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나는 지금도 대문자가 뭔지, 소문자가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하여 꼬부랑글씨만 보면 머리가 하얗게 변한다. 한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내가 영어에 올인한다는 것은 지극히 배부른 소리였다. 15살 즈음, 나는 서울에서 잠깐 호텔 벨보이를 했는데, 공적인 용무로 호텔에 자주 찾아온 분이 있었다. 놀랍게도 당시 사회의 큰 이슈가 되었던 살인마 김대두 사건을 진두지휘한 청량리경찰서 형사과장이었다. 그분을 생생히 기억하는데, 키는 작았지만, 근육으로 뭉친 몸매는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특히 영어에 능통했다. 게다가 무서운 경찰관의 이미지와 다르게 따뜻한 성품을 소유한 친절한 수사관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어린 나이었던 내가 딱하고 안쓰럽게 보였는지 모르지만, 형사과장은 무척이나 나를 다정다감하게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