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혈인간..
피와 눈물과 인정도 없는 놈....
"7번 방의 선물" 영화를 보고 그 어떠한 감정과 사고가 없었다니 말이 되냐?
독하다 독해ㅡ
오메 징한 것ㅡ
별감흥도 못 느꼈었는데 억지로 눈물 콧물 범벅되어 엉엉 울었어야 직성이 풀립니까?
내용에는 공감해요.
그렇다고 눈물을 쏙 빼놓을 만큼 감동과 휴먼드라마가 있는 영화는 아니에요.
이별의 눈물 앞에서 생각과 감정이 충실했다면 아마도 내 인생은 위안과 치유를 받으며 살아왔을 거예요.
그렇게 한가하고 여유롭지 못했어요.
내 인생 자체가 울고 웃는 것이었는데 고작 가족영화 한 편에 마음이 동요되진 않아요.
괜히 허탕치고, 낚시질이 아닌 것만 해도 다행이야!
일전에 누님 <知人>과 내가 나눈 대화이다.
7번 방의 선물....
처음 나는 어떤 카카오스토리를 통하여 소식을 들었을 때 영화관수 <번호>인 줄 알았다.
오죽했으면 무식이 탄로 났을까^^
영화 제목을 옆에 두고 친절히 묻기까지 했다.
7번 방에 영화 제목이 뭐예요.
나중에 영화의 진실 <除目>을 알고는 쥐구멍은 둘째치곤 박장대소하며 껄껄 웃었다.
카스를 올린 사람과 나의 답글을 본 사람들한테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스러웠는지 모른다.
소위 잘난 체하고 아는 체를 더럽게 하는 인간 중에 한 사람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주변사람들과 영화 이야기가 나누다 보면 한사코 7번 방의 선물을 극찬했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과 휴머니즘이다.
눈물의 가치를 계량할 수 있을 만큼 슬픈 영화라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극적인 장면이 많으며 하고 많은 부성애를 앞세워 관객의 눈물을 쏟게 한다는 말인가.
영화 스토리가 무척 궁금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망설임도 없지 않았다.
내 목숨이 끊어지는 그날까지 개봉극장에서 개봉영화는 딱 세 번만 볼 거라고 약속하고 다짐한 상태였다.
굳이 영화가 싫은 것보다는 안 봐도 그만 봐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오래도록 앉아서 스크린을 주시하고 집중한다는 것은 내 성격과 체질이 따라주지 않았다.
20대 후반에 접어들 때만 해도 나이트클럽 못지않게 여기저기 극장을 번질나게 들락거렸던 나였다.
이랬던 내가 하루아침에 영화 보기를 끊고 돌부처 처럼 생각했던 것은 갈수록 영화 내용들이 식상했고 지루했었다.
장르는 구분되어 있었지만 내용은 천편일률적이었고 결과는 속살이 뻔히 보이는 알몸 같았다.
결국은 사랑, 이별, 환희, 원한, 회한, 울분,으로 끝을 맺는 것이 영화 아닌가?
내가 살아온 인생과는 뭐가 다를까!
작년 봄
20년 만에 범죄와의 전쟁 영화를 본 이후 두 번째로 개봉관을 찾았다.
순전히 등떠 밀린 기분이 들었지만 내 자식들도 침이 마르도록 추천하는 영화였기에 세 번 중에 두 번을 소비하는 과감성을 보였다.
지적장애인 용구와 예쁜 딸 예승이가 등장한다.
소문대로 영화는 관객들을 울리고 웃긴다.
통쾌와 슬픔을 반복할수록 관객들의 흐느낌도 들린다.
픽션치곤 사람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묘미는 준다.
허구치곤 빠른 전개와 빠른 전달을 관객들에게 선물한다.
사회에서 불쌍하고 비참한 사람들의 목적의식을 뚜렷이 보여주는 영화이다.
레미제라블처럼…….
나의 무거운 트라우마가 덮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다.
엄마는 나를 모질게 떼어놓았다.
친척집에 가면 공부도 시켜주고 그보다는 삼세끼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순전히 거짓말이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었다.
어느 날 머슴살이가 힘들어 도망쳤다.
나에게 거짓말을 일삼았던 엄마가 보고 싶었다.
결국 200리를 걷다가 붙잡혔고 다시 끌려갔다.
서울 양평동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너무 배가 고파서 엄마가 일하는 식당을 찾아갔다
엄마는 그곳에 없었고 다른 데로 옮겨 계셨다.
나는 엄마가 머물었던 곳이라 염치를 불구하고 사정을 했다.
배가 고프니 밥 좀 달라고 말이다.
그때 주인장은 손님이 먹다 남은 육개장 국물을 내 면상을 향해 뿌려 댔다.
나는 얼마나 영악했는지 울지 않았고 서럽지 않았다.
도대체 엄마가 뭘 잘못했길래, 저 지랄들을 할까?
엄마를 까닭 없이 미워했고 원망했기에 재혼을 부추겼다.
끝내 엄마는 우리 가족들을 버리지 않았고 대신 당신의 인생을 접었다.
7번 방의 선물은 슬프지 않았다.
흔히 보는 희로애락의 가족애가 아닌가?
주인공 <父女>의 눈물을 보고도 약해지지 않는 사람은 나뿐이었을까!
7번 방 선물은 감동의 대서사시가 밀려올 만큼 짜임새 있고 완벽한 스토리는 아니다.
감칠 나고 멋들어지게 각자 역할을 충실히 한 조연배우들의 빛나는 열연과 열정이 없었다면 영화의 흥행몰이는 성공했을까,
800만 명의 영화 관객이 영화관에 몰려들었을까,라고 의문이 든다면 건방진 무례일까!
영화를 생산했으니 관객들이 소비한다는 말로 지적한다면 지나친 혹평일까?
우리 영화 관객들은 한 <恨>이 많아 그런지 쉽게 <눈물愛> <슬픔愛> 신파극에 마음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고 그것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나름에 뭉클한 장면도 있었다.
잊지 마!
오늘만은~
사랑해!
예승아..
맞는 이야기다.
엄밀히 따지면 내일이 어디 있는가.
내일은 오직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다.
내일을 위해 예비하는 사람은 없다.
오늘만을 기억하고 오늘만을 사랑하고 오늘 만을 충실하라는 용구의 마음이 내 마음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한다면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했던 용구가 넥타이공장으로 끌려가는 장면이다.
정신장애를 가진 용구가 죽음을 예견하며 털썩 주저 않을 만큼 똑바른 정신상태가 있었다면 예승이 만을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한 번쯤은 내 딸이라는 단어를 섞어서 불러봤다면 좀 더 감동 있고 한층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명장면이 되었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
처음부터 예승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예승이로 마무리하는 것이 눈에 거슬린다.
예승이 보다 더한 말은 우리 딸이고 우리 딸보다 더한 말은 내 딸이다.
그것이 진정한 부성애 <父性愛> 가족 사랑이다.
범죄와의 전쟁과 7번 방의 선물은 실제가 아닌 허구로 만들어진 영화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범죄와의 전쟁은 기본 스토리가 있다.
착각이 들 정도로 실제가 가미된 진행형이고 권선징악 <勸善懲惡>이다.
오래도록 여운과 교훈을 남겨준 영화이다.
반면에 7번 방의 선물은 사탕을 빨다가 콱 깨서 먹어버린 느낌이 든다.
금방 잃어버리고 잊혀져 가는 해피엔딩의 영화라는 느낌이 든다.
다만 한국영화가 폭풍성장을 이루는 것은 괄목하다는 거다.
멋진 배우와 명품감독이 영화계에 많다는 증거이고 희망일 것이다.
두 편의 영화를 잘 비교하며 잘 봤다.
이제 나에게는 한편에 영화가 남았다.
음악(합창)을 함께 하는 동료가 말했다.
곽 선생님!!
3번은 싫어요
7번은 어때요
그러고는 싶지 않다.
5년 안으로 3번째 개봉영화를 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는 내일을 기약하는 사람이 아니다.
5년이란 세월 동안 목숨이 붙여있는 것도 감지덕지다.
지금 내가 있는 것은 한량없는 은혜 <恩惠>의 선물이다.
내 삶은 하루하루가 영화처럼 <Time>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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