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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공장에 나가 봐야 할 일이 없다. 그래도 공장문은 열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침 출근을 한다. 코로나(전염병)여파가 이토록 소소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인생의 화면까지 정지 시켜버렸다. 텅빈 공장안의 풍경과 스산한 사무실 표정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스럽게 만든다. 단숨에 표정과 풍경이 맞닥트리니, 도저히 공장을 붙들어매고 시간죽이기는 벅차다.
공장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자.
집사람은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보자마자, 심각한 얼굴을 내민다. 그러면서 코로나 청정지역이라 불렀던 조치원에 양성 환자가 발생했다며, 볼멘소리를 해댄다. 맞아! 내가 잘아는 지인이 사는 /아파트/ 같은 동/ 같은 라인/ 윗층에 거주/ 40대 여성/ 직장인이야/ 세종시에 손꼽을 만큼 어마한 세금을 내는 회사는 그 여인때문에 당분간 공장폐쇄야!
이처럼 집사람에게 자세히 확진자의 신상정보를 말해주는 것은 세입자를 상대하는 원룸장사꾼이고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는 스타일이고 그 아파트는 놀이터처럼 눈에 달고 가깝게 살아가기 때문이었다. 지인께서 나에게 전화 너머로 한숨 쉬며 "나도 코로나에 전염되었는지 모르겠다"며 큰걱정과 염려를 마다하지 않았기에 혹시나 해서 나는 집사람한테 신신당부를 해야 했다.
당분간 주변사람들과 접촉하지마.
한순간에 역병이 찾아오니 마을이 흉흉하고 뒤숭숭하다. 마침 아들 친구가 선물로 보내준 성주참외가 도착한다. 어쩌면 참외가 때깔 곱고 특유의 향기가 진동하다냐? 성주참외 우수성을 누구보다 잘아는 나는 집사람에게 이게 진짜 참외다! 어서 깎아서 먹어봐! (주)거래처 성주에서 제품주문이 들어왔으면 직접 참외 몇박스를 사와 애들하고 나눠 먹을려고 했는데..거참, 택배가 먼저네 그려^^
그래도 부부라고 했던가? 집사람은 공장이 셧다운이 돼도 상관치 않는다며, 느긋하게 기다리면 코로나도 물러가고 공장도 정상 가동이 되지 않겠어? 우리 부부의 도란도란 말에 양파가 기분이 좋은가보다. 자꾸 꼬리를 흔들며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모처럼 반려견을 데리고 고복저수지에 왔다. 물에 얼굴을 비추고 강바람에 가슴 내미니 왠지 모를 답답함과 조급함이 양파가 뛰노는 발걸음처럼(사뿐사뿐)가볍다.
양파야! 아빠없이 여기서 눌러 살래!
말귀를 알아들었는지 양파는 (이잉 )소리를 내며 내 다리에 밥풀처럼 달라붙는다. 미안 미안해/ 이제 집에 가자/ 엄마는 형 가게에 일하러 갔다/ 우리 끼리 재미나게 놀자/ 불타는 금요일에 너랑나랑/ 그래 안팎으로 우환이 생기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우리집 식구들 뿐이야? 무슨 일이 생겨도 가족의 구성원은 흐트러지지 않아! 양파야! 발들어 봐/ 악수하고 약속하자/ 신기하게도 앞발을 들고 내 손을 휘감는다.
양파와 단둘이 해결하는 저녁밥은 의외로 쉽겠다.
...ㅡㅡ....
고복저수지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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