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하늘 나라로 간 친구를 아직도 그리며...

헤게모니&술푼세상 2010. 10. 18.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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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아무리 오는 것은 순서가 있고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한들 이건 아닐세
남겨진 사람들의 슬픈 눈물과 감정들은 어떻게 추스르라고 그리 훌쩍 하늘나라로 갔는가
가혹하고 무정하고 허망하네
삶이란 사슬이..
이 별 없이 살 수 없는 게 인생이라고 말하지만 자네와 이별은 뜻밖이고 청천벽력과도 같아
죽음에 대한 절망이 이리 크다면 당신을 쉽게 만나지 말아야 했어
내가 바보였네..
자네와 함께했던 지난 세월들을 회상해 보면 왠지 까닭 모를 서러움과 아쉬움에 가슴 미어지고 절어옵니다
친구! 자네를 생각하면 그냥 자꾸 눈물이 앞을 가려.. 그리고 울어도 울어도 눈물이 나.. 불쌍해서 말이야
친구기억하는가! 늙으면 죽자는 약속 말이야..
욕심 없는 세상을 살다가 비슷한 시기에 각자 저승 가자고, 새끼손가락을 걸며 다짐했던 그 맹세와 약속은 어디로 가고..
이제. 어디에서 그 맹세와 약속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친구야!
또 생각나는가?
우리는 종교가 다르니까
나는 요단강 건너고 너는 북망산 타고...
우리 서로 끝말을 따서 강산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운 카페하나 만들어 오손도손 살자는 그 약속 아직도 유효한가 말일세
오늘 나는 자네와 24년을 걷고 걸었던 조치원 거리를 이젠 혼자가 되어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정처 없이 걷고 있네
비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기꺼이 우산을 버렸던 고마운 친구
때론 나의 손발이 되어 주었던 착한 친구
어느 날 내가 서러운 일이 있어 빗속에 숨어들어 마음껏 울었을 때 가만히 내 어깨를 안아 주었던 좋은 친구
전라도에서 태어나 아무 연고도 없는 충청도에서 첫발을 시작했을 때 한결같은 마음으로 다가와 정을 주었고 더 많은 경상도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었던 친구
자네가 아니었나 말일세
비록 우리는 가진 게 없고 배운 게 없어서 청춘문화 통기타 문화를 즐기지 못했지만 나름에 공돌이 문화 속에 알알이 영글어 가는 알찬 젊음을 보낼 수가 있었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안목과 혜안이 있었다고 생각해
고맙고 감사한 일이야
자네가 떠난 이 자리가 그토록 많은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휩싸인 것은 좋은 사람으로 각인되는 당신에 변치 않는 우정이고 사랑이야
자네 같이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을 나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방금 나는 자네가 즐겨 찾았던 단골 술집에 앉아 당신이 즐겨 불렸던 조용필 일편단심 노래를 부르고 있어
왜 그리 눈물이 쏟아지는 줄 모르겠어
~비바람에 꺾이니 나는 한 떨기 슬픈 민들레야 떠나지 않으리라~
친구야!
하늘나라에는 핸드폰도 없나 봐
네가 너무 보고 싶어 사무치게 보고 싶어 계속해서 자네 전화번호를 눌러보지만 아직 응답이 없네
무정한 사람아!
바보 같은 사람아!
한 번만이라도 꿈속에서 나타나 주게나 너무너무 보고 싶네
(2003년 어느 신문사에 발표된 추모의 글 중 일부분)

오늘은 7년 전 뇌출혈로 인해 하늘나라로 간 내 친구 결혼기념일이다

친구야 잘 지내고 있지
아직도 나는 널 그리워하고 보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아
하루도 널 잊어 본 적이 없어
며칠 전에 너 육신이 한 줌에 재가되어 뿌려졌던 너 고향집을 찾았어
너 생각에 또 눈물이 그렁그렁했어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지금 네가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한참 동아는 오래도록 했어
너의 딸의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내 사는 모습도 볼 수있 수 있었을 텐데..
친구야!
벌써 너 딸은 고등학교 1학년이란다
너 형님집에서 잘 크고 있으니까,
하늘에서 지켜봐 주고 돌보아 주렴.. 외롭지 않게 쓸쓸하지 않게 말이야
가끔 내 집 사람이 네 딸 은옥이를 보러 가지만 나는 그곳으로 발걸음 옮길 수가 없구나
너의 형님께서 나만 보면 눈물을 보이고 슬픈 표정을 보이니 내가 괴로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사랑하는 친구 은수야
너의 형 고마움을 알고 느껴라
나는 아직 이승에 머물고 있지만 언제든지 널 만날 준비가 돼있어
친구야!
사후의 세계가 있다면 난 인간의 형상이 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널 만나고 싶어
사후 내 모습이 토끼가 돼도 좋고 돼지로도 좋고 개로 변신해도 좋아
친구야!
내가 가면 두 팔 버리고 반갑게 맞이해 주렴
아무튼 친구야!
적막하고 가을깊이가 느껴지는 새벽밤이야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소식 전해줄래.. 여기 종교를 가진 인간들과 내기를 했어
정말로 극락에도 천국처럼 노루가 뛰놀며 사슴이 껑충 뛰노는 극락동산이 있니?
형형색색의 꽃들로 만개하여 우리를 오라고 손짓하고 부르고 있냐 말이다
그렇다면 천국이든 극락이든 당장 가고 싶어서 그래
꼭 연락 주게나.......

ps 1500원 추억의 친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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