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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면 패스
2022 8.25
나이가 익어가니 사물과 판단력이 흐려진다. 불의의 사고가 잦아지고 온몸이 종합병원이다.
나도 언젠가 요양병원으로 팔려가 죽음을 맞이할 것 같다. 대다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경험하는 슬픈 자화상이다.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느껴지는 요즘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거래처에서 납품 주문이 들어온다. 최대한 빨리 귀하 공장에 입고시켜주면 좋겠다는 취지다.
내 갈비뼈는 보기 좋게 3조각으로 끊어져서 허리를 제대로 펴질 못하니 운전은 누가 하나? 용달차로 보내자니 제품상 못 미덥고 반드시 내가 가야 납품이 완료된다.
대략난감 중에 고민은 깊어가는데, 가만 보니 번뜩이는 재치가 솟구친다.
#이가 없으면 김가가 있구나
우리는 운전 못하는 여자를 김여사로 지칭하며 조롱 비슷하게 희화화한다.
우리 집의 안방을 차지하는 김여사는 보기와 다르게 운전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사족을 달아본다
30년 면허증을 가진 마누라가 15년 전쯤 어느 날인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해댄다.
오늘부터 조치원(시내) 마트에서 캐서 일을 하겠다고 한다.
당시 우리 집은 꽃피는 춘삼월처럼 꽃길만 걸으면 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애들이나 건사하며 전업주부로 남아라.
청승 그만 떨고 나같은 녀석을 만나서 생고생 많이 했다. 나를 만나기 전에 면사무소 공무원이 당신을 그리 쫓아다녔다며^^
😍
어떤 놈이 최 씨와 강 씨는 세상천하가 알아주는 똥고집이고 엉덩이 깔고 누었던 공원 자리에 풀이 자라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나는 강 여사와 최 여사를 만나 몰래한 사랑을 해봤지만 얇은 스펀지에도 풀이 파릇파릇 돋아나더라!
#단언코 고집과 아집은 김여사다.
그녀 김 씨는 절대지존처럼 내 부탁을 단숨에 쌩까고 아침에 꽃단장하며 출근을 강행했다.
그런데 출근 5일째가 되던 날, 마트 주인장이 박 씨인데 재수 없어!
그만두었다나 뭐라나?
그러면 그렇지, 김 씨 성질에 박 씨에게 쪽박과 피박은 당연하지 않겠나!
그런데 6개월이 지난 후 연기군 전 지역을 운행하는 성일-버스에서 운전사로 채용됐다며 설레발을 친다.
김여사 말인즉슨 마트의 캐서는 눈속임이며 5일 동안 학원 다니며 5일 만에 대형면허를 땄던 것이다.
연기군에서 단시간에 대형면허를 딴 여성은 김여사가 전무후무하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내가 봐도 신기하고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이해가 안 되는 김여사다.
세상에 어떤 일이든 포기는 없고 끝까지 달성하고 실전에 투입한다.
알곤용접을 눈감고 할 정도니, 레미콘. 대형버스. 24톤 화물. 덤프트럭. 몰기는 식은 죽 먹기다. 굳이 면허를 따고 싶지 않았다며, 추레라를 보면 코웃음을 친다.
#이제야 길었던 사족을 풀어야겠다
내 몸상태를 원망하며 마누라에게 얘길 했더니, 뭐 그런 거 가지고 눈치 보냐? 공장 가서 소켓 사이즈별로 손짓만 해!
그러면서 1톤 차에 가득 싣고 경상도 목적지로 출발한다. 자동(오토)도 아닌 수동기어인데 괜찮겠어?
압력밥솥에 "김 빠진 소리를 하느냐"며 나를 한심스럽게 쳐다본다.
#내가 대리운전을 몇 년했어! 그것도 비싼 외제차만?
「깨갱」
나는 김여사 덕분에 오늘 하루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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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꽃이 피면 내 허리도 활짝 피겠지
「점심 겸 저녁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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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의 자랑같아 팔불출 생각이 들었지만 있는 사실 그대로 님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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