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여삼추다.
올 한 해는 유난히 길고 더디게 지나간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고 정답을 찾아가야 할까?
해피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오봉아 팀들과 조신한 밤을 보내고, 다음날 이 땅의 사랑과 평화를 기리며 성탄을 맞이하는데, 딸아이의 울먹이는 전화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 고모 할머니가 돌아가셨어.ㅡ
어쩌면 이리 황망히 갈 수가 있어.ㅡ
머리에 큰방망이로 얻어맞는 것처럼
정신이 몽롱하고 그저 "호사다마"라는 고사성어가 눈에 아른거린다.
참으로 기구하고 불쌍한 인생을 살다 간 처갓집 고모님이 아니었던가.? 장례식장으로 가는 무거운 발걸음이 한 달 전 (11월 25일) 세상과 이별한 내 어머님과 같이 버겁고 휘청거린다.
고모와 나는 각별하고 애틋한 관계가 있다.
1990년에 집사람을 인연으로 만나 2년 교제를 하고 결혼 승낙을 얻기 위해 여기저기 처가 쪽 친척들을 만났지만 모두가 탐탐하게 여겼고 등을 돌린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우 23살이었던 셋째 딸을 어느 부모께서, 또 그 가족들이 쉽게 허락할 수 있겠는가.? 내가 자신 있게 내 세울 거라고는 불알 두쪽에 나불거리는 주둥아리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처갓쪽에선 한마디로 당신을 뭘 믿고 내 딸을 덥석 주겠어. 그때 마른 샘물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분이 고모님이었다.
둘이서 좋아하면 그만이지./
감 놔라, 콩 놔라~ 하지 마라./
둘이서 열심히 벌면 적당한 돈이 생기질 않겠어./
그렇게 살면 되는 거지./
부자로 사는 것도 골치 아파./
그러면서 나의 날카로운 눈매와 강하고 모난 성격이 맘에 든다고 했다. 고모님 설득에 힘입어 처갓집의 승낙을 얻었고 그 해, 일사천리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청담스님께서 설립한 평택 청담중학교를 졸업한 집사람은 고모의 지극하고 특별한 사랑으로 청주여고와 방통 대학을 졸업하는 혜택을 받는다.
주경야독의 뒷바라지를 해준 마음씨가 넉넉한 고모였다. 자식 없이 혈혈단신으로 살아왔던 고모는 집사람을 딸처럼 여겼고 실제로 둘이는 한가족처럼 꽃봉오리를 방울방울 터트렸고 혹여 시들면 꺾어버리며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것이다.
우리 부부가 맞벌이할 때는 연년생으로 태어난 외손자 외손녀(아들-딸 )를 부모의 마음처럼 알뜰살뜰하게 키웠다.
기억이 생생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처럼 선명하다는 거다. 저녁이면 고모가 내 아들과 딸을 업고, 안고, 동네 어귀에 서서 우리를 눈 빠지게 기다리는 애잔한 모습을 말이다.
그동안 우리 가족은 고모와 30년 동안 지근거리 3KM를 옆에 놓고, 나쁜 생각보다 좋은 생각을 하며 앞만 보고 살아왔다.
그러나 불행히도 20년 전-후 인가?
고모님은 조치원 모 신협에서 마련한 꽃구경을 갔다 오다가 죽음의 문턱에 서야 했다. 사망자가 몇 명 발생한 큰 사고로 조치원 전역이 들썩거렸고 중상자가 수두룩했다. 병상생활을 몇 개월을 했던 고모는 그 뒤부터 각종 약으로 살아오신 분이다.
그 사고만 없었다면 20년은 거뜬히 더 살고 운명하셨을 것이다. 그 점이 너무 야속하고 원망스럽다.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장인어른과 고모 단 둘밖에 없는 가족사였기에 비록 장례식은 인적 없이 을쓰년스럽고, 휑하니 찬바람만 불었지만, 예쁘고 착한 조카들이 많이 있었기에 3일장을 무사히 치렀다.
졸지에 조카사위와 처남이 상주가 아닌 상주가 되어버렸다. 나는 진심으로 고모의 영정사진 앞에 고개를 숙이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고모님! 사람은 죽으면 죄 사함을 받는 거예요.
삶을 연명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죄를 짓고요.
마침 은하수 공원을 가기 전 평생 다녔던 조치원 성당에 잠깐 들리니, 추모미사를 집전하시는 신부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리스도여! 고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ㅡㅡ
고모님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하고도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남기고 빈손으로 저 세상으로 갔다. 지금쯤은 그 어디나~하늘나라에 당도하셨을 게다.?
무엇보다 3일 동안 직장을 마다하고 끝까지 장례예식을 지켜준 내 딸과 잠시라도 틈을 내고 고모님 가시는 길에 끝까지 동행한 아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제는 우리에게 "가화태상"만 있기를.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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