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내용과는 상충 <相衝>되고 어긋나는 표현이 될 수 있겠지만 저는 이 세상에서 교사를 가장 존경합니다.
이유는 교사는 여러 인간을 맡고 가르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교사에게 인간(교육)을 맡긴다는 것은 "깊은 신뢰와 믿음에 바탕이 아닐까"생각하면서 어린 시절 가슴이 아팠던 초등학교 생활을 끄집어냅니다.
저 역시 다른 애들과 마찬가지로 사고(思考)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애들아!
선생님도 화장실에 가실까?
<大> 소변은 안 할 거야!
선생님은 무슨 음식을 드실까?
아마 이슬을 먹고살 거야!
선생님은 몸에 때가 있을까?
설마 누룩 때가 있겠니!
선생님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순진무구한 관점은 절대적인 믿음과 신뢰였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높은 하늘(極天)이고 한량없는 은혜의 <恩惠-城> 성이라 말할 수 있었죠!
선생님의 그림자를 밟고 지나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불경죄(不敬罪)였습니다.
그러나 제 아버지의 죽음과 찢어지게 가난한 우리 집은 어린 마음에 씻지 못할 상처와 큰 고통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굶는 것은 며칠을 참고 견딜 수 있었지만, 학교에 꼭 바쳐야 하는 육성회비 600원을 몇 달째, 못 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늘 안절부절 불안한 상태로 학교생활을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제 속 타는 심정은 한마디로 벼랑 끝에 매달린 지옥과도 같았습니다.
엄마!! 선생님이 육성회비 가져오래!
엄마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합니다.
지금 돈이 없다.
다음에 드린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려!
저는 억지로 무거운 발거음으로 학교를 가야 합니다.
하루하루 학교 등교가 지겹고 무섭습니다.
곧 다가올 체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승사자도 이렇까요?
체육. 음악. 선생님 두 분은 인정사정없이 무서운 악마가 되어 나타납니다.
육성회비 내지 못한 놈, 이쪽/ 숙제 안 한 놈, 저쪽/ 지각한 놈, 그쪽/ 말썽 피우는 놈들을 일렬로 세워 놓고 무차별적으로 몽둥이를 휘둘립니다.
손 발 허리 엉덩이 가릴 것 없이 내리칩니다.
이건 체벌이 아니라, 인간 마루타입니다.
두 분 선생님은 학교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이 아니라 고문을 실체를 보여주며 오직 돈만 걷어내는 학교의 충실한 견공(犬公)이었죠.
여러 가지 도구를 이용해서 무자비하게 때리는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알몸 상태로 몇 개의 학급반을 전전하며 교단 앞에 서서, 저는 "기성회비를 못 냈어요" "죄송합니다"라고 큰소리로 말하며 소리쳐야만 했습니다.
그때 소스라치고 까무러치는 여학생의 표정들을 멀뚱 쳐다보며 우리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그나마 도덕책으로 중요 부분만은 가릴 수는 있었습니다.
전교 학생수 1.500여 명이 넘는 학교에서 그것도 대명천지에 10~20명 짝을 지어 순회공연처럼
늘 이 짓을 했다는 것은 제 어린 마음에 분노와 증오 그리고 복수를 싹트게 만들었습니다.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제 친동생이 있는 교실까지 찾아가서 그 짓을 해야 했죠.
공공연히 못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학교 측은 나 몰라라 했고 묵인했습니다.
학부모님들은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무지와 무관심밖으로 일관했습니다.
가난하고 빽 없고 돈 없는 놈은 사람이 아니었죠.
제가 당돌했나요?
영악했을까요!
어린 그 나이에 "내게 총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소망을 빌고 또 빌었습니다.
총이 허용되는 세상이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모조리 갈기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
참으로 더럽고 역겨운 세상이야!
무시. 멸시. 모욕. 그 자체였습니다.
이게 학교야!
저게 선생이야!
도저히 기성회비를 낼 수도 없었고 더 이상 두 분 <음악> 체육> 선생님을 차마 볼 수가 없어 학교를 그만둬야 했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제가 학교를 여지없이 차 버리고 나와버렸죠.
제 나이 11살 4학년 후반기 무렵입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초등(국민) 학교 졸업은 마치고 싶었고 가감승제는 터득하고 싶었는데, 한글은 정확히 읽고 쓰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그것이 내 인생의 학교공부가 전부였고 교육부 혜택 또한 전부었습니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어렵고 힘든 일이 많았지만 학력 때문에 서럽고 절망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게 다 운명적인 인생이었고 삶에 무게였습니다.
진작 저는 초등학교 두 분 선생님을 마음속으로 화해했고 용서했습니다...
얼마 전 (학생인권조례) 공표 때문에 김상곤 경기교육감과 경기도교육청이 충돌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저는 어떤 감회보다 세상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주주의를 여러 가지로 해석합니다!
자유와 책임이 아닐까요?
교사의 교권도 보장되어야 하지만 학생인권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체벌로 인해 일부 교사들께서 사회의 빈축을 사는 것을 보면서 제가 어린 시절 겪었던 쓰라린 감정들은 복잡 다난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사랑의 매냐? 가혹한 체벌이냐고 공론화하고 이분법적인 잣대로 무조건 교사를 매도하고 공분하는 것은 옳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육은 원숭이를 인간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 교사의 양심과 책임을 맡겨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사교육에서 뺨 맞고 공교육에서 화풀이 하는 교육 현실입니다.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공교육이 없는 교육은 불가능합니다.
선생님을 믿고 아끼고 우러러보는 세상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선생님 편이 되어 추억담을 쏟아내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어린 시절 미워하고 원망했던 체육, 음악 선생님들이 나중에 제인생의 길잡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제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많은 교사분들에게 한없는 사랑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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