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한국 당구<수퍼 히로어> 김준태☆☆☆☆☆

헤게모니&술푼세상 2024. 5. 3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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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배운 도둑이 무섭다는 한국속담이 있는데 나는 오래도록 배운 도둑인데 아직까지 하나도 안 무섭다.

이처럼 비유적으로 꼭 집어 말하는 것은 나의 범죄스토리가 아니라 당구이야기다.  

내가 늦깎이 31살에 당구대와 큐대를 본격적으로 잡은 이유는 맨손으로 하는 스포츠 경기가 부끄럽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포츠게임을 할 때면 장갑을 끼는 종목을 택해 나름대로 취미생활과 여가선영을 해소했다.

파란만장한 삶을 반백년을 훨씬 넘게 살아오면서 배구와 농구는 <구기종목>단 한 번도 만져보거나 도전해보지 않았다.

이유는 SBS 스페셜 김민기 <뒷간> 3부작에 <인터뷰> 출연한 나의 말 못 할, 지난 사연을 참고하면 어느 정도 수긍할 것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나마 왼쪽 손을 장갑으로 가릴 수 있는 당구매력에 빠져들어 1년 만에 30/50/80/100/120/150점 실력과 레벨업을 보여줬다.

내 나이 31살이면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누라를 향한 애정보다 당구사랑에 단단히 미쳐 있었다.

그러나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가정의 위태함이 닥쳐오니, 그 좋아하는 당구치기와 눈물겨운 이별을 했고 지금까지(34여 년) 당구장을 방문한 횟수를 대충 따지면 200~230번 이하다.

당구 큐대를 만지면서, 가장 기억이 남는 장면은 1년에 한두 번 명절이 오면 4형제와 특별한 "내기당구" 게임을 했는데 그것은 별도로 "엄마에게 용돈 드리기" 프로젝트다.  

문제는 큰형은 당구점수가 100/셋째/ 100/막내/120 나는/ 150이었다.

도합 470점으로 둘씩 편을 가르지 않고 각자 개인당구를 쳤으니, 누가 보면 바보들의 행진이 따로 없었다.ㅎㅎ

당구의 기본적인 자세와 큐걸이와 스트로크가 제대로 될 일 없었고 게임의 룰과 규칙은 중구난방으로 흘러갔다. ㅋㅋ

우리 4형제가 동네 당구장에 나타나면 후루꾸와 삑사리가 진동했고, 당구장 주인은 우리들의 진기명기하고 좌충우돌한 당구치기를 보면서 알듯 모르듯 미소를 보냈다.

이렇게 당구장의 추억들을 길게 소환하는 것은, 그래도 모자라고 어리숙한 그때 그 시절 너무 좋았고 다시는 그 장면을 연출할 수 없다는 아쉬움과 미련 때문이다.

나랑 막내동생과 단둘이 당구를 치면, 문득 눈가에 이슬을 맺히는 것은, 우리 둘째 누나는 게임돌이를 <주판알> 책임졌어?

셋째와 넷째가 질 것 같으면 주판알 두세 개는 오른쪽으로 밀어버렸단 말이야!  

그래서 또 그런가?

 당구게임을 마치고 나면 쓸쓸하게 덩그러니 남은 "쓰리쿠션 당구알은 우리 남매의 인생별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큰형과 셋째가 살아있다면 이번에는 둘째 누나가 분명히 막내와 내가 당구에서 졌다고 승부조작을 하고도 남았을 테니까?

(화면 캡처_당구방송)


4강전에서 김준태 선수의 실력을 보고 깜짝 놀란 하샤시...

지난 일요일은 하루종일 당구방송에 채널을 고정시키고 깊은 한숨을 내뿜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당구를 배운 지 34여 년인데, 150점 이상 <문턱>을 넘지 못하는 걸까?

머릿속에 비상의 날개가 없으니 슬기로운 지혜가 없는 것 같다!

이제 나는 한국 남자 당구 <세계 랭킹 1위> 고수로 등극한 김준태 선수의 큐대 끝에 묻히는 쵸크가 되고 싶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3큐션 당구월드컵 결승에서 한국 김준태는 베트남 쩐득만에게 아쉽게 석패를 안았지만, 나는 처음으로 김준태의 당구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당구 남자선수를 기억한다면 최성원, 강동궁, 조재호, 김행직, 조명우, 정도였으니까?  

김준태 이름을 내 마음속에 저장한 것은 지난달에 전국 당구대회에서 김행직을 꺾고 우승할 때다.

김 선수는 진중한 성격으로 무게중심을 갖고 빠른 템보로 당구를 쉽게 처리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가 경기에서 지든 이기든 무표정한 표정관리가 너무 압권이고 매력적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당구의 구력을 무시 못하지만, 결코 구력이 <짬밥> 밥 먹여 주지 않다는 사실이다.

당구는 공타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진정한 실력자이고 모두가 인정한 챔피언이다.

김준태 선수는 공타가 별로 없다.

김준태는 8강전에서 당구의 지존인 쿠드롱과 대결을 펼쳤는데, 무려 22점 <하이런쇼> 장타를 쳐내는 장면은 참으로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동안 김행직 선수가 화면에 비치면 좋아서 팔짝 뛰곤 했는데 앞으로는 아닌 것 같다.  

사랑은 움직인 거야?

"김준태"에게로.ㅡ.

당구의 여제 이미래는 죽을 때까지 그대로 남고.....

솔직히 월요일 낮에 김준태 선수가 세계랭킹 416위 쩐득만에게 졌다는 소식을 듣고 그만 화딱지 나서 찬물을 벌컥 들이키며 족발을 뜯기에 여념 없었다.

트레스에 특효음식은 맛있는 족발이다.

옆지기 왈~~ 왜 이리 잘 먹어^^


3일이 지났지만 이때껏 당구월드컵 결승경기 <재방송>를 보지 않고 있다.

3일 동안 티스토리 글쓰기가 싫어질 만큼 김준태를 향한 가슴앓이는 지속되었다.

다시 정신 차리고 이모티콘 하나를 그대에게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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