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나는 말한다
술은 술이요
술은 산도 되고 물도 된다
내게 술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까! 술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싫다. 당장 술이 없으면 나는 세상에 미쳐 있거나 스스로 죽임을 당해 지옥에서 술의 예찬을 음미하고 있을 것이다
~둘이서 마시노라니 산에는 꽃이 피누나/
한잔 한잔 기울이면 끝없는 한잔의 술/
나 취했으니 자려네/ 자네 가게나/
내일 아침 생각 있거든 거문고 안고 또오게/
<이백>
그렇다 나의 술에 관한 기원을 말하자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열두 살 어린 나이쯤 될 것이다
나이에 비해 조숙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는 기골이 장대한 신체 조건 때문에 일찍히 술을 접하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이때까지 주구장천, 마셔라ㅡ 부어라ㅡ 즐겨라ㅡ 토하라 ㅡ 술은 내 몸의 한구석 귀퉁이에 분신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물론 스물두 살부터 스물여덟 살 까지는 술을 멀리한 절주의 시절도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술을 멀리하게 된 것은 하나님을 믿으며 공부하는 자로서 율법, 교리,를 떠나 양심과 윤리가 더 먼저였던 것 같다
술은 아무래도 정제되지 않는 말과 경솔스러운 행동을 돌출하기 때문이다
술은 마시기 시작하였을 때에는 양처럼 온순해진다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나워진다. 그보다 좀 더 마시면 돼지처럼 추해진다. 아주 많이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며 허둥댄다.
술은 악마가 인간의 행동에 베푼 선물이다~
<탈무드>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십 대 후반 들어 술을 가까이하게 된다.
사람 잘못 만남이 아니요. 사람 잘 만나 허구한 날 술에 절어 사랑과 우정을 찾고 개똥철학의 미학에 젖어든다
세상을 향한 원망 거림이 아니요 순전히 살아오면서 사람에 부대끼는 나의 열등감과 자격지심이라 할까?
정소불문 언제나 술을 찾고 있었다
술은 나의 절친이 되어 있었고 콱 막혀있는 가슴속 배출구였다
기쁠 때나 좋을 때나 사람을 찾아 술을 권하고 좋은 일이 있으면 내 일처럼 기뻐하며 슬픈 일이 있으면 내 일처럼 아파하며 서로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
술은 사람 사이사이의 간격을 좁혀주고 사람 간에 원활한 윤활유 역할을 한다
~술을 먹어 보지 않는 자에게 사리분별을 기대하지 마라~
<키케로>
이제 나는 술로 인해 얽히고 얽힌 많은 사연 중에 사실적인 사랑의 스토리를 가감 없이 써 내려가보기로 한다
첫사랑과 첫 경험을 열다섯 때쯤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스물아홉에 찾아온 이 사랑은 뭘까?
불꽃처럼 강하게 찾아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때 나는 지금처럼 음악 활동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처음 보는 한 여인이 바람처럼 사뿐히 즈려밟고 내 앞 저만치 소프라노 좌석에 앉자 있었다
앞을 볼 수 없었지만 그녀의 뒤태, 모습은 참 보기 좋다 할 만큼 S라인의 쌍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사실 나는 이것부터 말해야 하는 말이 있다
당시 나는 독신을 주장하는 것보다 아예 독신주의자를 자청하였고 절대 결혼은 하지 않는다는 소명이 강했다
그래서 함부로 여자를 사귀고 껄떡거린다는 것은 난쟁이가 혁대 <벨트> 추켜 올리는 격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저 처자는 누구란 말인가!
앞 뒤 그리고 옆면 저 정도면 ㅡㅡㅡㅡ
그 여자의 관심과 호감도는 나 말고도 몇 사람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었다
그 여자 등장에 나는 한마디로 우리 사랑하는 여자단원들을 낙동강 오리알로 여기고 삼천포 나락으로 밀치고 있었다
음악 하라니까! 연애질이 뭐고....
그만큼 그 여자한테 콩깍지를 덮어 씐 것 같다
문제는 쉽게 대시를 못하는 소심한 내 성격이 큰 걸림돌이었다
어떻게 저 여자를 꼬드겨할까?
세상 살다 보니 죽으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 미사여구를 총동원하여 연애편지를 쓰자
나는 어느 날에 날밤을 새워 편지 한 통을 써서.. 그녀의 직장으로 보낸다
내용은~ 좋은 감정으로 지켜보고 있으니 서로 오빠처럼 동생처럼 대하며 음악 활동을 같이하자
너무나 아름답고 노래를 너무 잘한다는 말과 함께 ~
지금 생각하면 유치찬란 함에 그지없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지만 내 글 솜씨에 감동 먹은 걸까
야금야금 입질이 오고 있었다
주로 연애는 둑길 그리고 조치원 레스토랑 < 하니>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니.....?!
암튼
자꾸 만나서 얘기하고 밤길을 건 지도 어느덧 6개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긴 시간까지 서로 손 한번 잡아 보지 못했다면 아마 바보, 멍청이라는 수식어가 맞을 성싶다
솔직히,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애가 타고 속은 썩어 문 드려져 상처 나고 곪아 터져 있기 일보 직전인데도,
나는 순진하게도 용기도 없고 참 멋없는 놈이었다 그러나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는가 보다
장소는 하니 레스토랑,
그날은 내가 좋아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노래 연습을 끝내고 소위 쫑파티 자리에서 나는 술에 힘을 빌려 고백을 하고 있었다. 합창단원들 모르게 열나게 설레발을 치고 있었다
나는 당신의 운명이 될 테니 오늘 밤 당신의 심장 소리에 흠뻑 취하고 싶다고, 그녀는 말없이 나를 멍하니 쳐다보며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나를 따라나선다 나는 이미 술에 많이 취해 있었고, 그날 일이 뻔하고 속된 말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내 방에는 만리장성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분명한 사실은 내가 그놈의 술 때문에 실수를 범했다
그놈의 술이 원수지! 그때 그놈의 술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술아! 술아! 말해 보거라
지금은 농담처럼 말하지만, 어떻든 술은 항상 나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마법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녀가 지금은 아내가 되어 운명처럼. 이십여 년을 아옹다옹하며 살지만 왜 서로의 아쉬움이 없겠는가?
언젠가 술에 잔뜩 취해 들어온 나를 보고 아내가 볼멘소리를 한다
내가 좋아! 얘들이 좋아! 술이 좋아!
한치도 망설임 없이 술이라고, 술술!
어쩌면 나는 술 때문에 스스로 내 인생의 무덤을 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술 때문에 내게 무슨 변화가 온다해도 후회도 절망도 하지 않을 거다
필연적으로 운명처럼 살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무미건조와 무색무취하는 내 인생살이 술은 내게 있어 보약 같은 존재이고 유일한 해방구다
술은 내 인생의 전부요 인생과도 바꿀 수 없는 창대한 보물이다
부디 관주의 비극이 천천히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주는 술병을 바라보면서도 먹지 못하는 슬픈 단계를 말함>
며칠 전 아내는 몇십만 원 하는 보약을 지어 왔다
정성과 성의를 봐서라도 먹어야 되는데 눈길도 가지 않는다.
역시 나는 주당답게 간 큰 놈이다,
별수 있나! 인생살이...이 순간에도 온통 술 생각이다
순간 선택이 10 년을 좌우한다 <금성 제품 광고>
아니다. 순간 선택은 평생을 좌우한다 <내 생각>
술은 먹어본 사람이 술을 먹는다.
나는 술에 관한 동기와 의미를 부여했듯이, 지금 내가 먹는 술은 넋두리와 회한으로 먹는다 눈물로 먹는다
그래서 나의 취미는 술, 술이다.
내 인생 마무리는 누구와도 아니다.
ㅡ 술과 함께 할 것이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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