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조치원 침산동(욱일포차) 🍾🍺

헤게모니&술푼세상 2023. 9. 1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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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장이 작년보다 올해가 더 잘 굴러갈 줄 알았는데, 7월과 8월의 제품현황을 살펴보니 납품출고는 바닥이고 보기 드물게 완전 적자를 찍었다.  

올여름은 유난히 폭염과 폭우 때문에 맨홀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측면이 많지만 침체된 경기불황으로 여러 가지 품목을 생산하는 주변 공장들도 마지못해 공장가동을 하는 것 같다.

가파르게 뛰어오른 원자재값과 인건비와 전기세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고 공장을 운영하는 데 있어 꼭 지출해야 하는 기타 부대비용은 천정부지로 가격이 뛰어올랐다.

정말이지/ 아프니까/ 사업주다.

그렇다고 공장문을 쉽게 닫을 수는 없고 해서 날마다 눈알이 빠지게 거래처에서 날아오는 팩스용 "발주서"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한 달에 5~7번 정도는 거래처에 물건을 실어다 줘야만 그나마 공장을 붙들고 뭐든 하겠는데, 사무실에 멍하니 앉아 한숨만 푹푹 쪄내는 나의 모습이 처량하다.

이럴 때면 잦아지는 것이 술자리뿐이다.

나는 내일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라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을 중요시하고 뜻깊게 하루를 보내는 스타일이다.

마침 주말에 만나고 싶은 형님이 떠올라 서로 술잔을 놓고 얼굴을 마주했다.

형님.....

한 잔해요.
보고 싶었어요

육일포차


사실 나는 내 집에서 주변 200미터 전후 술집은 전부 "보도순례"를 했고 지나가는 멍멍이도 나를 알아보고 왈왈거릴 정도로 조치원의 유명한 술꾼으로 통한다.^^


다른 술집보다 욱일포차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찾는 것은 젊은 여주인장이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고 매우 상냥하고 친절하고, 무엇보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안주거리가 내 입에 딱 맞기 때문이다.


8살 터울인 형님과 인연이 된 것은 고작 1년밖에 안 됐지만, 나를 진심으로 친동생처럼 대해주고 남자다움이 있기에 처음 본 순간 형님과는 오래도록 사귀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다.


나는 별별 사람을 만나지만 바로 사람관계를 이어가는 성격이 아니며 최소 5번 이상 만나야 그때 내 마음을 열기 때문에 내 명함을 먼저 상대방에게 내밀지 않는다.


  조치원 태어나 칠십이 넘게 고향을 지키는 형님이 좋다.


우리는 세종시 역사와 사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2차는 조치원 시장통에 있는 홍어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과 함께...



또 거기서 안면이 깊은 이 사람 저 사람들을 마주치니, 형님 식탁에 앉아있을 시간은 없고 이 자리 저 자리 옮겨 다니며 술을 마셨다.


술은 과음으로 치닫고 잠깐 시장통 공동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다시 전집을 찾는데 어느 골목에 전집이 있는지, 상호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필름이 끊겨 버리고 만다.


하는 수 없이 형님에게 전화로 먼저 집에 들어가겠다며 양해를 구하며 2킬로 넘는 내 집을 향해 터벅터벅 돌아오는데, 자꾸 가는 길이 내 집 쪽이 아니고 자꾸 제자리에서 빙빙 돈다.


공장일 때문에 날카롭게 신경을 쓰다 보니 5년 만에 뇌구조에 블랙아웃 <blackout> 온 것이다
.


역시 술은 기분 좋을 때 마셔야 오래가는 것 같다....!!

오후에 공장에 나가 짐은 싣고 집앞에 주차...

TV 보며 늦은 저녁시간..
앞으로 거의 양파와 단둘이 살아야 한다.
옆지기는 딸내미의  둘째 아기  순산이 11월 초.
저녁이면 딸 집으로 출근하고 아침에 손자 어린이집.

거래처에서 징징거리는 내 마음을 알았을까?

내일 이른 아침에 제품 입고해 달라는 통보다.  

속보이지만 내일은 내 눈과 태양이 떴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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