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 잡생각

늦가을날에~~갈대와 억새

헤게모니&술푼세상 2023. 11. 2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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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늦가을
#군산여행길에서...

타임머신을 타듯, 잠깐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청춘이 무르익어가는 시절에 인숙이라는 여인이 있었다.

처음 본 순간 "이 여자다"라는 느낌보다는 잠깐 보리밭을 걷을 수 있는 짝꿍은 되겠다?
 
우연
인연
필연
연인
 
이와 같은 낱말은 내게 어울리지 않을 만큼 풋사랑하기 딱 좋은 여자였던 것이다.

당시 '가난'이란 두 글자는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궁핍한 시대 속 청춘별곡이었다.
 
밀가루 겉포장지로 돌돌 말은 50원짜리 번데기 한 봉지를 사서 너 한입/ 나 한입/ 서로 주고받지 못할 만큼(빈털터리) 불알 두쪽의 잔인한 인생이었으니까?
 
돈주머니가 없으니, 빈주머니에 손을 넣고 까닭 없는 서러움에 하늘만 종종 올려다보았다.

내 눈물 쏟을까 봐!
 
인숙아~
미안하다...

오빠가 여인숙방비 2.000원이 없어 우리는 갈대밭길을 걸어간다.^^

근데 말이야!!
 
보리밭길 보다는 몽한적인 운치가 있고 고즈적한 낭만이 있질 않아?

우린 살며시 손을 잡고 한참 웃었다.

현실에 순응한다는 약속과 믿음이 오고 갔던 거다.
 
어느덧 가을 녘의 "천고"한 해님이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갈 때 갈대밭은 맥없이 무너져 갔다.

한참 후 "마비"가 되어 나타난 달님은 너무 어둡지 않은 계절의 인연이 되라고 우리의 흰 살결을 비추며 '사살확인'까지 해주었다.
 
갈대밭을 지나 돌아오는 길은 그리 멀지가 않았다.

이건 순수한 사랑이 아니라 서로가 궁금증과 호기심에 애타고 불타는 욕정에 불과했으니까?

그날밤 갈대 바람이 심하게 부는 이유가 우리 사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었다.

세월은 빠르기만큼 인숙이가 하늘아래 머문다면 50대 초반에서 놀고 있을 것이다.
 
예스러운 이승을 품고 있다면, 다시 한번 그미를 만나고 싶다.

갈대와 억새

2023년 11월 28일

갈대와 억새를 새롭게 조명해 본다.

갈대는 여자의 마음처럼 결국은 심히 흔들리더라.

억새는 남자의 마음처럼 억세게 그 자리에 머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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