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대추리 출신 처남의 첫째딸의 결혼식^

헤게모니&술푼세상 2019. 10. 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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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아픈 과거를 들 쑤신다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래서 먹먹한 마음을 달래며 또다시 길게 글을 쓰겠다.

 

30년 전 어느 날 초겨울 오후 애인(?)과 함께 울퉁불퉁한 신작로와 시멘트를 번갈아 걸으면서 도착한 곳이 있었는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였다. 그녀가 태어난 오리지널 고향이란다.

대추리는 6.25전 후, 화전민들이 하나둘씩 모여 갯벌을 개척하고 논과 밭을 일구어 마을의 공동체를 만들었다.

 

일직선으로 반듯하고 광활하고 황새울의 넓은 평야에는 실제로 천연기념물인 황새가 그곳에 꽈리를 틀고 상공을 날아다녔다. 겨울나기용 황새의 자태는 검은색, 흰색, 붉은색으로 양 날개 길이만 1미터가 넘었다. 황새의 황홀하고 멋진 풍경을 내 눈앞에서 가까이 목격했고 가끔 논바닥을 나란히 함께 걸었다. 그야말로 자랑스러운 내 조국처럼, 평화와 안정이 깃든 마을이었다.

 

집 마당에 나와 빗자루로 골목을 쓸어 모으던 40대 후반의 여인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의 가족들 앞에서는 나는 꿔다 놓은 보리 짝처럼, 애먼 천장을 멀뚱 바라볼 뿐이었다. 우리 방문의 이유와 목적을 그들은 너무 잘 알고 꿰뚫어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죄지은 피의자가 검찰에 불러가면 마른 오줌도 쥐어짜고 바로 옷을 적시듯이 발기찬 가족들 앞에서 나는 몇 시간째 오금이 저렸고 심심치 조사와 신문을 받아야 했다.

불알 두쪽 밖에 없다는데, 내 동생(연옥)을 어떻게 데려가냐고, 절대 안 돼?

 

첫째와 둘째 딸 그리고 그쪽 친척들은 결사반대했고 10대 후반의 외아들은 신중모드였다. 막내딸은 자리에 없었지만 우리에게 무언의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2시간째 옥신각신하는 가족들을 바라보던 어머님은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자네가 내 딸을 좋아하고 책임진다면 결혼을 승낙하겠네~ 어릴 적 일찍히 아빠를 잃고 맘고생을 많이 한 셋째 딸이야. 잘해주고 행복하게 사시게나~ 그리고 한이 서린 눈빛으로 말문을 닫으셨다.

 

어쨌든 우리 부부는 30년 세월이 흘렀다.

장모님 부탁대로 우리는 잘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나만 밝힌다면 사는 것이?

거기 거기다. 한마디로 거시기하다는 거다.

 

<가슴 시리고 못다 한 장모님의 무거운 삶과 대추리(전쟁) 이야기는 2회에 걸쳐 블로그에 상세히 연재했음>

 

잠깐 대추리 <전쟁> 사태를 언급한다면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국가안보를 위한 국책사업이었고 행정적 대집행이었다.

다만 대명천지에 군부가 투입되고 경찰이 장악하고 끄나풀 정보원들이 평화로운 대추리 사람들을 조림 돌이 와 갈라치기를 했다. 게다가 무자비한 공권력 < 폭력&연행>으로 착한 마을을 초토화시켰다. 데모깨나 했던 내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이었다.

 

그래도 노짱을 그리 원망하지 않았던 것은 기회와 평등과 정의를 심어준 노무현 정신이 있었고 남북 분단의 아픔을 잘 이해했고, 동맹국 미군 주둔을 원했다. 지금처럼 싫어하지 않았다.

올해 한미 방위분담금 약 1조 400억 원이다. 내년에는 무려 5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개씨발놈들~ 칼만 안 들었지 완전 날강도다.

이 금액은 세종시 3년 치가 넘는 총예산이다.

 

문재인 정부의 협상력을 믿어본다.

 

30년 전 우리 혼사 앞에 신중모드를 취했던 처남은 일찍히 결혼을 했고 딸 2 아들 1 낳았다.

처갓집 식구 모두가 대추초등학교 출신이지만, 처남 큰딸이 대추리 대추분교 다닐 때 대추리 전쟁이 시작되었다. 생생하게 기억한다.

처갓집 식구와 마을 사람들이 울며불며 허물어진 대추분교에다 묻었던 타임캡슐을 말이다. 그 장면을 행정당국과 미군정들이 지켜봤다.

 

일기책/

휴대폰/

가정용품/

각종 사연/

대추리 역사/ 등등

 

어제 서울 강북 미아리에서 집 장만하고 그럭저럭 잘살고 있는 처남은 첫째 딸을 대구 출신 남자에게 시집을 보냈다.

 

옆지기와 나는 북대구 강북웨딩홀을 찾았다.

예식을 끝내고 처남과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

과연 미군들이 몇십 년 후 타임캡슐을 꺼내 줄까?

 

매형 그건 좀 힘들 거예요?

왜! 치외법권이라서 그래!

그것보다는......

하긴 물러 터지는 정권들이 들어서니~

 

돌아오는 길에 조국수호 검찰개혁을 외치는 서초동의 인파 소식이 들려온다. 사법개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지만 조국수호에 눈을 감아버렸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러든지 말든지.....!

시끄러워 못살겠다.?

 

#소파에서

#이글 씀

 

ps

우리 옆지기가 결혼식 축하곡으로 바람을 열창했음~~

순전히 조카를 위해.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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