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어떤 남자의 손에 붙들린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움을 타듯이 스무드하게 어느 골목길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저만치 그녀가 보였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온다.
순백한 백합처럼 깨끗했다
여성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모든 게 s라인처럼 완벽하게 느껴졌다
어떤 아름다움을 한껏 능가하는 청아 <美人>한 여인이다
살결이 백옥 같았던 양귀비와 하얀 배꽃처럼 눈부셨던 황진이가 이리도 저리도 예뻤을까?
남자가 짧은 호흡을 연거푸 토해내자 승용차 <愛馬>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 앞에 잠시 숨을 고른다
그리고는 이내 그녀가 남자 곁에 사뿐히 앉은 것을 확인하자 속도를 높이며 쏜살같이 그곳을 빠져나간다
무슨 사정이 있는 것처럼 눈치껏 요령껏 아무도 모르게 그곳을 벗어나고 있었다
얼마 만인가?
그녀를 만나기까지 그간 숨은 곡절을 어떻게 표현해야 한단 말인가?
가슴앓이 지영선이 아니었던가?
보이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보이고. 느끼지 못한 것 같으면서 느끼고. 잡히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이렇게 잡히는 것은 그녀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승용차가 빈틈없이 세종시를 버리고 D시 깊은 사찰에 숨어들었을 때 비로소 남자는 서서히 말문을 열었다
어지간한 사랑이지요…….
그녀는 가타부타 말없이 미소만 보일뿐이다
남자는 그녀가 굳이 대답을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실없이 물었던 것이다
다시 다짐하고픈 사랑고백이 아니었을까?
그녀는 언제나 그랬던 거처럼 말보다는 인간미 넘치는 행동을 보여준다
남자가 좋아하는 것들을 아로새겨 세심히 배려하고 세세히 인정을 베푼다
강한 면과 여린 마음을 동시에 가진 외유내강 <外柔內剛>의 여자임은 분명하다
그들은 한참 동안 서로 똑같은 맥주잔에 소주를 붓고 맥주를 쏟고 커 커이 세월을 팔고 있었다
그녀가 먼저 인생 얘기를 꺼내 들었다
저요
20년 전 대학에 다닐 때 내 꿈은 방송국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었어요
돌이켜보면 꿈은 허한 꿈에 불과했지만 이제 또 다른 공부에 도전하고 싶어요.
이 대목에서 그녀는 눈가에 살짝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맞아요..
목소리도 그렇고 당차고 야무지고 똑똑하잖아요.
가슴이 먹먹한 남자는 진심을 담아 그녀를 위로하였다.
더 이상 한 곳에서 눈물을 머물 수가 없어 고즈넉한 산속 근처 노래방을 찾았다.
그녀는 심수봉 노래가 좋아 즐겨 부른다고 했다
그대 내 곁에선 순간 그 눈빛이 너무 좋아 오늘은 울었지만 내일은 행복할 거야
그녀의 구슬픈 노랫소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그들은 그동안 오래도록 만나지 못하는 것 운명이었다.
이번에는 남자가 말했다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해
이렇게나마 만날 수 있는 것은 다행이야
알겠어요
언제 어느 날 밤 무턱대고 당신을 찾을 줄 몰라요
늦은 밤이라도 반드시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는 <서울여자> 그녀를 위해 남자는 D시 기차역으로 향했다
차로 이동하는 20여분 내내 그들은 서로가 손의 간격을 놓지 않았다
그런데 뭉텅 그려 만져지는 물체가 보였다
그녀는 반지를 잘 간직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남자가 그녀의 손가락에 손수 끼어준 작은 반지는 아직도 살아 있었던 것이다
남자는 어떤 애틋한 감정보다도 그녀의 순수한 마음들을 새록새록 읽었다
역전 쪽으로 사라지는 그녀를 보면서 남자는 알 수 없는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나도 그 맘 알아!!
나 때문에 고민하고 번민에 쌓여 있다는 걸 말이야
전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었던 당신이라는 것도 말이야
내가 잘못될까 봐!
내가 불행해질까 봐!
내 곁을 잠시 벗어날 수 없다는 그 심정을 말이야
당신과 내가 어울리기나 해!!
나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주고 싶은 당신의 착한 마음씨를 알아
어떻게 서라도 나를 보살펴 주고 싶은 당신의 고운 심성을 잘 알아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나갈 것이라는 이별의 현실도 잘 알고 있어
그녀는 그 남자의 흐느끼는 소리를 듣기나 한 것일까?
그날 새벽녘 전화 <메시지>한 통이 울렸다
떠날 때는 떠나자고요
그런데 지금은 떠나지 마세요
지금 잠이 오질 않아 깊은 밤을 의식하는 순간이다
매 순간마다 그녀가 보고 싶다
그녀가 바로 맑은 눈을 가진 그 여인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초...... (0) | 2012.08.01 |
---|---|
직설화법.. (0) | 2012.07.28 |
홍명보 축구..<박주영> (0) | 2012.07.26 |
결심과 바램.... (0) | 2012.07.25 |
우문현답.... (0) | 2012.07.25 |