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죽음은 순서대로..........

헤게모니&술푼세상 2011. 6. 7.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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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애가 지금쯤 살아 있으면 몇살 정도 돼

누구?

큰집에 큰형 딸 말이야

조카!!

글쎄다

서른한살 정도 되지 않았겠니?

딱하고도 불쌍하지!!

엄마는 긴 한숨을 몰아쉬시며 찬찬히 말문을 여십니다

만약에 조카딸이 살아 있었으면 아마 그 애가 그 집안을 일으켜 세울수가 있었을테고 너희 아버지 代를 이룰수가 있었을텐데..

하늘이 원망스럽다

지난 일요일 저는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고자 인천으로 가던중 차안에서 엄마와 나눈 대화 내용들입니다

새삼스럽게 제가 죽은 조카애를 떠올리는 것은 집안 대소사 때마다 보게되는 큰집 형님의 슬픈 자화상 때문입니다

사람은 감정을 숨길 수 없듯이 큰형님의 얼굴에서 보여지고 나타나는 안쓰럽고 측은한 표정들은 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때문입니다

엄마!!

차라리 큰집에 큰형부부 결혼식장에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안그래!!

저는 혼자말을 내 뱉으며 잠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봅니다

 

10여년 전 일입니다

어느날 큰아버지께서는 예고도 없이 우리 4남1녀가 모여 사는 이곳(조치원)을 불쑥 찾아 오셨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평소 큰아버지께서는 작은집 식구들을 찾으시면 꼭 저희 형집에서 우리 형제들을 불러내어 잠깐 만나고 금방 가셨는데

그날은 큰아버지의 언행과 행동이 사뭇다른 극과 극의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20년만에 처음으로 우리 형제들이 사는집을 일일이 방문하셨던 겁니다

맨 마지막으로 저희집을 찾으셨는데 놀랍게도 큰아버지께서는

둘째야!!

오늘 여기서 하룻밤 묵고 가마!!

그러시면서 평소 입에 대지 않으신 약주를 찾으셨습니다

아내가 술상을 준비하는 동안 큰아버지께서는 10살짜리 제 아들을 손수 당신 무릎팍에 안으시며 제게 당부 말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이녀석 관상이 괜찮다!!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잘 키어라!!

예!!

큰아버님!

꼭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을 하였습니다

사실 큰아버지는 제 아버님과 성격이 똑같은 분입니다

완벽하고 엄격하고 호불호가 정확하셨습니다

성리학을 중시한 유교사상의 소유자였고 한문과 역사에 깊은 조예가 있으셨고 모든 면에서 박학다식하셨습니다

전국팔도를 돌며 문중 일을 돌보셨고 새로운(현풍곽씨)족보를 만드는데 많은 일조를 하신분입니다

명예와 감투를 중요시했다 할까요?

큰아버지는 곧 우리 아버지였고 큰아버지 말씀은 (계명의지침서) 명심보감 그 자체였습니다

큰아버지가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분이셨다는것은 큰집 작은집의 형제들이 너무나 잘 아는 사실입니다

큰아버지가 나타 나셨다하면 그순간 만큼은 우리들은 얼어붙은 동태처럼 꼼짝달싹을 못했고 공손히 무릎을 끓고 큰아버지의 말씀을 몇 시간이고 경청해야만 했습니다

그런 큰아버지가 그날밤 제아들 녀석을 꼭 끌어안고 주무셨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일이었습니다

 

그리고 3개월후 큰아버지께서는 홀연히 離昇을 등졌습니다

무척 정정하셨던 큰아버지의 죽음 뒤에는 원통함과 비통함이 서럽게 배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큰아들 첫째딸 손녀의 허망한 죽음이 한 몫을 하였던것입니다

그러니까 저희 작은집 식구들을 찾아 오셨을 때에는 이미 손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슬픔과 허전함이 계셨고

이제 당신을 죽음을 예견하신것 처럼 마지막으로 작은집 식구들과 이별을 구했던것입니다

큰아버지는 큰집9남매 작은집6남매들을 모여놓고 신념처럼 하신 말씀이 있었습니다

너희 형제들 자식중에 누구 하나라도 작은아버지의 대(代)를 이어야 한다

그것은 경찰이다..

 

조카!!

그애는 어릴때부터 머리가 똑똑하고 명석한 두뇌를 가진 비상한 아이였습니다

워낙 공부를 잘했기에 명문대(SKY) 들어가는 것은 쉬운죽 먹기다 할 정도였으니까요?

먼 친적중에 판-검사가 있으면 뭐 하나!!

직계가족 중에 한녀석이라도 성공하는 것이 몇배 낫다

그래서 조카는 우리 곽씨집안에 희망이었고 기대주였습니다

큰형님의 권유였을까요? 

큰아버지의 영향이 컸을까요?

 

조카는 명문대 진학보다는 경찰대학으로 눈을 돌렸고 마침내 경찰대학에 합격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입니까?

조카는 경찰대학 재학중, 서울에 있는 집에 볼일이 있어 들렸다가 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만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고 만 것입니다

조카 죽음을 친척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채 큰아버지와 큰형은 조카를 가슴에 묻었습니다

 

인천 募예식장에 들어서니 친적중에 제일 먼저 눈에 띄는것은 역시 큰집 큰형과 형수님입니다

건강해 보였습니다

저는 큰형과 말없이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큰형의 손에서 강한 힘이 느껴져 옴을 알수있었습니다

실어증, 불면증, 머리탈모, 증세를 보이셨던 형님은 이제서야 10년이란 긴 터널을 빠져 나오고 있었던 겁니다

작은집에 신경 못써서 미안하다" 너희 형도 병중안이니 둘째 너가 잘해야 한다"

큰형님은 저에게 신신당부 말을 하였습니다

형님!!

저희 형제 우환이 있고 걱정꺼리도 많지만 자식을 잃은 형님 심정을 절대 이해할 수 없고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세월이 흘러 갔으니 이제 훌훌 털어버리시고 형님의 남은 인생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이순`을 넘긴 큰집 형님을 향해 연신 중얼거렸고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반복되는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1일입니다

아침부터 천둥 번개와 함께 강한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날 따라 저는 원청공장으로 출근하여 한참 일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형님께서 황급히 자리를 뜨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저 형님 무슨일이 있어요?

옆에 있는 공장사람에게 묻자.

방금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었대

뭐라구요!!

형님은 제가 6년전 직장을 잃고 방황하고 실의에 빠졌을 때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입니다

세상에 이럴수가 있을까?

외아들이고 작년에 결혼했고 겨우 서른 한살인데 하늘도 무심하지 무심하다!!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형님 아들의 승용차는 (경부고속도로)`오산`근처에서 그만 길에 미끄러져 버스와 추돌하였고 그 자리에서... 현장 사망을 했던 것입니다

인사성도 바르고 성실한 젊은 친구였는데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장례식장은 말 그대로 비참보다는 참혹한 광경이었습니다

차마 눈뜨고 볼수가 없었습니다

불쌍한 것!

불효 막심한 녀석아!!

부모보다 먼저가는 법이 어디있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짧은 나이에 저 세상으로 보내야 하는 부모 심정을 또 보는것 같았습니다

자식은 청산에 묻는 것이 아니라 부모 가슴에 묻는다는 말에 저는 울컥했습니다

젊은아내와 10개월짜리 딸아이를 남겨두고 황망히 떠나버린 젊은 망자가 원망스럽고 불쌍해 보였습니다

휘영청한 달을 쳐다보며 저는 소망을 빌었습니다

 

부디 죽음만큼은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어떤 죽음이든 순서대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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