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있었던 일입니다
공장에 출근하니 제법 일이 밀려 있었습니다
도저히 혼자 일을 감당할 수가 없어 마누라한테 신호(SOS)를 보냈습니다
좀 도와줘!
알았어
빨리 와!
금방 갈게ㅡ
딱 네 마디하고 우린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뭡니까?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도 마누라는 공장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참다못해 전화를 거니 휴대폰이 꺼져 있었습니다
부아가 치밀더군요
전 약속이 생명이거든요
도와준다는 약속과&와준다는 약속이 빈말 같았기 때문입니다
씩씩거리는 성깔을 억 누리며 마누라한테 문자를 때립니다
이봐 3시간 동안 사람 쓰고 7만 원을 주면 그. 돈 아깝지 않아!
내가 7만 원줄께, 빨리 와라!
이건 사업하는 사람치고 쪼잔한 생각은 아닙니다
언젠가 마누라가 돈다발에 파묻어 죽었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돈이면 환장하는 사람이라, 이렇게 표현을 했던 것입니다
그동안 마누라는 돈을 주면 공장 와서 착실히 일을 하곤 했었지요
오전 9시 정도에 부탁을 했었는데 오후 4시가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언젠가 단골집 한의원 의사 선생님께서 저보고 화병 초기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정말 알 수 없는 화가 수북이 치밀어오더군요
사실 제가 하는 사업들 중에 (PE 파이프 6M) 약 40Kg을 들어서 자동 기계에 절단한다는 것은 숙련공도 하기 힘든 일입니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남편임을 뻔히 알면서 휴대폰을 끄고 룰룰~ 랄랄 잠적했다
그래 이따 두고 보자!
이를 악물고 50여 개 파이프를 혼자서 용쓰며 애쓰며 발버둥 치며 완성품을 만들었습니다
양손과 양팔이 빠져 있었죠
너무 힘들었다는 얘기죠..
무거운 발걸음으로 퇴근했습니다
역시 마누라는 집에도 없었습니다
몸 뚱아리도 씻기 귀찮을 정도로 힘이 들었는지 방에 벌렁 누워 제 취미생활이라 할 수 있는 (멀뚱) 천장을 응시해 봅니다
그리고 곧 다가올 폭풍전야를 그립니다
한참 후 현관 버튼소리가 났고 마누라 등장입니다
저는 가만히 누워있는 자세로 마누라가 내 방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웬^걸! 거실에서 전화기를 붙들고 깔깔대는 마누라의 목소리는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이건 염장질이 따로 없더군요
아쉬운 놈이 샘 파고 삽질한다고 저는 그런 쪽박 된 심정으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마누라한테 다가가 언성을 높였죠
그런데 마누라가 생글생글 웃으며 하는 말
상현아빠!
성질부리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사실은 몇 달 전부터 예약 신청해 놓은 수영장, 오늘 처음 강습받는 날이었어!
그리고 오늘 점도 봤어!
이차 저차한 일 때문에 전화기를 꺼두었어!
미안해!
정말이지, 제가 보기에는 참으로 어이가 없고 기가 찰 일이었습니다
그래 수영장은 그렇다고 치자!
점은 뭐야!
평소 종교에는 관심도 없고 (관상) (사주) (역술) 같은 것은 미신이라고 치부한 사람이 점집에 가서 점을 봤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정말 한심하고 말문이 막혔다고나 할까!
그런데 마누라의 다음 레퍼토리에 저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점쟁이가 그러는데 우리 둘이는 죽을 때까지 자다가 벌떡 일어나 싸울 팔자래ㅡ
신기하게 용케도 잘 맞추는 점쟁이 같아!
맞지, 그렇지,
마누라는 흥분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 둘은 죽을 때까지 헤어지지 않고 살 팔자래ㅡ
그래서 우리 집안이 용하고 신통방통한 부부래ㅡ
저는 마누라 말에 동조했을까요?
히죽히죽 거리며 다음 말을 걸어봅니다
그래 점쟁이가 또 뭐래!
마누라는 말합니다
당신 5월에 조심하래ㅡ
그건 왜!
낙상할 확률이 많대ㅡ
평생 드러눕든지 곧장 갈 수가 있대ㅡ
꼴가닥?
이게 남편한테 할 말입니까?
그래도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푸념과 한탄이 본질적인 이야기(핵심)로 이어집니다
아무래도 나 장사해야 될 것 같아ㅡ
언니(점쟁이)가 그러는데 물장사를 하면 떼돈을 만진다고 하네..
뭐! 물장사.ㅡ
술집을 말하는 것이야?
아주 진상을 떨어라!
그냥 집에 가만히 계시고 오매불망하셨던 수영장이나 다녀!
내 말에 마누라는 아주 신념이 가득 찬 얼굴로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단호합니다
포장마차라도 한다는 겁니다
아들놈 겨우 대학 1학년 보냈는데 그 녀석 한테만 이천오백만 원이 넘게 들어갔다며 당신이 돈 벌어오는 것에 성이 안찮다고 합니다
죽어도 할 거야!
고집입니다
내 머리가 미쳐 돌아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조용히 타일렸습니다
포장마차 그렇게 쉽게 보지 마!
음식도 그렇고 당신 술 한 모금도 못하지!
그리고 손님 진상들은 어떻게 할 건대!
행여 꿈도 꾸지 마라,하고 집을 나와 버렸습니다
진작 화낼 놈은 따로 있었는데 도리어 방귀 뀌는 놈이 성질부리는 격이 되고 말았죠
그날밤 지인을 만나 냅다 술을 부었고 술에 취해 집에 와서 마누라한테 소리쳤습니다
절대 안 돼!! 포장마차...
어젯밤입니다
미니책상을 갔다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무서운 마누라를 보았습니다
포장마차 꾸미는데 얼마요
창문 하는데 얼마요
반짝 전구, 등등
아들하고 4월(국방부*부름)까지 장사해 보고 안 되면 때려치운다나 뭐라나!
정말 미치겠습니다
김씨 고집이 지겹습니다
누가 그랬나요?
(최)씨 고집 (강)씨 고집이 (최강)이라고 말입니다
김 씨 한테는 새발에 펴요
그러나 저러나 명품 점쟁이는 맞는 것 같네요
자다가 벌떡 일어나 싸울 팔자다~ 말이 경구스럽습니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마누라를 이렇게 말합니다
마주 보고 누워라!!
근데 저는
마: 마누라를 보면
누: 누구! 너나 할 것 없이
라: 라디오에 시끄러운 높은 볼륨처럼 들리니
어찌하면 좋을까요?
라마 라마 사박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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