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맞이 (방안) 대청소

헤게모니&술푼세상 2021. 8. 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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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시간당 50미리 폭우가 쏟아진다. 하늘이 구멍 난 줄 알고 집안에 비 피해가 없나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다행히 별 탈은 없고 우리 양파만 요란스럽게 멍멍 짖어댄다. 동물도 번개와 벼락 소리가 무서운가 보다. 반려견을 내방으로 숨겨놓고, 며칠 전 마누라의 잔소리와 성화를 소환해 본다. 이 화상아! 제발 방좀 치우고 깨끗하게 살아?

 

하기 싫은 일을 죽지 못해 억지로 하니, 그것처럼 고역스럽고 당황스러움이 없는 것 같다.

 

이봐요~아저씨!

왜 그래~아줌마? 

 

대체, 당신 방은 돼지우리야! 돼지 움막이야? 아니, 잠만 자는 곳인데, 감 놔라/콩 놔라/ 간섭하고 난리여? 그래도 주거하는 방답게 상쾌하게 지내라! 내가 늘 쓰레기를 치워도 하루만 되면 지저분해지고 더러워지니, 두 손발을 다 들었다. 이제는 당신의 방청소는 내가 하지 않겠어!  방안이 캐캐 하고 시큼한 냄새가 지독해서 돼지촌, 장수마을 같이~ㅡ..

 

6년 전에 아파트 생활을 종식하고 새 건물에 입주했을 때 나는 집사람에게 굳은 약속과 맹세를 했다. 나의 방만큼은 향기 나는 스프레이로 만들 거다. 쾌적하고 포근하고 스마트한 나의 공간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말만 앞서는 내 몸뚱이는 작심삼일로 끝나버렸고, 시간 따라, 세월 따라, 방청소는 무감각해지고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며 여태껏 살아왔던 것이다.

 

고작 한 게 있다면 지지난해 싱글 침대를 더블 침대로 교체한 것이 전부다. 모든 게 귀차니즘 때문이었다. 집사람은 서랍장을 사 줄 테니 당신 옷들을 잘 정리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입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잖아. 유용하고 편리함을 달고 살라니까? 마누라는 시도 때도 없이 지청구를 했지만 나는 바로 행동과 실천이 따라주지 않았다.

 

드디어 폭발한 집사람은 다짜고짜 4층 투베이스 방에 내려가자고 한다. 세입자께서 놓고 간 서랍장이 있는데 당신이 요긴하게 쓸 물건이야. 됐어! 김여사여! 나에게는 옷걸이 행거만 있어도 불편 없어? 그래서 밖에 나가 술 먹고 돌아오면 옷걸이 행거가 스스로 무너져 밤늦도록 낑낑대며 날밤을 새는구나. 그냥 내 말 들어, 마누라 말을 들으면 자다가 떡이 생겨난다고, 아휴! 집구석에 큰소리 내고 싶지 않아, 마지못해 서랍장을 끌고 와서 내 방에 단디 고정시켰다.

 

행거를 철거하고 단스를 설치하니, 그럭저럭 본새가 난다. 마누라~왈, 거 봐요! 판타스틱하고 엘레강스하잖아? 방안이 어지럽지 않고 산뜻하고 밝아지잖아! 이제부터 이처럼 깔끔 떨며 생활해! 사람들 앞에서 깨끗한 척하지 말고요^^ 그러고 보니 많은 옷들을 과감히 몇몇 서랍장 속으로 골대 맞고 골인시키니, 일단 내 눈이 어지럽지가 않다. 조금만 발품을 팔고 반듯하게 정리정돈을 하면 흐뭇하고 행복한 우리 집이 되는데, 그저 내 고집과 아집만을 내세우고 살았어~

새벽부터 시작한 옷 정리는 방금 전에 전선의 고지가 보인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옷 정리와 방청소를 했으니, 저녁을 맞이한 것은 이상하지 않고 당연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부간 침대 밑 청소도 할까 보다. 지금 기분 좋게 침대에 누워 '친정' 찾기를 하고 있다. 이상복의 정치부 회의다. 말 그대로 "거시기하다" 오늘은 시댁이라고 부르는 김명준 뉴스 파이터를 패스하고 말았다.

 

옷걸이 행거가 정치부회의인가?

서랍장 단스가 뉴스파이터인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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