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참회록

헤게모니&술푼세상 2012. 6. 1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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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作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유물<唯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參會>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년<萬 二十四年>일개월<一個月>을

무슨 기쁨으로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겨울은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랑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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