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종합검진

헤게모니&술푼세상 2012. 12. 3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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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러한가
경찰서 못지않게 정말 가고 싶지 않은 <公共> 건물이 있다면 병원이다 괜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죄 <罪> 지은 사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펄쩍 뛰는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왠지 모르게 머리는 바닥으로 숙여지고 말투는 고분고분하고 어느새 굽신거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나면 나도 모르게 번뜩 정신이 들며 이거 무슨 짓을 하는 건가? 하고 쓴웃음을 짓게 만는다 그러나 <高等> 인간이라면 싫든 좋든 병원을 들락 거려야 한다 번질나게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은 분명 문제가 있겠지만 수명연장을 위해서라도 가끔은 병원 가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나는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병원 문턱을 밟는다 그때마다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다면 영락없이 소가 도살장에 억지로 끌려 나오는 장면이다 나 스스로 내 의지대로 병원을 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타인의 권유에 의해서 즉 종합검진 안내문이 집으로 발송되어 온다거나 집사람의 강제적인 협박에 의하여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이다 지난봄 4월 달에 있었던 일이다 마침 여차저차하는 일이 생겨 큰 종합병원을 마다하고 동네병원에서 종합 검진을 하게 되었다 간단한 피검사로 모든 병명을 알 수 있다고 해서 의료 보험을 무시하고 자부담으로 돌려 몇 가지 검사를 받았다 이곳에서 <30년> 한세대를 살아왔던바 조치원 병원들은 단골이고 안면 있는 의사들이다 한번 피검사 비용이 16만 원이란다 그런데 단골손님이라고 만원을 깎아준다 역시 동네방네 병원들은 시장 풍경처럼 에누리 없는 장사가 없다 일단 환자를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지엽적인 흥미보다는 3일 후에 나오는 종합검진 결과다 나는 밥보다 술을 더 좋아하는 관계로 걱정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죽음은 두렵지 않은데 비실비실 하다가 있는 돈 없는 돈 다 까먹고 돌아가시는 것은 내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피가 말린다 인간아!! 그런 생각이 들면 술 좀 작작 퍼 마시지 그랬어! 스스로 선문답을 해보고 후회도 한다 한마디로 내 마음은 ‘갈팡질팡‘이다 드디어 3일 후 의사 앞에 내 모습을 드러낸다 벌레 씹은 얼굴이 따로 없다 단골의사 이 양반ㅡ 언제 적 나보고 실없는 농담을 한 사람이다 곽 선생!! 애가 들어찼습니다/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지 않습니까/ 무슨 말씀인지요ㅡ 그런 증상은 없고 요즘 신경 쓰는 일이 많아 골치가 아플 뿐입니다ㅡ 바로 그거예요/ 곽 선생 가슴에 애 <愛>가 가득 들어찼다는 말입니다/ 화병을 치료하세요/ 정말이다 그때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 이후 나는 동네의원이라는 명칭 대신 큰 병원의 원장님이라고 깍듯이 모셨고 자칭 대한민국의 최고의 명의 <名義>라고 불렀다 당시 나는 애가 타도록 심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나의 마음에 병을 신통방통하게 맞혔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었던 것이다,, 능글맞고 농담 잘하는 우리 원장님 발작 증세는 여전하다 또 시작이다 이번에는 조사를 꾸미는 경찰관과 피의자 신분처럼 자못 심각하다 먼저 방사선 결과부터 말을 한다 전에 앓았던 폐기종은 정말 사라졌고 폐는 아주 깨끗해요 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이 걸작 중에 걸작이었다 일단 성병이 없네요 에이즈도 없고요 다행히 몸속에 암 <癌>도 발견되지 않았고요 이쯤이면 의사와 환자 관계가 얼마만큼 인지 잘 알지 않을까? 정말 꾸밈없는 그대로 100% 리얼 <reaI>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뭐가 아쉬웠는지 우리 원장님 한 말씀하신다 술 좀 줄이세요 간수치가 상당이 높게 나왔어요 계속 마셔대다간 간경변증으로 발전될 수가 있어요 적당한 운동도 함께 병행하면서 한 달 정도만 금주 <禁酒>하세요 그러면서 결정타를 빼놓지 않는다 호르몬 수치가 매우 부족해요 갱년기 증상이 빠르게 오고 있어요 헉! 벌써 노쇠한 현상이 보인다 말인가? 단 한 번 주사에 35만 원이라는 우리 원장님 말씀을 뒤로한 채 나는 그래도 기분 좋게 병원문을 나설 수가 있었다 벌써 8개월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어느 해보다 술을 많이 찾았던 것 같다 변명 같지만 사람에 대한 실망이었고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많았던 탓이다ㅡ 술을 적당히 하라는 원장 선생님 말씀 귀담아듣지 않고 무시한 결과일까? 쉽게 피곤이 몰려오고 매사가 귀찮아지고 짜증이 몰려온다 새해 들어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있다 큰맘 먹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체적인 종합검진을 받아볼 생각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것은 나중 일이고 나의 책임이다 2012년 마지막 날에 모두에게 건강을 챙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새해 덕담 <德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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