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에리히 케스트너 작 (독일 정신과 의사)_
7개월 전입니다
이곳 조치원에서 수십년 동안 내 머리를 손질해주셨던
단골이발소 주인장께서 갑짝스럽게 운명을 하셨습니다
적지않는 충격이 컸습니다
고작 60대 중반을 갓넘은 연세였고
평소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집안처럼 문턱을 넘나들었기에
서로 가정사 얘기도 정치적인 관심도 나누었던
포근한 맏형같은 분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3년 전에 몸속 깊이 스며든
암덩어리를 발견했고 여러차례 수술과 치료를
병행했지만 끝내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겁니다
그걸 숨기면서 마지막까지
가위손을 놓지 않았던 사실입니다
신기하게도 어떻게 내가 이발하는 날을 피해서 수술을 했고
끝까지 나한테도 병명을 숨겼다는 것은
잠깐 서운한 것보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은
주인장의 올곧은 성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별히 나를 보면은 깍득히 후배님이라는 존칭을 쓰며
살뜰이 격려를 아끼지 않았기때문에 안타까움이 많았습니다
후배님은 나이에 비해 머리수가 많고 흰머리가 없어요
남자가 나이 들수록 고민과 걱정거리 중 하나인데
축복도 보통 축복이 아닌 성령충만입니다
무종교 입장에서 종교적인 위트로 사람을 웃기는
재주도 갖추었고 남자다운 기백도 있었습니다
유독 이명박 대통령을 아주 싫어했는데
4대강 삽질은 복음성가를 좋아하는 명박이의 "내게 강같은 삽질"이라는 말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면도를 해야 할 정도로 털이 많은
내가 털을 밀어내는 면적이 많아 미안하다고 농을 하면
오히려 이발사가 머리털이 없으면 어떻게 먹고 사냐며
남자는 털이 많이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털없는게 알지...
참으로 인생 대선배처럼 느꼈던 좋은사람을 보내고 난 후
나는 또다른 이발소를 찾아나섰습니다
이번에도 전 이발소 주인장처럼 나이도 비슷하고
성격도 흡사한 성실한 분이셨습니다
행운이었죠
면도만큼은 빈틈없이 깔끔하게 속시원하게 해주는
최고의 실력자었어요
그동안 서너번 정도의 이발소를 찾았었고
마침 다음 주는 고향에서 벌초하는 일이 있어
내머리도 손질할 겸 조금 전 이발소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문이 굳게 닫아 있었습니다
일요일은 정상영업을 하는데 이상하다 싶어
이웃에게 물어보았더니 세상을 떠난지가 한참되었다고 하네요
낮을 가리는 내가 겨우 정을 쌓고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싶었는데 이렇게 황망한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마음이 찹잡하고 무겁습니다
인생살이는 아무도 알 수없다는 걸 새삼 느껴봅니다
허망합니다
삶이라는 사슬이...
두분다 영세적인 이발소를 운영하면서
자식공부는 잘시켰다고 자랑도 하셨는데
하늘도 무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도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인생의 무게가 참 버겁게
느껴지는 늦은 오후입니다
한편
바둥바둥 살기보다는 좀더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되어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리라고 다짐해 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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