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달이 바뀔 때마다 나는 어느 작은 모임에 참석을 하게 된다
일명 나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앉아 술 먹고 세상 이야기를 나누는 마당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다를까?
말 많은 우리 회장님께서는 완장 차는 덕분으로 일장<一場>연설을 늘어놓는다
.
세상은 도덕이 없어지고 윤리가 망해가고 있다
우리 계모임도 처음과는 달리 형편없이 흘러가고 있다
회원들 간에 폭넓은 친목과 선린의 우정들이 점점 없어져 가는것 같다
열댓 명이 모인자리 음식을 앞에 놓고 우리들은 마냥 죄인처럼 10여분 동안 회장의 철학관과 목민관을 들어야만 했다
나는 이번 만큼은 그냥 유야무야 넘어갈 수가 없었다
회장 그만 좀 하자
대충 넘어가자
자아비판 장소냐
무슨 정치 광장이냐
먹는 자리 맘 편하게 먹자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일순간 우리회원들 긴 침묵의 시간이 흘렸고 잠시 후 내말에 동조한다는 것처럼 내게 무언의 눈짓을 보내고 있었다
자리를 옳긴 2차 술자리에서도 나는 회장과 실랑이를 벌여야만 했다
너는 다 좋은데 말이 많아
너는 너무 잘난 체하더라
내가 잘 난체 한다고
그래 너무 나대!!
낄때 안끼고 안낄때 끼고
나는 그만 울그락 불그락 성질에 못이겨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그래 자식아!
너 혼자 계를 삶아 먹든지 혼자서 잘해 보거라
어젯밤 어떤 회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말 우리모임에 탈퇴할거야
그냥 넘어가자
우리회장 스타일 몰라
말 많은 것도 천생 버릇인데 곽형이 조금 이해하면 안 될까?
나는 회원의 전화한통에 가슴에 담아두었던 회장에 대한 미움과 원망들이 사그라지고 잠잠해지고 있었다
이조시대의 정승 중에 (政丞) 황희(黃喜) 라는 인물이 생각난다
그는 명석하고 해박한 두뇌를 가졌고 인정에 밝았다
무엇보다 시비곡직<是非曲直>을 잘 판단하는 명재상(名宰相)이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뭐라고.. 불평을 했다
황희는 네 말이 일리가 있다‘고 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사람이 불평을 쏟아냈다
그러자 황희는 네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대답했다
이것을 보고 있던 부인이 말했다
당신께서는 양쪽을 두고 다 옳다 하시니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하고 말했다
그러자 황희는 “당신 말에도 일리가 있소”
황희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이러니까 지금까지 정승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나는 아무래도 별것도 아닌 일에 목숨을 거는 것 같다
회장 말대로 너무 꽉 막힌 답답하고 잘난체하는 인간이 아닐까?
내가 남을 탓하는 것은 내 자신이 너무 옳다고 여기는 것 때문은 아닐까?
황희(宰相)처럼 시비를 꼭 가려야 할 때가 아니라면 웬만한 것은 모두 눈감아주며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오늘은 될수 있는 한
입을 다물고
무겁게ㅡ
멋있게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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