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4년 < 나의 종합검진>

헤게모니&술푼세상 2024. 4. 23.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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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별은 쉽게 결정하고 버릴 수 없듯이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끊는다는 것은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나란 사람은 이처럼 내 멋대로 한평생을 살아왔으니 건강의 적신호는 당연한 건지 모르겠다.

집사람이 건강검진을 신청하여 하는 수 없이 도살장에 끌러간 느낌이었다.

건강이 안 좋으면 약 먹고 효과 없으면 응급실에 실러 가고 거기서 희망이 없으면 장례향 피우면 되는 거야?

나는 언제부터 약으로 살게 되었는가?

이른 아침에 장모님과 나는 집사람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딸내미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건강검진의 가운을 입었다.  

간단한 소변과 대변검사, 피와 폐검사, 그리고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나의 건강상태가 천국과 지옥이 될, 심사평가는 2주 후에 최종검사결과가 나오면 정확히 알 수 있다.

수간호사님께서 내게 말하길, 몸에 심각한 이상 징후가 보이면, 병원 측에서 직접 전화를 드릴 것이며 건강에 별 탈이 없으면 무소식이 희소식이란다.

나는 어떠한 감정 없이 씩 웃고 말았다.

문제는 마지막 코스에 받았던 위 내시경을 살펴보니, 다행히 용종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위벽이 숟가락 크기만큼 흠집이 나고 헐어 있었다.

전문 의사님께서도 말씀하신다.

7년 전에 대장내시경을 받았을 때 용종을 4개나 제거했는데, 당장 대장내시경 검사도 신청했어야죠.

그러면서 혈압이 높고 당뇨초기가 보이는데 당신의 작성한 차트를 보니 무슨 술을 그리 많이 마십니까?  

솔직히 7년 전에 기백만 원을 들어 특수종합검진받고 7년 후, 오늘에서야 국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건강검진을 받았다는 게 내가 보더라도 한심하고 어지간스럽다.  

일단 3개월치 위벽치료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구강 치료를 받았던 장모님과, 암검진검사에 매달린 집사람이 이구동성으로 한 마디씩 내뱉는다.

친구가 많으면 뭐 하냐?

재산이 많으면 별거냐!

건강을 잃으면 다 소용없다.

1년마다 꼭 건강검진을 받아라.

나는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지, 무슨 똥배짱인지 몰라도, 집사람에게 2주 후에 어떤 검진이 나오더라도 두렵거나 무섭지 않다.

바득바득 인생 더살기의 프로젝트도 필요 없고, 그냥 인명은 재천이다.

우리가 결혼예식장에서 빵파레를 올렸으면 이제 장례식장에서 팡파르를 터트린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냐?

미우나 고우나 같이 30년을 넘게 살다가 간다는 것은, 앞으로 남을 자식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이렇게 까지 말하는 것은 내 몸뚱아리의 현재 상황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며, 심히 절망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피똥 싸는 게 한두 번이어야지?




판도라의 누구처럼, 나의 건강은 레임덕이다.

특단의 계엄령 없이는 절대로 오래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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