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처음은 창대했으나 나중은 미약했어요.

헤게모니&술푼세상 2019. 12. 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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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한 친구가 보고 싶어 자주 가는 단골집에서 저녁 술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여기저기 한 두 명이 모여들어 어느새 탁자는 두 테이블을 마련해야 했죠. 1차는 총 여섯 명이 오리훈제와 주물럭 안주로 많은 양의 맥주와 소주를 비웠습니다. 만나면 주로 하는 얘기가 정치와 시사적인 얘기였지만, 올 한 해도 질풍노도처럼 잘 지내왔다./ 마지막 한 달 잘마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자./ 이렇게 덕담을 하며 2차는 횟집에 찾아 생굴과 찜, 오징어 튀김으로 연거푸 술병을 비웠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고 흐뭇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와같은 즐거움을 끊어버리고 싶지 않아, 3차는 남자끼리만 단란주점을 찾았죠. 그런데 앉자마자 슬슬 배가 아파오고 통증이 심해지는 거였습니다. 뭐 이러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하며 배를 쓰다듬으며 참고 참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배속에 창자들은 춤을 추듯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내리고, 그냥 자리에 있다가는 난감하고 당혹한 일이 생길 것 같아 일단, 친구들에게 내일은 아침부터 납품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둘러대고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사실은 공장 일 <작업>에도 무척 신경을 써야 했기 때문이었죠. 단란주점과 우리 집 거리는 약 100미터인데 자꾸 창자의 부유물이 밖으로 밀어내기를 시작하는 거예요. 이럴 줄 알았으면 3차 장소에서 일단 화장실을 찾았으면 됐을 텐데~

 

손으로 엉덩이를 붙들고 다리를 꼬면서 간신히 집에 도착하여 곧바로 화장실에 직행했는데 막상 큰일(?)은 치루지 않고 애먼 오줌줄기만 내리꽂았습니다. 거참 이상하다. 신경성 대장 증후군인가? 볼일을 마치고 미지근한 물로 몸 구석을 닦는데 몸에 피부 상태가 불그스름하게 콩알 모양으로 피워 오르는 겁니다.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침대에 누워 내일 일들을 걱정했죠.

 

하나, 이게 뭡니까? 오늘 새벽 2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화장실을 얼마나 들락거렸는지 모르겠어요. 살면서 이렇게 심한 배탈과 설사가 없었습니다. 혼자서는 병원을 갈 수 없을 만큼 배앓이가 심해 약은커녕 하루 종일 화장실만 찾았습니다. 속된 말로 X구멍이 헐도록 배속에 찌꺼기를 정말 비웠죠. 목구멍에 따뜻한 물 말고는 어떤 음식물을 먹지도 않았고 당연히 하루 일과도 공쳤죠. 뭐를 잘못 먹었는지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하고 이렇게 끙끙 앓기는 처음입니다. 뜨거운 오리와 차가운 생굴이 원인제공을 했는지 모르지만, 겨울철음식도 여름철 못지않게 무섭네요.

 

무엇보다 이 사실을 마누라가 알까봐! 두렵네요, ㅎㅎ

지금도 마음 졸이며 천장을 보는데, 또 화장실.ㅠㅠ

 

내 특유의 체질이라 단정하며 누구도 원망 않고 내일 아침 주사 한 대 맞아야겠어요.

 

다들 음식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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