편적 복지다 ㅡ곽노현 교육감

 

아이들 밥그릇을 놓고 두 사람 간에 첨예한 대립과 반목을 지켜보면서 나는 씁쓰레한 표정과 감정을 숨길수가 없었고 피식, 허한 웃음과 긴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래 맞아 오氏와 곽氏는 절대 가까워 질수가 없고 어울릴 수가 없어 同而不和야! 특히 성격도 다르고 성질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잖아... 吳씨....//? 오씨 姓을 가진 그녀를 만난 것은 25년 전 어느 화창한 봄날 어느 지인의 결혼식장에서였다 당시 나는 지인의 부탁으로 결혼식 사회를 맡았고 그녀는 신부 측<동창친구> 자격으로 참석 하고 있었다 처음 본 그녀의 비주얼은 흔히 말하는 양귀비처럼 절세미인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왠지 보면 볼수록 매력 있고 교양미가 넘쳐나는 멋진 여성이었다 여성스러운 말솜씨에다 애교스러운 몸짓 그리고 내가 그토록 바라던 하얗고 깨끗한 예쁜 손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똑똑하고 현명했고 폭넓은 지식을 가진 신세대 여성이랄까? 정말이지 나는 그녀에게 바로 콩깍지가 낄 정도로 내 심장은 금세 쿵덕 쿵덕거렸고 안보면 숨이 멈출 정도로 그리움<寤寐不忘>의 그 자체였다 우리 사랑은 기대만치 엄청 컸을까요? 나는 한시도 내 고백을 지체할 수가 없었고 망설임을 할 수가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강도 높은 사랑고백을 해야만 했었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우리의 사랑은 거침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20대의 불같이 타오르는 사랑이란 하늘에 떠있는 하찮은 별들도 몇 개 따 버리고 마는 기백이 있었고 실제 그녀에게 적지 않는 별들을 따 주기까지 했었다 그녀를 만난것은 행운과 보람이었다 참으로 그녀는 인간적인 사람인건 분명했다 못생긴 내손을 아무 말 없이 잡아주었고 한번쯤은 못생긴 손 생김새도 궁금했을 텐데 한 번도 묻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너무 흐른 탓일까? 사랑이 깊어질수록 서로 생각이 다르게 느껴지는 차이점과 보이지 않는 괴리감들이 뼛속 깊숙이 나타나고 있었다 결혼이란 두 글자 앞에서니 절대로 사랑이 밥 먹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말 그대로 결혼은 현실이다 그녀는 모 대학 도서관의 사서로 근무하고 있었고 나는 인간들의 마지막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는 모피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것만 보더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맺어질 수 없는 연인이었던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 볼 때 더더욱 그랬다 어느 날 그녀는 내게 단호히 말했다 부모 말을 거역할 수 없으니 신학을 전공해서 목사가 되라고 말이다 그 말은 인연을 끊자는 말과도 같았다 솔직히 말해 기본 교육도 전혀 없는 네게 목회자 길이라는 것은 얼토당토 가당치 않는 꿈같은 얘기였다 보헤미안의 기질과 잡놈 같은 내 인생이 하루아침에 맘을 잡고 성인군자의 길로 살아 간다는 것은 도저히 체질도 안 맞고 양심도 전무했다 그런 이유로 서로 좋아서 산으로 바다로 광야로 작은 도시로의 멋진 여행들은 차츰 먼 추억으로 번질 되어 멀어져 갔고 서로 만나면 고집과 아집으로 으르렁거릴 뿐이었다 끝내 우리는 90년 첫겨울이 오는 어느 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서로 각자 다른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녀와 만난 지 5년째 되던 해였다 그녀와 헤어진 그날 마지막 멘트를 정확히 기억한다 잘살아, 행복해, 그리고 이후 우린 각자..가정을 꾸렸다 소문에 듣자하니 그녀는 아주 가정적인 남편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작년 봄이다 우린 서로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20년 만에 그녀의 전화 한통이 내 휴대폰을 울렸다 그녀의 맑고 밝은 목소리는 여전했다 나야 잊었어 그래 아니 이게 얼마만이야 뭐해 .응..애들은? 아들은 군대가고 딸은 학생, 너도 애들 둘이지 맞아 그녀의 목소리는 지극히 사무적 말투였지만 나는 바보처럼 목소리 울림이 떨리고 있었다 나 보고 싶지 않았어.... 허허허.. 그리고 지난 1월 중순 나는 어느 식당에서 우연히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설마 내 죽기전에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실로 내 앞에 현실로 나타났던 것이다 잠시 어떤 서운한 감정들보다는 옛날 연애시절에 느꼈던 애틋하고 정감어린 것들이 내 마음의 속깊이 치밀어 올라오고 있었다 여전했다 그녀의 다정스럽고 살갑게 챙기는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당황하며 부끄러워하는 나를 억지로 끌어당기며 음식들을 내 앞에 놓는 것이었다 비로소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니 젊은 피부 그대로다 변한 것 있다면 약간의 머리 새치와 아줌마 스타일이라는 것뿐이다 그에 비해 나는 머리털만 온전할 뿐 똥배가 나오고 살은 돼지처럼 쪘고 흰머리가 주류를 이루고 매우 늙어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말한다 별 변한 것이 없어 그대로야 민망하지 않게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지만 그녀 마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역시 비단결이다 며칠 전에도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에 바빠서 깜박 잊고 전활 받지 못했지만 그녀가 왜 전화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우리사이에 우리나이에 그리고 각자 가정의 역할이 있는바 결코 사심이 없다 일탈도 없다 현재 그녀는 국가에서 월급 주는 남편을 만나 전업주부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나는 그녀가 행복하기에 그걸로 만족한다. 이제 서로를 챙기며 친구처럼 동지처럼 남은 인생을 같이 달려가고 싶다

일생동안 서로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내가 먼저 내 자신을 감추며 살아가리라 다짐해본다

그런데

오늘공장에서 폭설로 쌓인 눈덩어리를 치우면서 문득 그녀와 눈싸움하며 마냥 신나게 놀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 잠시 상념<그리움>에 잠기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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