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동행) 서로 아프지 말자!!

헤게모니&술푼세상 2012. 6. 4.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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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반갑지 않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독감<毒感>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아니 앓는다 했는데 어김없이 2년 주기로 찾아오는 여름감기는 고약하다 못해 사람의 진을 빼놓고 있다

지난 금요일 오후에부터 온몸에 감기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급기야 몇 시간 내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심한 감기증세로 약화되고 말았다

얼굴과 눈은 피골이 상접하여 휑하고 기운은 쪽 빠져 있고 목젖은 혓바닥에 대롱대롱 매달려있고 가래와 기침은 펄펄 끓는 냄비뚜껑처럼 콜록콜록 소리를 내고 있었다

게다가 참고 견딜 수가 없을 만큼 순간순간 찾아오는 격한 가슴 통증과 속쓰림은 사람 정신 줄을 놓게 만들뿐만 아니라 거의 초죽음을 이르게 만든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무리 심한 감기라 할지라도 주사 몇 대 맞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 금세 정상적인 몸으로 돌아가 일상생활에 하는데 있어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또한 민간요법대로 뜨거운 콩나물국에 고춧가루 한 숟가락 정도 타서 후루룩 먹으면 효과가 있었고 코가 비뚤어지도록 술을 먹고 나면 감기는 도둑처럼 슬며시 도망가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방법과 대응도 완전 헛수고요 물거품이 되었다

내 몸의 바이러스 면역력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만병의 근원은 감기부터 시작이라고 했는데 겨우 지천명의 나이에 벌써 주사와 약도 민간요법도 듣지 않고 치료가 되지 않으니 앞날이 걱정스럽고 캄캄하다

병원에서는 편히 휴식을 취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하지만 어디 세상살이가 그런가?

2박3일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일도 못하고 거의 드러누워 있으니 만사가 짜증나고 귀차니즘이다

온 전신이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통증이 심하고 고통스럽다보니 불현듯 눈물 없고 근심 없고 아픔 없는 하늘나라가 그립기도 하다

 

덩치 값도 못한 놈

고작 감기 때문에 ..

온몸이 종합병원이다

 

토요일 오후에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TV방송에 눈을 돌리니 KBS프로그램 동행 200회 특집이 방영되고 있었다

동행은 희망과 감동이 있는 휴머니즘의 파노라마다

“엄마가 보고 싶다”라는 제목의 방송은 진작 본방을 봤었기에 평소 같았으면 감정을 억누르며 무심히 봤을 것이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게 아닌가? 몸이 너무 아프니까 내 마음도 심란하고 약해지고 모든 게 불쌍해 보였다

정말 인간이라는 것이 겉으로는 대단히 강한척하지만 막상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없이 나약하고 형편이 없다는 걸 느꼈다

마음 먹은 대로 마음 가는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었다

 

 

한참동안 흐르는 눈물을 내버려두고 있었을까?

 

장인어른 제사 때문에 이틀 동안 집을 비웠던 집사람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볼멘소리를 한다

 

감기 몸살이 얼마나 심하길래

바쁜 공장일도 멈출 정도냐?

 

 

 

 

섭섭하다

속상하다

 

솔직히 나는 집사람의 상처 내는 말에 서운함과 괘씸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일절 대꾸를 하지 않았다

 

달 포전 집사람은 네게 말했다

 

당신 건강할 때 건강 챙겨

건강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안 된다

병이라는 게 말이야

한번 걸리면 빠져 나올 수가 없어

 

병이 낫다 싶으면 한쪽이 재발하고 계속 악순환의 연속이야 병원을 찾을 때마다 눈물이나 괜히 화가나 너무 몸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야

이건 분명 내 얘기는 아니지만 미래 내 모습이 될 수가 있어

알듯 모르듯 심각한 모습으로 진지한 표정으로 열변을 토했기 때문이었다

요즘 들어 집사람은 예전 생활방식과는 확연히 다르게 식단은 거의 채식위주로 하고 있으며 틈만 나면 유산소운동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너무 이상스러울 정도로 생활패턴이 변해 버렸다

몇 시간 전 집사람은 내 머리 맡에 과일을 내밀며 말을 이어갔다

 

아픈 것도 사치인 것 같아

병들면 나만 손해야

병걸리면 진상이 되고 민폐가 돼

서로 몸 살피며 건강하게 살자

미우나 고우나 죽을 때까지 서로 같이 가야 되는 것 아니야?

 

걱정 마

훌훌 털고 일어날 테니까?

근데 환자 앞에서 너무 한 것 아니야

요즘 들어 이해 못할, 이상한 말들만 하드라?

나도 마찬가지야

죽어서는 각자 홀로 길을 떠나겠지만 목숨을 다하는 그날까지 동행<同行>할께

 

 

苦生 많이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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