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밤
나는 모처럼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는데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립니다
내 휴대전화 발신창을 보니 친동생의 전화였습니다,
형!
돈 좀 빌려줘,
이번에는 꼭 갚을게'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동생 목소리는 평소 안부전화 하고는 확연히 다르게 초조하고 다급합니다
월급도 못 탔고,
얘들 수학여행은 보내야겠고,
형! 힘들어 죽겠어.
미안해,
동생은 들쑥날쑥한 톤으로 내게 딱한 사정을 하염없이 쏟아냅니다
인마! 넋두리. 속앓이. 그만하고...
미안하고 염치없는 줄은 아니?
너는 툭하면 나한테 돈타령이니!
내가 무슨 니~ 돈줄이고 돈창고나 되는 줄 아니!
당장 너한테 꿔줄 돈 없어!
나는 준비된 레퍼토리처럼 이번만큼은 매몰차게 몰아붙이고 싶은 마음이 턱밑 목구멍까지 차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매번 서운해도 어쩔 수 없다.
이젠 돈 문제만큼은 아무리, 형제라도 냉정하게 끊고 맺음이 있어야 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결심하지만 그것도 잠시 모질지 못한 내 성격은 금세 공수표가 됩니다.
그래! 오죽하면 나한테 또, 손을 내밀었을까? 생각하니 한편 내 마음이 약해질 대로 약해지고 가슴이 시려옵니다
나는 퉁명스럽게 동생에게 묻습니다
퉁명스럽게 대한다는 것은 내 돈은 반드시 함흥차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암튼..
얼마가 필요한데...
기십만 원 정도...
알았어!
내가 폰뱅킹을 잘 못하니까
토요일 <5/29> 오후
우리 집 근처에 와서 전화해!
전화를 끊고 나니, 이왕 돈 빌려주는 것, 다시 돌려받든 안 받든, 괜히 차갑고 야멸차게 대하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사실, 나와 동생과 관계를 생각하면 목욕탕처럼 온탕, 냉탕으로 이리저리 빠져들게 만듭니다
사단은 이렇습니다,
7년 전, 동생은 밀린 카드대금 1000여만 원을 갚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었습니다
동생은 서류한 장을 내보이며 보증을 서 달라고 했습니다
당시, 동생은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고 아마 생활비는 카드로 충당했을 거라는 생각에 나는 두말없이 인감도장을 내주었습니다
물론 나도 보증의 무서움과 피해를 너무 잘 알기에 어느 날 처갓집에서 얼마의 돈을 빌려 달라고 했을 때
일언지하 거절했었고, 한동안 아내의 서운한 감정의 눈초리를 받아야만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생한테 내 집 담보로 보증을 서 줬다...
사실을 아내가 알게 된다면 솔직히 걱정과 두려움 반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달 후 카드 독촉장은 연체로 300만 원이 보태져 내 집 거실에 아내와 함께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아마 그때 나는 처음으로 아내와 지겹도록 <사네, 안 사네>"피 "터지게 싸우고 또 싸워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형제들의 십시일반 도움으로 카드보증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ㅡㅡ
아무튼 요즘 동생은 그전처럼 보다는 어려움 없이 그럭저럭 살아갑니다
그러나 변변치 못한 직장생활은 때문에 내게 가끔 어려움을 호소하고 힘들어합니다
정말이지 나도 넉넉하고 풍요롭게 산다면 나보다 어렵게 사는 동생하나 챙기고 싶고 건사하고 싶습니다
그러하지 못하는 못난 형이라는 사실 때문에 괴롭습니다
가끔 동생이 손 내밀 때면 지갑 잡히는 대로 돈을 주고 합니다
동생 얘들을 보면 다른 조카보다 더 정이 가서 용돈을 더 주곤 했죠
그런데 동생이 또 돈을 꿔 달라고 하니 감정이 미묘하고 복잡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형제 우애가 있고 동생인데..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술 몇 번 안 먹으면 되는 액수인데.
왜 그리 갈수록 동생한테 말투가 쌀쌀맞고 차갑게 흐르는 것일까?
당장 후회스러움이 밀려옵니다
그 후회스러움이 머피의 법칙처럼, 토요일까지 이어질 줄이야 꿈에도 몰랐습니다
지난 토요일, 나는 무척 바쁘게 일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경기도 안산. 당진. 또다시 천안. 계속해서 운전입니다
트럭에 물건을 싣고 내리고 반복하다 보니 토요일 동생과의 약속을 잊어버렸고,
차에 다 전화기를 놓고 일을 하는 습관이 있어, 하필 물건 내릴 그 시간에 동생 부재중 전화는 몇 통이 넘고 있었던 것입니다
미안해서 어쩌나
동생한테 전화를 합니다
전화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통화음은 가는데 계속해서 부재중입니다
뚜우, 투우. 뚝, 뚜뚜 뚝
오늘도 불통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도,
서운하고 자존심의 상처를 받았을 동생 생각하니 혐의로써 마음이 아프고 괴롭지만,
나 또한 동생에 대한 서운하고 미운 감정들이 물 밀듯 밀려옵니다
내가 동생한테 너무 잘못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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