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형제 자매의 벙개 스폿..(😍)

헤게모니&술푼세상 2024. 5. 19.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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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하루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지난날에 사랑했던 그미들을 천장에 붙박이를 하고 있는데, 막내동생의 전화벨 소리가 산통을 깨트려 버린다.

그놈, 참 푼수같이 눈치 없게 조금도 기회를 주지 않는구나?

나의 솟구치는 아드레란드와 흠뻑 젖은 나르시시즘이 순간적으로 허공으로 날아가버렸다. 

나는 클라이맥스의 황홀경은 나중으로 미루고, 밑으로 처진 손가락의 손놀림은 금세 휴대폰을 들고 귀에 쫑긋 대는 모양새를 취한다.

뭔 일이냐?

동생의 말인즉슨, 요즘 몸이 허약하고 얼굴이 불꽃이 튀는 걸 보니 아무래도 갱년기가 찾아온 것 같다며 같이 보양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친동생이고 뭐고, 본인이 한턱을 낸다는데, 가만있을 내가 아니다.

안 그래도 너 때문에 손빨래가 엉망진창이 되었다.^^

형! 바보 아니야?


자동세탁기에 돌리면 일사천리로 끝이 나잖아!

이놈이, 손빨래가 무엇 인교, 알고 하는 말인지, 혹시 자동세탁기를 형수로 비유하는지 오만가지 생각을 품으며 약속장소에 나갔다.ㅎㅎ 

동생은 둘째 누나와 매형을 모시고 남자의 스테미너 끝판왕인 장어 먹으러 장어전문식당에 나를 안내한다.

장어맛은 끝내 준다.
별점을 드린다면 4.5다.

하지만 다닥다닥 붙여진 식당테이블과 눈이 맵도록 품어내는 숯불연기에 눈이 따갑다.




역시 형제는 형제다.

나는 며칠 동안 돼지고기와 닭고기에 질려버렸는데,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장어고기가 내 눈앞에 있으니 나도 모르게 게슴츠레한 눈빛과 게걸스러운 입벌구를 <먹텐션>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

막내동생은 회사에서 세경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실컷 드시라"는 기분 좋은 소리로 누나와 매형에게 살갑게 대접한다.

막상, 민물장어 한 마리를 먹고 나니, 특유한 장어기름기에 젓가락질은 무뎌지고 시원한 냉면이 당긴다.

20년 전만 해도 식당에서 민물장어 한 마리를 시켜 먹는다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장어는 비싸고 고급진 요리라서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잠깐 샛길로 빠져보는데 13년 전에 양구에서 군대 생활한 아들이 첫 휴가를 나왔는데, 집사람이 다짜고짜 아들만큼은 장어로 몸보신하고 부대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 당시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서민들의 등이 휘어질 정도였다.

재래시장에서 상추 5kg 한 박스에 8만~9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주유소에 1리터 경윳값이 1450원이었고, (중급 사이즈) 장어 한 마리에 33.000원으로 형성되고 있었다.

지금 <2024년>의 살인적인 고물가와 고환율과 고금리가 비슷했다.  

아들은 내 벌렁벌렁한 심장과 시린 속을 모른 채 자그마치 장어 여섯 마리를 혼자서 배속에 밀어놓고 또다시 입맛을 다셨으니, 내 딸과 우리 부부는 장어 몇 점을 식당천장에 걸어놓은 "수전노"의 심정이었다.

<중략>


현재 이 집, 1등 민물장어집은 모든 시스템이 셀프로 운영되고 있으며 상차림을 몇천 원 받는 대신,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제법 큰 사이즈 한 마리에 약 30.000원이다.

4명이 장어 4마리는 간에 기별도 없고 양이 차지 않기 때문에 최소 6마리가 필요하다.

다만 가성비는 그럭저럭 좋지만, 민물장어가 국산일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듯이 요즘 장어는 양식이고 외국산이 세상천지다.  

나는 기왕이면 장어를 맛있게 먹으려면 큰 대자 사이즈로 한 마리에 5~6만 원 하는 국산(자연산)바닷장어를 선택하겠다.

2011년 아들과 함께 조치원 장어마을에서 장어놀이를 했던 그 시절과는 확연히 다르게 골라먹는 여유가 있고 생활에 풍족함이 넉넉하기 때문이다.

법 없이도 사는 착한 동생은 2차에서도 달달하고 시원한 커피로 느끼한 장어맛을 희석시켜 준다.

누나와 매형을 먼저 집으로 보내드리고 단둘이 남아 내기 당구도 치고 편의점에 앉아 소주병을 까고, 밤이 늦도록 즐거운 시간을 마음껏 보냈다.

이제 내일을 위해서 헤어질 결심을 하는데 막내는 쭈뼛쭈뼛 조심스럽게 내게 속삭인다.

형! 혹시 그거 있어?

척하면 척이다.

친구가 서울대병원에서 처방한 국산 오리지널을 7알을 줬는데 비상용 2개만 남겨 놓고 다 가져가라?

그러면서 너도 나처럼 큰일이다.

가운데 다리가 튼튼하고 토실토실해야 하는데 우리도 벌써 세월은 비껴가지 못한다.

언제나 젊은 줄 알았는데 화살처럼 늙음이 빠르게 다가왔단 말이다.

그러면서 파란색과 주황색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형은 대단해요?

"비-시" 회심의 카드를 쉽게 구하고 내 밀어?

인마! 넌 아마추어고 난 프로잖아!

세상은 말이다.

합리적인 공급책이 있으면 떳떳한 수금책이 있는 법이다.

당구내기 게임에서 내가 져서 호프집에서 소맥을 먹이고 로또복권을 사주니, 동생은 편의점에서 소주와 라면까지 사준다.

형!
그나저나 술 드시면 꼭 새벽에 컵라면 먹잖아?

좋아하는 면 종류니까 잊지 말고 끓어먹어요!  

이날이 정확히 5월 9일이다.

이틀 후 나는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술을 입에 대지 않는 날이 벌써 11일 째다.

앞으로도 15일 동안은
술 한 모금도 먹지 말아야 잠시 이곳을 떠난다.  

술생각이 전혀 없는 이 밤에 나의 이야기를 덤덤히 끄적거려 봤다.

이제는 눈 좀 붙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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