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에서 성수기

평소 못 미덥고 의아스럽도록 관계가 소원했던 거래처에서 맨홀소켓 발주가 들어왔다.

여기는 무조건 "현찰용"박치기다.

귀사 거래처에서 바로 즉시 제품값을 계좌 이체로 해주지 않으면, 절대 출고는 불가능해요.

1톤 차에 제품을 가득 실으면 수백만 원이 왔다 갔다 하는데 섣불리 푼돈처럼 외상은 줄 수 없는 거다

무엇보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서로 간의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는데, 이곳은 "(수금)" 문제보다는 말 못 할 오해와 불신이 컸기 때문이었다.

과거일은 잊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이른 아침에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고 도착지에 제품을 내려주고 곧바로 돌아오는데, 메인 거래처에서 오늘 대금보다 더 많은 소켓주문을 해준다.

17년 동안 사업의 상거래와 상도덕을 지킨 우량기업체다.  

언제나 한결같은 메인 거래처가 없었다면 나는 여태껏 사업은커녕 백수신세로 전국을 떠돌고 있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란 존재는 죽음을 무릅쓰고 위험을 안고 인생의 고독을 달래며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주변에 멋지고 좋은 사람들이, 못나고 나쁜 사람보다 더 많았기 때문이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가끔가다 불현듯,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남은 이승은 내 멋대로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저승으로 떠나고 싶지만, 눈에 밟히는 딱 한 사람이(?) 있기에, 나의 이탈과 실종을 미루며 참고 있는 것뿐이다.

우리 집의 김 여사는 이점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 내일이 주어진다면 오전 5시에 일어나, (요이땅) 출발이다.


술푼세상아!
무사히 못마땅이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