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녀와의 추억의 노트를 그리다.

헤게모니&술푼세상 2020. 2. 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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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은 오후 경상도 납품을 갔다오다가 잠깐 쏟아지는 졸음을 못이겨 평소 쉼터처럼 여기는 갓길에 차를 세웠다. 

추풍령 IC를 이용하는 운전자라면 여기가 어디인지 단박에 알 것이다. 언제든지 시골스러운 풍경이 정감있게 묻어난다.

나그네 다방.....

요즘 핫이슈를 만들었던 임미리 교수의 칼럼을
불현듯 떠오르며 추억다방에 접목시켜 봤다. 
 
ㅡ 빼고

굳이 이렇게 편협적이고 배타적인 말을 골라서  
내 가슴을 후벼파고 염장을 내 지르고 난리야?

십대 후반기에 나는 서울 영등포 어느 다방에서 동갑내기 아가씨와 푸른청춘을 접선했다. 첫눈에 보인 그녀의 모습은 향긋한 취나물처럼 풋풋하고
알싸했다. 

당시에 성형미인은 상상할 수 없었기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자연산>매력앞에 내 심장박동수는 빠르게 전개되었고 오늘 중으로 반드시 체험할 것 같은 화끈한 연애 맛에 숨통이 잠시 멎기까지 했다. 

이처럼 남여관계를 자신했던 것은 나만의 손자병법의 테크닉과 기술들이 뛰어났기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의 불분명한 행동거지가 여간 신경쓰이고 불편했다. 분명 나를 처음 보자마자 옅은 미소와 하얀 치아를 보이며 성큼 다가왔는데 몇마디 대화를 나누다보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
커피 하실래요?
그런 거 못먹어요
그럼 음료수로 하세요?
탄산음료도 싫어해요
쌍화차는 어때요?
그것도...
무엇을 드시나요?
우유요...

진짜로 순진한 건지, 호박씨를 까는지, 모르지만 얼굴과는 다르게 쑥맥같은 느낌이 들고 말끝마다 끊고 매듭없이 우유부단한 모습이다.

아주 피곤한 스타일이야.ㅡ
이래 가지고 인연 되겠어.ㅡ

머리가 복잡해지는 순간, 그래 내 팔자를 알고 주제파악 좀 하자. 그녀의 성격을 내 성격으로 뜯어고치면 되지 않겠는가? 다행히도 시간이 흐르고 연애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녀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차렸다. 순진하고 미숙함하고는 거리가 먼 명랑하고 쾌활한 여성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나를 본 순간 너무 반해 일부러 내숭을 떨었고 지고지순함을 보여줬더나, 뭐라나? 흔히 노상에서 파는 길거리음식을 두루 설렵하는 대범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번데기/ 오소리감투/ 곤달걀/ 참새구이를 망설임없이 먹어치우는 장면은 그야말로 쇼킹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내가 간혹 음담패설을 하거나 야한농담을 할때면 숨넘어가는 표정으로 '박수치며 깔깔거렸다.


더해
힘들잖아
서로 공평히 나누고 있잖아
아프잖아
아픈만큼 성숙해진다고....
대단하다

자신의 삶에 있어 빼기는 없고 덧셈과 곱셈만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서울생활을 이어갔던 그녀는 항시 진일보한 행동을 보여줬다. 
구로공단 <공돌이>출신인 나를 자유자재로 하늘위로 쏘아올린 것만 보더라도 말이다.
 
지금은 여가없이 추억의 노트로 꺼내보지만 분명한 사실은 퀠리티가 좋은 그녀에게 나는 좁은길 보다는 큰길을 열어줬고 살뜰이 다듬어주었다고 확신한다. 

어느 하늘아래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전보다 더 성숙하고 현숙한 여인으로 잘살고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자기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질 낮은 행동으로 진보의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빼지는 말자~
더불어 곱하자~

다방 ㅎㅎ

차가 없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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