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어느 누구든 터널입구에 도착한다.
그리고 시작과 과정과 결과를 찾기 위해 기나긴 인생여정을 시작한다.
어떤 이는 길고 긴 터널 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발버둥 치다가 끝내 터널 속에 갇혀 인생의 비극을 맞이한다.
반면에, 칡흙 같은 어둠 속에서 광명을 찾듯이 숨 막힌 터널길을 속히 빠져나와 탄탄대로를 달리다가 새로운 터널 속에서 후회 없는 삶을 마무리 한 사람이 있다.
7년 전에 엄마와 나는 동생이 모는 승용차를 타고, 고향땅 근처 보성 선산에서 50년 넘게 누워계시는 아버지 머리를 손질하러 가는 중이었다.
고향으로 가는 코스를 주저 없이 선정했는데 그것은 세종에서 호남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 접어들고 마지막에는 순천에서 장흥으로 빠지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왜 광주와 하순 쪽으로 달리는 고속의 <빠름> 길보다 지리산과 순천을 스치는 저속 <늦음> 길은 선택했냐는 점이다.
동생과 나는 엄마의 삶과 죽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비록 고향 가는 길이 오랜 시간이 걸려도 일부러 사람의 눈을 피해 한가하고 조용한 거리를 달리고 싶었던 것이었다.
한참 동안 차창밖을 응시한 엄마는 이 쪽 길은 빨강과 초록의 신호등이 없구나.?
엄마! 맞아요.
세종에서 장흥까지 단 한 번도 멈춤과 출발이 없는 무정차 신호등이에요.
얼마쯤 달렸을까?
지루함과 피곤함이 역력한 엄마를 달래기 위해 게임을 걸었다.
여기 춘향휴게소부터 장흥에 다다르기까지 터널이 몇 개인가를 알아맞히면 고향에서 엄마소원을 다 들어줄게?
이미 터널이 몇십 개 지나갔지만, 인생은 시작과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하지 않았던가?
7~~15개...
한참 동안 터널 새기에 몰두하신 엄마는 어느 지점에서 터널숫자를 멈춘다.
터널 안이 너무 흐릿하고 캄캄하다.
그러면서 나에게 힘겹게 말씀하셨다.
너희 아부지 산소도 이번이 마지막 될 것 같다.
정확히 그해 초겨울 즈음에 엄마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우리 엄마는 세종에서 시작하고 장흥에서 멈추는 48개 터널의 개수를 외우지 못하고 저승의 발걸음을 재촉하시고 말았지만 엄마의 가느다란 예쁜 목소리는 언제나 생생하다.
둘째야?
여기가 7번째 터널이냐?
이곳은 아홉수가 아니냐?
무슨 터널인가?
알아맞혀보세요!
선물을 드릴게요
지금 바깥세상은 굵은 눈발로 뒤덮어있다.
어느 해 어느 날, 겨울밤에 엄마와 나랑 어린애처럼 눈싸움을 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때는 가다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의 인생별곡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늘따라 엄마가 무척 보고 싶다.
오롯이....
반응형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멜레온 같은 그녀들~~(^o^) (0) | 2025.02.12 |
---|---|
대전- 초등학교 김하늘 학생.... (0) | 2025.02.12 |
헤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2) | 2025.02.11 |
사진 한장 (0) | 2025.02.11 |
이제는 당신들과 헤어질 결심입니다. (0) | 2025.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