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일요일 이틀 만에 집밖으로 나옵니다
(연휴 31/1집에서만 틀어박혀 먹고 자고 배설했음)
차에 시동을 켭니다
목적지는 교회였는데 차는 교회를 지나쳐 교외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후 대천해수욕장이 보입니다
온통 잿빛입니다
잿빛하늘
잿빛날씨
잿빛바다
한마디로 온갖 회색분자들입니다
한 발짝 두 발짝 백사장을 걸어봅니다
바닷가의 칼바람은 여지없도록 사정없이 살집을 파고듭니다
가뜩이나 불그레한 빰은 금방 홍시감처럼 빨갛게 물들어 버립니다
두 손을 내밀어 빰을 연신 비벼보지만 쉽게 찬 기운은 녹여지지 않습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바다의 망망대해를 바라봅니다
바다 물결은 심하게 출렁거리며 요동칩니다
성난 파도를 보니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보는 것 같습니다
지나온 삶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즐겁고 기뻤던 일들보다는 알 수 없는 회한과 비애가 가슴속 깊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답답합니다
먹먹해집니다
가슴이 아파 옵니다
꽉 찬 응어리입니다
눈에 눈물이 글썽거립니다
금세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남들이 쳐다볼까 봐!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강한 바람 때문에 역부족입니다
마냥 흐르는 눈물을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먹고 싶은 것들
마시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들
다 맛볼 수 있고 누릴 수 있지 않는가!
이 정도면 넉넉한 위치에 서 있지 않는가!
배부른 사색인가
현실이 무덤인가
풍요가 빈곤인가
나이 오십에 궁상떠는 날이 많아지는 것일까?
왜 눈물이 많아지는 것일까!
툭하면 눈물을 쏟아내는 걸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사연 때문인가!
아픈 상처 망가진 삶들을 이제 그만 내려놓을 때가 됐다
아직도 구천(九泉)에 떠도는 혼백처럼 마음속에 멍들고 限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금방이라도 눈이 펑펑 쏟아질 것만 같습니다
바닷가를 뒤로하고 맥주캔 하나를 사들고 차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휴대폰을 보니 이내 또 눈물입니다
맥주캔 양만큼이나 엉엉 소리 내어 울어버렸습니다
수백 개의 전화번호가 저장된 휴대폰이 아무 쓸모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막상 쉽게 전화를 걸어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간관계가 잘못된 것도 아닌데 인생을 잘못 산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일상의 답답함과 고독을 털어버리자고 갔던 바닷가 나들이, 인생의 숙제만을 가득 떠안고 왔습니다
그날은 `잿빛마음`되어 서러움이 울컥 치솟는 하루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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