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버지와의 추억...

헤게모니&술푼세상 2013. 7. 15.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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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후(2011)형은 세상과의 이별을 눈치챈 것처럼 40년 전(1971)아버지 당신은 죽음을 미리 예견하셨던 것일까?.정확히 내 나이 아홉살(1969)어느날 겨울철이었다 아침부터 우리집은 시끌버끌 요란스러웠다. 읍내에 있는 장흥사진관에서 출장방문하여 우리 가족사진을 찍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저승꽃이 필 정도로 아버지의 병색은 깊어만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남다른 존엄과 자상함을 잃지 않으셨다.

 

기사양반!

우리 애들 사진 잘나오게 잘찍어 주소~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사진기사는 무척 신경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여기보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사진기사는 사진(포즈)자세에 상세히 설명하며 주문하고 있었다. 특히 나를 향해서는 호주머니에 손넣지 말라고 여러차레 언성을 높이며 당부를 하였다. 그러나 나는 아량곳 않고 개의치 않고 내 의지대로 밀고 나갔다. 그것이 나중에 내 운명이 되고 내 버릇이 될 줄을 전혀 모르고 말이다..실은 추운 겨울 날씨탓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아버지의 피를 쏙 빼닮은 고집스럽고 우직한 성격이 더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아버지는 내 마음을 눈치 챘을까?

그만 됐다.

이대로 찍자.

 

그렇게 해서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가족사진이 만들어졌다.

아버지는 사진기록에 머물지 않으셨다. 이제 읍내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거다.

 

가족 모두가 첫 외출이었다

제법 규모가 큰 중국집 식당으로 안내 되었다

짜장면ㅡ

 

세상에 이렇게 색다르고 화려하고 맛있고 꿀맛같은 음식이 또 있을까? 나는 처음 먹어보는 짜장면을 게눈 감추듯 후딱 먹어 치우고 만만한 동생의 그릇을 노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의 의중을 알고 계셨을까? 당신이 드시는 음식을 물리치시고 내 앞으로 살짝 면그릇을 내 미셨다.

 

오늘 둘째 날이구나.

어서 많이 먹어야지.

 

그러면서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었는데 기가 막혔다

탕수육 ㅡ

더이상 감탄을 쏟을 수 없을 만큼 말문을 닫아버렸다..아버지가 그토록 존경스럽고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장차, 내 인생의 눈물의 서막이 중국집 배달통에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체 말이다. 그로.부터 아버지는 2년여를 더 사시고 세상을 등졌다. 분명한 사실은 아버지는 우리 가족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셨고 각별히 가족사랑을 손수 보여주셨다는 점이다. 지금은 자꾸 기억속으로 가물거리지만 아버지와 나는 유독 아름답고 슬픈추억들이 많다.

 

기종아! 너는 커서 뭐가 되겠니?

아버지는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날 찾으셨다

기종아 너의 손을 잡아보고 싶다...

 

요즘들어 유난히도 내 마음이 약해져만 가고.그냥 눈물이 많아진다. 불쌍한 우리 엄마를 찾다보면 아버지가 그립고 형이 보고싶다. 언제쯤 아버지를 볼 수 있고 형을 만날 수 있을까?

 

딸 아이가 사왔나 보다.

책상위에 놓여진 여러 사탕중에 십리오다마가 눈에 뛴다..모처럼 아버지의 포근한 품속과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온다.

 

아버지 ㅡ

언제 시간나시면 삼천리 자전거 한번 태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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