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S형과의 즐거움 (내기)

헤게모니&술푼세상 2012. 12. 2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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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젯밤이다.

내 블로그에 동기부여와 단초를 제공해 주었던 내 마음속 여인 s형을 만났다

막냇동생과 함께 말이다

한 해를 보내는 송년회 뒤풀이 모임 성격이었지만 우리에겐 나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러니까 대통령 선거당일 날 우린 카톡으로 문자를 주고받았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18대 대통령 당선은 누구에게로 돌아갈 것인가 하는 예단의 시간이었다

우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즉흥적으로 내기를 걸었다 대통령 누가 될 것 같습니까?

그녀는 한치도 망설임 없이 문재인이라고 말했다

나는 두말할 것도 없이 박근혜라고 대답을 했다

우린 50.000원을 걸었다

그런데 카톡을 멈추고 가만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s형 한테도 흔들리는 갈대가 있었단 말인가?

실은 3주 전 야당이 문재인으로 단일화가 되었을 때 잠시 우린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는 말꼬리를 흘렸다

진작 말했어야 하는데 저는 박근혜를 지지하며 박근혜 당선을 위해 활동하렵니다

아마도 내 정치성향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이라 노파심에서 그랬는지 몰라도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연신 손사래를 치며 s형의 정치 행위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아직 지지하는 후보가 없습니다 나는 도리어 용기를 주며 열심히 신발 끈을 매라고 독려했다

그리고 우리는 '일심동체'하는 것이 있었는데 이번 선거는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 승리한다

여러모로 인물론이나 경쟁력을 보더라도 야당이 여당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마도 70여만 표 차이로 당략이 결정 날 것이다

이렇게 우린 서로가 일치하고 수긍하고 인정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웬걸 문재인의 승리를 점치다니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곧 의문점은 풀렸다ㅡ
 
언제나 그녀를 보면 느끼는 것이 있는데 참 맑다 의외로 순진한 면도 보인다 좋은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먼저 s형이 말문을 연다

이번 선거 문재인 후보께서 낙선이 되어 상실감이 컸을 거예요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들도 쾌 많았잖아요

제가 졌어요

그러면서 즉흥적으로 빳빳한 신사임당 한 장을 봉투 넣어 네게 건넨다

내기는 내기입니다

나는 일단 그 돈을 받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대신 오늘 일정은 내가 다 쏩니다

그러나 지폐 한 장도 잠시 내 품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순전히 나를 위해 일부러 문재인으로 말해버렸다는 것을 그녀의 정치 감각에서 눈치를 챘고 알 수 있었다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분명 박근혜를 찍었고 나는 분명 차선책으로 문재인한테 한 표를 던진 사실을 우린 서로 알고 있었기에 서로를 존중한 측면이 더 많았던 것이다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내가 이겼다는데 만족합니다

이 돈 안 가지렵니다

다시 돌려주었다

솔직히 말해 내가 진거나 진배없었다

모처럼 만에 즐거운 건배였고 오랜만에 대취 <大醉>했다

다행히도 동생과는 대화가 통했고 죽이 맞았다

어릴 적 우리 형제들 구로동 얘기를 들었던 바 살뜰히 관심 갖고 챙겨준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우리 셋은 조치원을 쓸고 다녔다 2차로 맥주집에 가서 재마난 일상의 얘기들을 나누였고 노래방 가서는 갖은 자태를 내세우며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분명한 어조로 네게 말했다 우리가 무슨 잘못한 게 있어요/

당당해지자고요/

의식하지 말고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s형 얘기를 쓰세요/

마음껏 그리세요/
그립다 하면 그립다 하고 보고 싶다 싶으면 바로 전화하세요/

우린 동지이고 친구 아닙니까?

더 이상 우리가 무슨 상상을 합니까? 평소에 보이지 않던 당찬 그녀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아직도 내 가슴속에 남아있는 그 무엇을 수면 위에 끌어올리려는 그녀의 마음 씀씀이에 저절로 고개를 숙였다
 
언제였던가
나는 죽을 때까지 형을 졸졸 따라다닐 것만 같아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하자 금세 소녀처럼 좋아하더니
금방 눈물을 글썽이더니 끝내 울음 터트려 버리고 마는 그녀의 마음이다

너무 감격했다나 뭐라나!!

어제 하루 종일 속이 쓰려 누워있는데 메시지 한통이 왔다

과거의 상처가 깊으신 것 같아요

훌훌 털어 버리시고 좋은 생각으로 사셨으면 좋겠어요

참으로 s형답다

나는 그녀가 지금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의 말마따나 때론 동지로 친구로서 의리 있는 남자로 남고 싶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당장 놓치고 싶지 않은 세 가지 중에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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