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새벽 4시 정각에 저는 눈을 떴습니다. 아침 9시까지 회사 거래처에 납품을 끝마쳐야 하는 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거래처가 3ㅡ4시간여를 달려야 도착 되는 곳이라서 장거리 운행에 필요한 간단히 먹을 것과 필요한 것 들을 꼼꼼히 챙기는데 책상 위에 하얀 봉투와 책 한권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메모 한 장도 눈에 띄었습니다. 아빠! 나 오늘 대구 내려가! 10만원 봉투에 넣었어! 맛있는것! 사먹어! 글구 편안한 생각으로 편안하게 살아! 그래 맞다. 오늘부터 내 딸은 대구에서 학교생활이 시작되는구나. 한참 동안 저는 침대에 털썩 주저 앉아 있어야만 했습니다. 알 수 없는 가슴 뭉클함과 숱한 감정들이 쏟구쳐 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벌써 대학생이 되었구나! 이제 아빠 곁을 서서히 떠나는 연습을 하는구나! 저는 살짝 딸의 방문을 열고 딸에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행여 깰까봐! 괜한 짠한 마음이 들까봐! 그냥 집을 나섰습니다. 대전 _통영간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지난 세월 딸과의 울고 웃었던(喜 悲)추억들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초등학교 2학년때 쯤 딸애가 했던 말은 아직도 가슴을 아리게 만들고 미어 터지게 합니다.
아빠!! 나 커서 수퍼마겟 아줌마 되어서 아빠 맛있는 것 비싼옷 많이 사줄게! 우리집은 가난하잖아!! 그때 당시 집에 먹을꺼리도 없고(돈)도 없어서 가끔 수퍼에서 외상을 하곤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딸에 눈에는 수퍼아줌마가 제일 부자로 보였던 것입니다. 그때마다 저는 마음속으로 애들 앞에서는 절대 허덕대는 모습, 가난한 한숨소리는 하지 말자고 다짐하기도 했지요. 다행히 열심히 일한 보람으로 차츰 생활은 안정되어 갔고 휴일이면 딸과 함께 놀이동산도 자주갔고 맛있는 외식도 가끔 할 수 있었지요. 생활에 여유로움은 화기애애한 화목으로 묻어났지요. 언젠가 딸아이의 조크입니다 아빠!! 남들이 말하는것 처럼 나는 아빠와 외모도 비슷해서 억울해 죽겠어! 닮아도 너무 닮았어! 더군다나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점수가 제자리야! 머리도 붕어빵이야! 눈을 흘기며 투정을 부릴때면 천상 제 딸의 모습이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한번은 이런일도 있었습니다. 아빠! 나 대학교 정했어! 그래, 어느 대학인데, 명문대학이야! 그럼 sky네, 그건 아니야~ 근데 아주 쎈 대학이야! 그게 어딘데 청와대야!! 뭐라고!! 우리 식구들은 어이가 없어 박장대소하며 웃고 말았지만 딸내미 얘기를 자세히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말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대학 전공을 살려서 반드시 청와대 입성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청와대 가면 경찰이 지켜주지, 군인들이 보호해 주지, 최상의 경호원들이 근접경호해주지, 나같은 예쁜여성이 근무하기에는 안성마춤이야~ 안 그래! 아빠! 내 말이 틀렸어! 저는 어리게만 느껴지는 제딸 입에서 이런말이 나오다니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제발 청와대에 들어 갈 수 있다면 가문에 영광이다, 근심 걱정은 안하겠다!.. 저는 이렇게 답을 하기도 했지요, 새벽 풍경과 함께 달리는 딸애와의 추억들도 이젠 주마등이 되어 까맣게 스치고 지나갑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더 잘해줄 걸, 좀더 따뜻하게 살갑게 대할 걸, 왜 그리 무뚝뚝한 아빠가 되어야만 했을까? 후회스러움이 밀려옵니다. 작년 내 생일때가 생각납니다. 많은 손님들로 가득한 식당안에서 딸은 예쁘게 키어줘서 고맙다고 나를 와락 포옹해주었습니다. 딸애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처음으로 해주는 기습포옹, 그리고 뽀뽀였습니다. 딸은 무척 낯을가리고 수줍움을 타는 성격인데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다는 게 감동 그 자체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릴적부터 한번도 병치레도 없었고 한번도 말썽을 일으킨적이 없는 착한 딸이라 진한 여운으로 다가왔습니다. 요즘 며칠동안 딸이 선물해 주고간 코이케 류노스케 `생각 버리기 연습`책을 읽었습니다. 딸이 왜 이책을 선물해 주었는지를 잘 알 것 같습니다.
인간들의 쓰잘대기 없는 생각, 잡스러운 생각을 버리고 살라는교훈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어찌 인간이 떠오르는 생각과 의미들을 쉽게 버릴수 있을까요? 그게 나쁜거든 좋은거든 속히 못버리지요. 그러나 딸아이 말처럼 이제 저는 편안한 생각으로 편하게 살고 싶다고 다짐해 봅니다. 이제 딸이 집을 떠난지도 일주일이 지나 갑니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고 부모곁에 잠시 머물다 떠나는 나그네와 같은 존재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찡합니다. 방금 전 전화를 걸었습니다.
두리야! 잘있지! 응 아프지말고 건강해야 돼. 알았어 공부 잘하고! 그래 아빠도,아프지마! 오랫동안 전화 통화하고 싶어서 전활을 걸었지만 막상 이게 전부입니다. 꼭 하고 싶었던 말 우리 딸! 정말 사랑해!! 입안에 맴돌 뿐, 정녕 하지를 못했습니다. 바보처럼 말입니다 ㅡ 내 딸인데ㅡ 후회가 금세 그리움으로 변합니다. 우리딸 언제 올건가?
달력 앞으로 목을 쑥 내 밀어 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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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 장재인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잊을수 없는 기억에
햇살가득 눈부신 슬픔 안고 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떠나가는 그대 모습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우 우~ 우
여위어가는 가로수 그늘밑 그향기 더하는데
우 우~ 우
아름다운 세상 너는 알았지 내가 사랑한 모습
우 우~ 우
저별이 지는 가로수 하늘밑~ 그향기 더하는데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떠나가는 그대 모습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우 우~ 우
여위어가는 가로수 그늘밑 그향기 더하는데
우 우~ 우
아름다운 세상 너는 알았지 내가 사랑한 모습
우 우~ 우
저별이 지는 가로수 하늘밑~ 그향기 더하는데
내가 사랑한 그대는 아나
가사 출처 : Daum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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