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겨울철 완전운전하세요

헤게모니&술푼세상 2022. 12. 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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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겨울철의 대설답게 세종에는 아침부터 눈발이 날린다.

이럴 때면 노면에 미끄러운 블랙아이스를 조심해야 한다.

어언 40여년 동안 면허증을 취득하고 운전을 했지만, 단 한 번도 크고 작은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된 적이 없다.

남의 차가 내차를 추돌하여 나는 한두 번 병원신세를 진적이 있었지만 그것도 경미한 사고였기 때문에 반평생을 무탈하게 지내왔다.

지금까지 전국 곳곳에 수백만 킬로를 달리며 운전으로 먹고 살아왔지만, 아직까지 처참한 교통사고로 숨통 끊어지지 않고 내일을 준비하는 것은, 나름 운전할 때는 눈이 6개가 되기 때문이다.

양 옆 2개
뒷머리 2개
앞에 2개

어쨌든 아침에 출근하니 갑자기 경상도 거래처에서 급하게 제품 입고를 주문한다.

낼 이른 아침까지 귀하! 공장에 물건(맨홀 소켓)을 반드시 완료시키라는 부탁이다.

메인 제품에 따른 부속품들을 챙기려면 여러 번 손이 가고 제품을 주문하면 최소 3일이 걸려 출고하는데, 번갯불에 콩 볶는 것도 한두 번 아니고 무슨 구멍가게 취급하는가?

아무리 아쉬운 놈이 샘 판다고 하지만 미리미리 제품을 발주하고, 겨울철 날씨를 살펴보고 오라-마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예전에는 상호 간의 배려와 신뢰와 양보심으로 기업의 상도덕을 중요시했는데, 경기 불황이 계속되다 보니 불안과 조급함이 늘어나고 자꾸 못 믿는 불신의 구조가 되어간다.

일단 펑펑 내리는 눈발을 보면서 내일 날씨를 사이트에 검색해보니 중부지방에(세종 포함) 눈과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절대로 이것은 아니다.
오늘 물건을 갖다 주자.

빗길보다 눈길 운전에 자신 없는 내가 취할 수 방법은 아침부터 빨리 부속품을 확보하는 일이다.

옆 공장에서 선반기계에 부속품을 다듬고, 급히 고무링을 완제품을 만들고 보니, 오후 2시다.

1톤 차에 짐을 가득 싣고 고속도로를 달리니 변덕스러운 날씨가 오락가락한 국지전과 국지성이다.

어떤 곳은 장대비가 내리고 어떤 지점은 제법 눈발이 휘갈겨대고 바람세기는 강풍급이니, 차량은 흔들흔들 거리며 롤링이 심하다.

그럼에도 오후 4시 반경 무사히 거래처에 짐을 내려주고 천천히 세종으로 돌아오는데 경부고속도로 옥천지점(공사구간)에서 앞서가던 승용차 한 대가 터널을 지나자마자 빗길 노면에 S자 코스를 그리며 춤을 춘다.

바로 승용차를 뒤따르던 내 차의 시속 90 킬로 속도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겠는가?

먼저 우리나라의 차량 보유자가 2300만 대 시대에 차량이 몰리는(병목현상) 지점에 안전거리가 어디 있나고? 한마디를 하면서 내 차의 순간포착을 말하겠다.

살짝살짝 부드럽게 3번으로 나눠 브레이크를 밟으며 갓길 용벽쪽으로 급히 차를 틀었다.

한눈팔고 그대로 밀고 직진했다면 지금 내가 글을 쓸 수 있겠나?

순간 판단을 잘한 것 같다.

그나마 내가 갓길로 빠져서 망정이지 내 차선에서 급제동을 했더라면 3중 추돌을 일으켜 큰 사고가 났을 것이다.

운전을 6개 눈으로 한 게 천만다행이다.

매우 떨리고 긴장된 상태로 빗길과 눈길을 뚫고 무사히 집에 도착하니, 그제야 다리가 풀린다.

허겁지겁 집에 들어와, 서랍들을 샅샅이 뒤져 신경안정제 1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월드컵 축구경기 때문에(한국&브라질) 잠을 두 시간 자고 삼시세끼를 거르고 주유소에서 준 물 한 통으로 버티며 살아 돌아왔다는 게 만족해야 하는 내 모습이 처량하다.

어제는 비몽사몽과 어리둥절한 "부지불식간"의 하루였다.

오늘 행정부와 세종시에서 받는 문자 메시지다.

완전히 속은 느낌이다.
오늘 납품을 가야 했다
날씨가 너무 멀쩡하다.

괜히 겁먹었어 ㅎㅎㅎ
지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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