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추억이야기(1)ㅡ<釜山>

헤게모니&술푼세상 2012. 9. 2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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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두 번째 도시인 부산하면 애틋하고 아련한 추억이 많다 낮설지 않게 부산을 떨며 찾아 스며들었던 곳이 부산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부산 출신 뭇여성들을 사귀어 봤고 사업상 본의 아니게 대연동 가난한 사람들의 애환과 속사정을 체험 할 수가 있었다 대체로 부산사람들의 마음씨는 상큼하고 깔끔하다 특히 그 곳 여성들의 애교스런 말투는 치명적인 매력덩어리다 만약에 행위<artist>예술가 조영남氏 처럼 두 세번의 결혼 특혜를 얻게 된다면 반드시 부산여자를 선택하여 남은 인생은 보람 있게 살것이다 이건 잡놈스타일의 너스레가 아니라 마음속 진심이다 하지만 부산이라는 곳이 이렇듯 옳고 바르게 포장되어 있지는 않다 게다가 오릇하고 기분 좋은 장면만 있는 게 아니다 부산 남포동 거리에서 내 생에 치욕스럽고 살 떨리는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그날 밤 그 사건을 잊을 수가 없다 1987년 11월초 어느날 조치원역 오전 10시 정각에 막역한 친구 사이인 다섯 사람은 부산발 기차를 타기 위해 꾸물꾸물 모여 들고 있었다 부산여행 1박 2일 코스였다 첫날은 부산 자갈치시장과 부산의 <中心> 남포동거리, 둘째날은 태종대 해운대 등등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을 짜며 신명나게 놀 심산이었다 대부분 친구들은 부산을 처음 가본 터라 기대치가 컸다 당연히 부산구경은 설렜고 흥분되기에는 충분했다 여기서 잠시 밝힐 게 있다 친구 중에는 충청도 사람이 세명이었고 서울토박이 한명과 전라도 출신 바로 나였다 우린 출발하기 전 서로 신앙처럼 다짐하고 맹세를 했다 부산가서 절대로 정치 얘기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는 약속이었다 대선이 코앞에 둔 상태라 말조심하자! 행동조심하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던 것이다 친구들은 때가 때인 만큼 시기와 장소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았어! 알겠다고! 조용히 구경만 하고 올테니까! 모두가 호언장담을 하였다 기차 안은 시끌버끌 했다 2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들은 두려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었다 죄석에 앉자 마자 기타를 꺼내들었고 음주가무가 시작 되고 있었다 기차 내부<通路> 질서를 담당하는 단속요원이 있었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 친구 중에 기타를 잘 다루는 친구가 있었기에 승객들은 되레 눈감아 주었고 많은 관심과 호응을 나타냈다 통일호 열차였기에 가능했는지 모른다 여섯시간 여를 달려 부산에 도착했을 때까지 우리 일행과 승객들과 하나가 되었다 기차여행의 묘미와 즐거움을 한껏 발산한 추억의 시간이었다 장차 어둡고 무서운 그림자가 다가올 줄은 꿈에도 모르는 체 말이다 우린 바로 부산명물 자갈치 시장을 찾아 주거니 받거니 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부산이 억수로 좋네ㅡ 회 맛도 괜찮네ㅡ 나 여기서 눌려 살란다ㅡ 부산 가시나들을 꼬드겨서 조치원 갈란다 ㅡ 술이 술을 먹고 술이 사람을 잡아먹고 우리들의 감정과 흥분은 최고조였다 우리 친구들은 생소한 부산 풍경에 들떠 있었고 취해 있었던 것이다 가자! 남포동 거리로ㅡ 거기 가서 2차 하는 거야! 부산을 접수한다! 용기와 오기도 아닌 객기와 만용의 그 자체였다 물론 일행 중에 술을 멀리하는 친구가 있었기에 다행히 그 친구 통제와 재제 속에서 휘엉찬란한 부산<남포동>를 거닐 수가 있었다 문제는 시내 한복판 포장마차에서 사달이 나고 말았다 포장마차 낭만과 운치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조치원 포장마차와 부산 포장마차는 격이 달랐고 분위기가 달랐다 우리 친구들은 포장마차에서 연신 술을 들이켰고 급기야 옆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서로 통성명하고 화기애애한 우리나라 한민족의 참된 모습들이었다 그런데 한참 후 사소한 이야기가 정치적인 말들로 옮겨 갔을까? 너무 깊숙이 파고 들었을까? 옆자리 손님들과 언성이 높아갔고 그만 내 친구 하나가 벌떡 일어서더니 그 자리에서 상상도 못하는 외침을 내질리고 말았다 ㅡ김대중 만세ㅡ 정확히 삼세번이었다 찰나의 순간도 침묵도 없었다 하늘과 내눈은 노랗게 둥둥 떠가고 있었다 포장마차 안은 그야말로 아비규탄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이건 하룻밤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부는 고주망태 망나니 자세가 아니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던 것이다 여기 저기서 우리를 향해 주먹이 날아들었고 순식간에 길거리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우르르 몰려들고 있었다 용케도 우리 친구 세명은 걸음아 나 살려라‘고 도망쳤지만 나와 김대중을 외친 친구는 그 자리에서 붙잡혀 남포동 도로 한복판에서 강제로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한동안 주먹질과 발길질의 집단 폭행은 멈추질 않았다 정확히 기억하는데 부산 모 대학 뱃지를 단 여학생들 마저도 가혹스러운 말을 뱉으며 지나칠 정도였다 오빠들아! 저 사람들이 맞을짓 했다 ㅡ 맞아도 싸다ㅡ 동네북이 따로 없었다 창피는 고사하고 어떻게 하면 이 자리를 빠져 나갈 수가 있을까 궁리하고 고심할 뿐이었다. 친구를 향한 원망도 미움도 아무것도 없었다

뭐! 김대중 만세

죽으려고 환장했구먼

부산 사람들은 네게 말했다

 

큰소리로 구호를 외치면 살려주겠다는 제의였다

김영삼 만세

대통령 선거를 의식했을까?

머리 회전이 잘돌아 가는 부산 사람들이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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